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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칼럼
근거없는 영양댐 건설 즉각 중단하라

프레시안 <초록발광> 기고문 (2013)

이쯤 되면 ‘토건 중독증’이라고 해야 한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나 정책적 필연성도 없고, 최소한의 합리성이나 절차적 정당성도 없다. 심지어 다른 부처에서 말리는데도 막무가내로 토건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이 사업으로 지역이 발전된다고 강변하는 것은 중증의 ‘토건 중독증’이다. 주민들과 환경부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영양댐 계획에서 바로 이 중독증이 보인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4대강 사업이 졸속으로 계획되고 밤낮과 계절없이 막무가내로 추진될 때, 정치적 야욕에 눈이 먼 일부 전문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사업이며, 국가재정법이나 하천법 등을 임의대로 적용하여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고, 과도한 예산 낭비와 환경파괴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더군다나 임기 내에 완공시키려고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현실화되었다. 물고기가 때죽음을 당하고 수질은 나빠졌으며 하천생태계는 철저하게 교란되었고 하천 부근의 농토는 물에 잠기거나 못쓰게 되었다. 날림으로 만들어놓은 구조물들은 무너지고 패이기 시작해서 계속 응급 처치를 하는데 급급하다. 감사원의 조사에 의하면 부실한 설계기준을 적용하기도 하였고, 환경부가 수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밝혀졌고, 건설회사들간의 짬짜미 혐의도 드러났다. 수자원공사 부채 8조원까지 포함하면 무려 30조원이나 되는 국민의 세금을 갖다 부은 사업의 결과가 이렇게 처참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똑같은 일이 영양군에서 다시 반복되고 있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나 정책적 필요성도 없고, 절차상의 오류를 범하면서 생태계만 파괴하는 댐건설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사업은 과거 핵폐기물처분장 유치신청을 주민들과 상의없이 단독으로 처리했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던 부안군수의 행태마저 환기시킨다. 명목상 영양댐도 지난 3월 8일에 발표된 댐건설장기계획(2012-2021)에 포함되었지만, 실제로 작년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라고 판명이 났고, 국회 본조사에서도 비용이 삭감되어 추진되어서는 안 될 사업이었다. 그러나 건설업자 출신 영양군수가 본조사 예산 신청을 하고 국토해양위를 거쳐 올해 초 예산결산위원회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순서가 이상하지 않은가? 원래대로 하자면 댐건설장기계획에 먼저 포함되고, 그 다음에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는 거꾸로 되어 있다.

댐건설장기계획의 근거가 되는 제4차 수자원장기종합계획도 예전의 행태를 반복한다. 즉, 여전히 미래의 수요량 부풀리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의 제2차 수정계획(2011~2020)은 물이용량 증가률과 경제성장률을 거의 동일한 것으로 분석하고 향후 물수요량을 예측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예컨대 2005년 경제성장률이 4.0%일 때 물 이용량 증가량이 9.5%인 반면 2007년 경제성장률이 5.1%일 때 이용량 증가율이 -1.4%로서,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성장률과 물 이용량 증가율은 격차가 벌어진다. 이런 잘못된 예측치를 토대로 댐건설장기계획이 수립되었기 때문에 이 계획 자체가 뜬금없는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양댐은 이 뜬금없는 계획을 더 부실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사업의 타당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 어처구니가 없다. 영양군은 특별히 물이 부족하거나 홍수 피해를 입는 지역이 아니다. 따라서 이곳에 높이 76m, 길이 480m, 담수량 5,700만톤의 대형댐을 건설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 더군다나 계획을 살펴보면 댐을 지어서 영양군에 물을 공급하는 것이 주된 목적도 아니다. 영양군에 급수되는 양은 전체 공급량의 일부(생활용수 3%, 농업용수 5%)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영양군을 흐르는 하천유지용수(37%)이며, 대부분은 100킬로미터 이상이나 떨어진 경산시의 아직 생기지도 않은 산업단지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55%). 하지만 경산시는 바로 옆에 4대강 사업으로 8개의 보가 들어서서 8억톤의 물을 더 확보했다고 선전하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수자원공사가 2014년 3월에 안동댐과 임하댐 연결수로가 완공되면 6,200만톤의 증수효과가 생겨 다목적댐 1개의 건설효과가 생긴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그러면 경산시는 낙동강 물을 사용하거나 연결수로로 확보된 물을 사용해도 된다. 왜 경산시의
신규 산업단지가 굳이 멀리서 에너지와 비용을 들여서 영양댐 물을 사용해야 하는가?

영양군은 잘 알다시피 우리 국토의 오지로서 생태계가 잘 보존된 지역이다. 특히 영양댐이 계획된 수비면의 장파천은 아름다운 수변 경관을 자랑하고 사향노루(천연기념물 216호)와 산양(천연기념물 217호), 수리부엉이(천연기념 물 324-4호), 수달(천연기념물 330호), 담비(멸종위기2급) 등의 야생동물이 살고, 1급수에만 산다는 쉬리도 서식한다고 한다. 이런 곳에 대형댐이 건설된다면 천연기념물과 야생동물은 졸지에 서식처를 잃고 멸종되게 될 것이다. 생태계만이 문제가 아니라 대형댐이 들어서면 불가피하게 수몰민이라고 하는 환경난민이 발생한다. 이들 역시 오래된 삶의 터전에서 뿌리 뽑힌 채 삶을 이어가야만 한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다목적댐 건설로 인한 수몰민들의 삶은 거의 대부분 불행하고 신산하였다.

이처럼 타당성도 없고 환경파괴적인 영양댐 건설계획에 대해 환경부에서 조차도 댐건설장기계획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영양댐은 댐계획에서 빼라고 권고하였다. 그러나 국토해양부가 이러한 견해는 단순히 일반적인 견해라고 하면서 막무가내로 건설을 밀어부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막가파식의 댐건설에 대해 지역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는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고,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에 대해서 고발조치를 취해놓은 상태이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이 창조경제도 해야 하고,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사업도 확대해야 한다. 구시대적인 유물인 토건중독증에 사로잡혀서 타당성도 없고 미래도 없는 대형댐 건설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과거의 망령이 현재의 희망을 짓눌러서는 안된다. 핵발전소나 대형댐을 지어서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토건중독증의 미망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는 것이 이 시대의 요청사항이다. 그리하여 미래 지향적인 지역발전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기후변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어떤 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 합리적인 재원배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