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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칼럼
쉼은 게으름이 아니다

이도연(청년녹색당 운영위원)

저는 제 인생에서 ‘건강’을 제일로 중요하게 여깁니다. 몸에서 휴식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일이 아무리 많이 쌓여있고 아무리 중요한 일정이 있어도 제 몸을 제일 중요시하며 살아왔죠. 이러던 생활이 올해 들어서 많이 깨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저는 당 활동을 하면서 밤을 새거나 잠을 줄이는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도 다들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녹색당에서는 상근활동가에게도 적정노동시간을 보장하려고 노력하는 등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해왔기에 이는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잠이 부족해지면서 몸이 많이 힘들어지고 휴식을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건강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당의 일을 조금 뒤로 미루기로 했지요.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충분히 쉬어야 합니다.

건강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자산이며,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가장 일차적인 조건입니다. WHO에 따르면 건강이란 ‘질병이나 손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 입니다. 건강하기 위해서 휴식은 매우 중요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충분히 쉬기만 해도 정말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잘 쉰다는 것은 단순히 많이 쉰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데, 휴식에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휴식이 모두 중요합니다. 신체적 휴식은 몸을 쉬어서 피로를 푸는 것이고, 정신적 휴식은 잠시 집중하던 일에서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는 등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며, 사회적 휴식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사회적 유대감을 느끼며 안정감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쉬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번아웃 증후군(burn out syndrome)이라고 다들 들어보셨겠지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던 사람이 신체·정신적인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즉, 너무 열심히 살다 보면 과부하가 걸려서 고장 나 버리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길어질수록 뇌졸증에 걸리는 비율이 높아지며, 주당 55시간 이상인 경우에는 33%까지 높아진다고 합니다. 즉, 쉬지 못하는 것은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쉬지 못하면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사회적건강이 모두 타격을 받습니다. 우선 쉬지 못해서 몸이 피곤해진 상태를 방치하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질병에 취약하게 됩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를 방치하면 우을증에 쉽게 걸리거나 알코올 의존에 쉽게 빠지는 등 정신건강이 취약해집니다. 쉴 새 없이 뭔가를 하고 쉬는 시간이 부족하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시간도 없어서 관계의 단절이 일어날 수 있으며,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건강한 관계를 맺기도 어려워집니다.

우리는 왜 충분히 쉬지 못할까요?

“왜 충분히 쉬지 못하나요?”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돌아온 답변들 중 “일을 끝내야 쉬지”, “할 일이 많은데 어떻게 쉬어” 라는 답변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실제로 저조차도 일이 밀려있으면 일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휴식을 미루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는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것”, “쉬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하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쉬는 것을 “게으르다”라고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뭐든 열심히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여전히, 열심히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OECD 국가들 중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이 멕시코 다음으로 두 번째로 깁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을 정말 열심히 하며 살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이 쉬고 싶어도 쉬는 것에 대한 압박감을 받고, 쉬지 못할 정도로 일이 많고, 그 외에도 ‘자기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어학, 자격증 공부 등 해야 할 것이 많은 환경에서는 많이 쉬는 것조차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휴식도 권리입니다.

충분히 쉬지 못하는 것은 “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쉬고 있는 것을 놀고 있는 것으로 보고, 버리는 시간으로 보며 불편해하는 시각을 많이 접했습니다. 쉬는 시간은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며, 절대로 버리는 시간이 아닙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서 더욱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쉰다는 행위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휴식도 권리입니다. 건강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충분한 휴식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잘 쉬지 못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건강위협요인입니다. 건강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쉴 권리도 보장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