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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시선

예수의 시선

김영환(녹색당 정책위원)

프란치스코 교황은 얼마 전 발표한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에서 생태위기의 현상과 원인 및 그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회칙은 서문과 여섯 개 장의 본문, 주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문과 본문은 246개의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칙 중 교리를 다루고 있는 부분은 제2장(문단62~문단100)인데 ‘예수의 시선’이라는 제목의 절(문단96~문단100)에서 신약성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예수는 하느님을 모독한 자로서 살해되었으므로 기독교인이라면 ‘예수가 하신 일에 입각하여 예수 이전의 모든 것을 재평가해야’(서공석) 하지만 지구 생태계에 대한 구약성경 해석의 풍부함에 비해 신약성경 해석은 흔치 않으므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계와 관련한 신약성경 해석은 기독교인으로서는 특히 시선이 가는 부분이다. 생태계의 해석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용한 신약성경 구절은 인용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참새 다섯 마리가 두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 “눈을 들어 저 밭들을 보아라. 곡식이 다 익어 수확 때가 되었다. 이미”, “하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밭에 뿌렸다.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크다”, “이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다.’ 하고 말한다”, “저 사람은 목수로서 마리아의 아들 아닌가?”,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과연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 머무르게 하셨습니다.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구절들을 해석해 나가는데 그 해석은 “인간 예수가 바라보고 감탄하던 들꽃들과 새들은 이제 그분의 빛나는 현존으로 충만하다”로 끝맺는다. 

이 회칙을 보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에 보낸 2014년 성탄 메시지가 겹쳐졌다. 교황은 이 메시지에서 교황청이 15가지 질병에 걸려 있다고 이야기했다. 15가지 질병은 자신이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휴식할 줄 모르는 것, 마음이 화석화되는 것, 과도한 계획, 협업할 줄 모르는 것, 신과 만난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 경쟁심과 허영심, 가르치는 것과 살아가는 것이 완전히 다른 존재론적 분열증, 뒷담화, 윗사람을 너무 떠받드는 것,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것, 표정이 침울하고 유머가 없는 것, 재물을 쌓는 것, 전체보다 이너서클 추종, 권력에 집착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질병들은 교황청에서 일하는 추기경, 주교, 사제뿐 아니라 모든 조직의 구성원이 걸리기 쉬운 질병이다. 경영전략가인 게리 하멜도 이 보편성을 인정하여 그것을 리더십에 적용하였다(“The 15 Diseases of Leadership, According to Pope Francis”,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5.4.14.). 게리 하멜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기업용으로 바꾸었는데 예를 들어 ‘신과 만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를 양육하고, 우리에게 조언하고 지지를 보내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변환하였다.

교황의 회칙과 성탄 메시지가 겹쳐진 것은 같은 사람의 두 글이 주는 선명한 대비감 때문일 것이다. 들꽃들과 새들까지 신의 빛나는 현존으로 충만하다는 이야기와, 마음은 화석과 같아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협업할 줄 모르고, 재물을 쌓고, 유머는 없는, 인간에게조차 신이 부재한 듯한 이 현실이 주는 대비감 말이다. 기독교의 관점에서 녹색전환이란 이 인간에게조차 신이 부재한 듯한 현실에서 들꽃들과 새들에게서도 신의 현존을 보는 사람들이 만드는 현실로의 전환일 것이다. ‘신 부재’의 목록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