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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의 재원은 충분하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충분하다! 
- 후기 : <기본소득 재원,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기본소득 포럼 - 

김현(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강남훈 교수(한신대)는 <녹색전환연구소>가 주최한 기본소득 포럼에서 “한국에서 단계적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재정모형”이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이 글은 기본소득 재원에 대해 궁금하신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추가적으로 복지지출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잠재력을 추정한 글입니다. 한 마디로 기본소득을 실행하기 위한 재원방안은 충분히 가능하며, 관건은 재정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의지라고 강남훈 교수는 말하고 있습니다. 

4월 23일(목),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포럼은 기본소득 재원마련 방안을 주제로, 그 동안 기본소득 재원설계를 연구해 오신 강남훈 교수의 발제와 세 분의 토론자, 그리고 늦은 시간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재밌는 토론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강남훈 교수의 발제문(홈페이지 참고)은 그 동안 연구결과의 총화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강남훈 교수는 ‘추가복지 재정잠재력’이라는 개념을 설명합니다. 이 개념은 OECD 다른 나라들 수준으로 과세를 했을 때, 한국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정수입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2013년을 기준으로 OECD국가 평균 총조세부담율은 34.1%인 반면, 한국은 24.3%에 머물렀습니다. 평균에 맞추려면 9,8%의 조세수입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같은 해 공공사회지출의 경우는 OECD국가 평균은 21.7%인데 비해, 한국은 10.2%에 불과합니다. OECD 평균에 맞추려면 복지지출은 11.5%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조세 저복지’의 전형을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보수당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중부담 중복지’를 언급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조세정책과 복지문제는 중환자 수준에 다다랐으며, 시급히 메스를 대지 않는다면 지탱가능하지 않는 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 반증일 것입니다. 

OECD 국가 중 최고수준과 비교한다면 그 차이는 더 커집니다. 총조세는 24.3%를 더 걷어야 하고, 복지지출은 21.8%를 더 늘려야 합니다. 그래서 강남훈 교수는 만약, OECD국가 평균으로 계산할 경우, 2018년에는 188.6조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OECE 최고 수준에 맞춘다면 276.3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금액이 한국의 ‘추가복지 재정잠재력’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재정잠재력은 적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기보소득에 필요한 예산액은 얼마나 될까요? 강남훈 교수는 1인당 매월 30만원에서 40만원을 지급했을 때의 모형을 살펴봅니다. 인구증가 추이를 볼 때, 2018년은 총 5천1백만 명 정도의 수준이고, 매월 1인당 30만원을 지급할 경우, 158조원이 필요합니다. 이 금액은 위에서 제시한 추가복지 재정잠재력 188.6조원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합니다. 또한 40만원일 경우에는 216조 가량이 필요하지만, 최고 추가복지 재정잠재력으로 한다면 276.3조원으로 가능한 모델입니다. 

재원마련 방안은 매우 다양합니다. 강남훈 교수에 의하면, 현금급부형 복지의 전부 혹은 일부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재원(무상보육,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금액, 몇 가지 연금 등), 증세를 통한 재원(생태세, 불로소득 종합과세, 토지세, 법인세, 소득세 등), 조세 이외의 방법(국가화폐, 거래실명제, 재정지출 개혁, 새로운 아이디어), 공유경제를 통한 재원(아가쏘토피아라는 새로운 경제적 상상을 중심으로) 등 총망라된 재원마련방안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복지국가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강남훈 교수는 강조합니다. 앞서고 기술했듯이, 기본소득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합의의 문제입니다. 정치적 공간에서는 실현가능성을 떠나서 함께 살아갈 사회를 꿈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본소득이라는 꿈을 미래에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 꿈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의제화할 수도 있고, 그 다음으로 넘길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아주 먼 미래의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꿈이 있다면 그 길을 보면서 함께 갈 수 있습니다. 강남훈 교수도 그 깃발을 보고 함께 가자고 이야기합니다. 

토론에 참여해주신 윤영진 교수(계명대), 김은정 교수(부경대), 황성현 교수(인천대)는 각각 재정분야, 사회복지정책, 조세분야 전문가입니다. 각 전문분야 관점에서 강남훈 교수 발제에 날카로운 평가가 있었습니다. 

우선 윤영진 교수는 매월 지급되는 기본소득을 지지하면서, 추가적인 재정잠재력이라는 개념에 의미부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우려의 목소리도 밝혔습니다. 기본소득이 지고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점, 기존 복지 등 재정 정책과의 조화라는 변수, 총론적 접근이 가진 문제점은 각론으로 갔을 때 부딪치는 수많은 걸림돌의 문제, 기본소득세 혹은 사회복지세라는 목적세가 오히려 정치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점, 그리고 <재분배의 역설>을 이야기할 때 선별적 복지가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불리하다는 식의 논거보다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다른 논리를 찾을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사회복지 정책을 전공한 김은정 교수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그 상상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마련해나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김은정 교수가 가장 크게 우려한 지점은, 기본소득 재원 마련에 있어서 기존 복지재원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이 훼손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예컨대, 공공성이 강한 보육, 교육 등은 사회서비스로서 강제성이 부과되어야 하는데, 이들의 재원을 기본소득으로 대체할 경우 시장논리가 작용될 수밖에 없고, 보편적으로 받아야 할 공공적 성격이 사라진다는 진단입니다. 또 하나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은 보충성의 급여라서 기본소득 재원 설계 시, 좀 더 세밀한 추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초생활자의 조건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본소득으로 통합할 때의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세연구원장을 역임했던 황성현 교수는 기본소득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무엇보다 황성현 교수의 우려는 3-4년의 짧은 기간 동안 조세부담율을 10% 가까이 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1970년대 조세부담율이 13-14%였고, 작년에 17%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40년 동안 3-4% 올라가는데 그쳤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급격한 증세는 국가 경제에도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자원배분의 왜곡뿐 아니라 노동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따라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금의 한국사회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당장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누리과정 예산은 바닥을 드러냈고, 1조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할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논의는 불가피한 것입니다. 물론 어느 분야든 재원마련은 난제입니다. 국민들이 합의하고 감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지를 포기할 수 없다면,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조세부담율을 선진국 수준에 가깝게 올려야 합니다. 강남훈 교수가 지적했듯이, 한꺼번에 조세부담율을 올리는 것이 쉬운가? 아니면 15년 동안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 쉬운가? 두 가지 방법 모두 어렵다면 어느 것이 쉽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합의 혹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단기적 증세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이 가져다 줄 사회·경제적 효과는 지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속되는 저성장의 사회, 그럼으로써 일자리는 늘지 않고, 실업률이 급증하며,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확대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면, 우리사회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그러한 검토 중에 기본소득을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해서 <녹색전환연구소>는 올해에도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전략을 더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연구에도 많은 기대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