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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칼럼
간디의 인터넷

자본주의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하나는 물리적 한계이고 다른 하나는 구조적 한계이다. 자본주의는 화석에너지의 집약적 사용을 통해 작동하는데, 자연으로부터 채취한 화석에너지의 사용은 엔트로피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것은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사용불가능한 형태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은 비가역적인 방향이다. 지금까지 자본주의(현실 사회주의라고 불렸던 국가자본주의도 마찬가지였다)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무한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피크오일이나 기후변화, 심각한 토양,수질,대기오염 등의 문제로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두 번째로, 자본주의는 성공에 의해 실패하게 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가 노동착취, 조직의 수직적 통합, 기술적 혁신 등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시키게 되면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추가적으로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 즉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제로에 가까워진다. 이것은 상품 가격을 거의 공짜로 만들게 되는데, 그 결과 자본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필수요소인 이윤이 고갈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지금까지 자본주의를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수많은 돌파(fix)를 해왔다. 예컨대 제국주의와 식민지, 대규모 토건사업과 구도심지(舊都心地) 재생사업 등과 같은 공간적 돌파(spatial fix), 열대우림 파괴나 GMO(유전자조작생물체), 공유습지 매립 등과 같은 생태적 돌파(ecological fix)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돌파를 통해 자본주의는 위기에서도 계속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윤이 날 수 있는 틈새를 찾아가는 자본의 능력도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을 통해 자본주의 역사에서 소득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커져왔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는 자본소득률이 노동소득률을 상회했기 때문에 생산성 증대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계속 감소해왔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자본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겠지만.

제러미 리프킨은 최근의 저서<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쇠퇴하고 공유경제 사회가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리프킨은 역사 전개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인프라, 에너지 인프라, 물류 인프라의 변화와 발전, 그리고 이것들이 결합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통해 공유경제 사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이에 대해 베를린예술대의 현병철 교수는 리프킨의 이러한 전망이 오류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공유사회의 나눔 경제가 결국 우리 삶을 전체적으로 상품화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의 권력은 억압하는 권력이 아니라 유혹하는 권력이고, 거기에 순응해서 자신들을 소진시켜가며 일하는 개인들간의 경쟁만이 남기 때문에 혁명을 할 수 있는 다중(multitude)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러한 진단은 현재 상황에 압도되어 미래로의 변화(이를 진화라고 표현하자. 진화가 꼭 진보인 것은 아니다) 가능성을 차단시키는 일이다. 리프킨은 공유경제와 공동체 중심의 사회가 나타나게 되는 물질적 토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점은 리프킨이 신간디주의를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글라스 러미스가 <간디의 위험한 평화헌법>에서 언급했듯이 영국 식민통치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간디는 혁혁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소외되고 결국 암살된다. 그 이유는 그가 당시의 근대적 민족국가와는 너무나 다른 국가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간디는 스와라지라고 불리는 마을공화국으로 이루어진 국가를 생각하였다. 스와라지는 기본적으로 독립적이지만 불가피한 부분에서는 이웃의 스와라지와 상호의존하는 공동체이다. 스와라지들로 구성되는 사회는 동심원을 그리면서 확장되기는 하지만[이것을 대양의 원(oceanic circle)이라고 하였다] 수직적 위계구조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국가의 역할은 이러한 공동체들 간의 조정역할을 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다. 그리고 간디는 개인의 사리사욕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도덕적인 경제를 신뢰하였다. 

놀라운 것은 간디의 이러한 도덕경제, 그리고 마을공화국에 기초한 공유 경제가 사물인터넷에 기초한 3차 산업혁명의 철학적 기반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리프킨은 자급자족하는 마을공동체들이 점차 늘어나고 마침내 대양의 원을 그리면서 전 인류에게 확산된다는 간디의 발상이 공동체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분산형 전력망)가 3차 산업혁명 경제 패러다임 안에서 점점 더 분산적이고 협력적이고 수평적이 되는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양상을 연상시킨다고 하였다. 즉, 사물인터넷 인프라는 간디의 경제비전을 발전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서 수 억 명의 인도인이 ‘프로슈머’(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됨으로써 극빈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물인터넷이 자율적인 공동체 중심의 공유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물적 토대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불평등한 자본주의의 착취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 기술적 조건이 점차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적 가능성을 현실화시켜 대안적인 공유경제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비상한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치적 노력의 핵심은 “모든 것의 민주화”이다. 이것은 선출된 자들이 유권자들을 늘 배반할 수 있는 대의민주주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정보와 자료의 공개적 이용, 언론의 자유, 직접 민주주의 등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다. 수직통합적이고 폐쇄적인 자본주의 구조에서 수평적이고 네트워크적이며 공개된 협력사회 구조로의 전환은 모든 것의 민주화를 요구한다. 녹색당이 지향해야 하는 정치도 모든 것의 민주화를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사물인터넷이라는 물적 토대가 갖추어지기 시작하였으므로 이것을 적극적이고 지혜롭게 활용하여 협력적 공유경제 사회를 현실화시키는 데 녹색당이 앞장 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보자면 간디가 물레 대신 인터넷을 이용해서 마을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그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