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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할 때

기본소득,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할 때
후기 - 저임금․불안정노동과 기본소득 포럼 

모두가 불안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노오오오력’하면 다 된다는 고위 관료들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열심히 ‘노오오오오오오력’ 한다고 해서 삶이 더 나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소위 ‘헬조선’의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자살률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니, 2012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수가 28명을 넘었습니다. OECD 국가 중 1위, OECD 평균(12명)의 2배 이상입니다. 10대에서 20대, 30대는 자살로 사망하는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청(소)년 자살률이 1위를 기록했습니다. 참담하고 슬픈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임금노동이든 임금노동 밖의 노동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한결같이 “미래 뿐 아니라 현실이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노후대책’이 사치스러운 말이 돼버린 느낌입니다. 지금을 살아가기도 버거운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1천만이 넘는 비정규직 사회, 임금격차가 극대화된 사회, 더 이상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사회. 아이러니하게도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의 나라, 세계 10위권 무역 강대국의 나라의 상황입니다.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덧붙인 말입니다. 여당의 김무성 대표는 ‘노조의 쇠파이프’가 국민소득 3만불을 앞당기지 못했다며 불안한 경제상황과 청년 일자리 감소를 노조의 책임으로 돌립니다. 그래서 따라오는 정책이 임금피크제와 고용의 유연화였습니다. 임금을 줄이고 자유롭게 해고하겠다는 뜻입니다. 정부․여당의 진단과 해법이 맞을까요? 2015년 1분기까지 국내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이 710조를 넘었습니다. 전년보다 38조가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내유보금 중 10%만 사용한다면 청년 일자리 문제는 상당히 해결되며, 정년연장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노동자의 허리를 더 옥죄면서 재벌을 더욱 살찌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정책의 본질입니다.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책은 없습니다. 

이렇게 불안한 사회에서 기본소득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노동자의 든든한 뒷배가 돼 줄 수 있을까요? 이러한 물음에서 지난 9월 10일, “저임금․불안정노동과 기본소득”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경기녹색당 최은식 정책위원장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이남신 소장의 발제와 민주노총 오민규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 실장과 알바노조 이혜정 사무국장의 토론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올해 <녹색전환연구소>의 마지막 주제별 기본소득 포럼이었습니다. 

불안정한 한국사회 노동현실을 서두로 꺼낸 최은식 정책위원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를 소개하며, 국민들은 노후와 경제생활이 가장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단순히 비정규직, 알바, 서비스직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져 있는 불안감입니다. 그래서 최은식 정책위원장은 고용불안정, 소득불안정, 사회보장 불안정 등을 포괄해서 한국사회를 ‘불안정 노동의 사회’라고 정의합니다. 

‘장그래살리기대전운동본부’가 최근 발표한 '대전지역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39.3%는 '최저임금(시급 5580원) 미만의 임금'을 받은 것으로 응답했습니다. 응답자의 84.6%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고, 60.3%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근로계약서 작성 이후 교부를 받지 못한 비율도 48.1%나 됩니다. 그리고 '휴게시간이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과 '휴게장소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각각 73.2%, 66.9%였습니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은식 정책위원장은 정규직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노동실태 관련 토론회 자료를 제시하며, 조사에 참여한 산업공단 노동자들의 90%가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최저임금 미만, 무료노동, 휴업수당 미지급, 임금체불 등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서민은 늘 불안한 상태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불안정한 노동 현실에서 최은식 정책위원장은 기본소득이 노동자들의 뒷배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본소득은 내게 주어진 처지가 억울하다면, 억울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되어줍니다. 그럼으로써 더 나은 노동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다른 모든 정책을 대신하여 기본소득으로 ‘퉁’ 칠 수는 없습니다. 기본소득은 노동을 통한 소득과는 구별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1만원과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최은식 정책위원장의 생각입니다. 

2015년 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입니다. 주 40시간으로 환산하면 월 116만여 원의 급여에 해당됩니다. 이 금액은 적정한 수준일까요? 우선 최저임금위원회가 작년에 발표한 2013년 전체 단신노동자의 월평균 생계비는 150여만 원이었습니다. 이 금액에 비해도 34만원이 부족합니다. ‘2015년 표준생계비’를 발표한 한국노총은 단신가구의 경우, 표준생계비는 월 216여만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100만원이 부족합니다. 민주노총이 산출한 도시근로자 1인 가구 가계지출은 208여만 원이었습니다. 지금의 최저임금보다 92만원이 더 많습니다. 어떤 기준에 의하건 시급 5,580원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정책이 그리 과장된 요구가 아닌 것입니다. 

최저임금은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연평균 2,163시간 노동하는 한국은 OECD국가 중 두 번째로 장시간 노동하는 국가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현행 주 68시간 노동시간 한도를 60시간으로 한다면 3만3000 ~ 6만7000명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추정합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는 이보다 많은 11만2000 ~ 19만3000명의 추가 고용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운수업 등 ‘노동시간 특례업종’까지 확대하여 적용한다면 15만7000~27만2000명이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테일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최은식 정책위원장은 기본소득과 최저임금 1만원,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이 불안정노동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본소득은 노동자에게도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되는 것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이남신 소장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보장도 쉽지 않은 마당에 혁명과도 같은 기본소득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비정규 활동가들의 반응을 전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보장 운동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졌습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재 1,900만 노동자 중에 비정규직은 1천만 명에 달합니다. 여기에 비정규직과 거의 흡사한 지위에 있는 중소임대사업자까지 포함한다면 3분의2가 넘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지위에 있다고 이남신 소장은 판단합니다. 

사실 비정규직도 기간제, 계약제 같은 직접고용부터 특수고용까지 너무 다종다양해서 ‘비정규직’으로 통칭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습니다. 비정규직 내 고용형태의 중층화로 어떤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지위에 차이를 보이는데, 말하자면 대공장 사내하청의 공단 지역 파견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나은 지위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편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는 것이 점점 모호한 기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제도는 사회복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4대 보험을 포함한 복지체계는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이 받는 혜택은 절반 혹은 3분의1의 수준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문제는 고용형태의 차이를 넘어 신분 격차, 부의 대물림 등의 고착화로 기인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완전히 끊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이남신 소장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판단합니다. 

이남신 소장이 생각하는 비정규직 문제의 대안은 출구전략에서 입구전략으로 선회하는 것입니다. 현재 2년 이상 일정 근속기간을 넘기면 정규직화 한다는 것이 정부정책인데, 이 정책은 선량한 사용자가 있거나, 노동자 편에 서서 엄정한 심판자 역할을 하는 중앙정부가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강력한 노조가 있을 때만 가능한 전략입니다. 이런 출구전략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 이남신 소장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최초 취업단계에서부터 상시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표준모델의 도입, 즉 입구전략이 대안일 수 있습니다. 이를 기본으로 초기업 단위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정착, 특수고용이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보완,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의 세 가지 대안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이남신 소장은 말합니다. 

그러나 현실만 생각하면 갑갑합니다. 실현가능성이 과연 있는 것일까? 물론 최저임금 1만원 프레임은 좋은 사례였다고 말합니다. 알바연대가 들고 나왔을 때, 이남신 소장은 최저임금 1만원은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닌가, 투쟁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선정적인 목표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1만원이 사회적인 임금 프레임을 바꾸었습니다. 여야, 노사를 막론하고 최저임금 1만원이 회자되고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현장 노동자들은 200만원을 받아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급 1만원은 한 달에 209만원에 해당하는 급여입니다. 이론적으로 따지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1만원은 몸으로 깨달은 상식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요구사항을 얻어낼 수 있는 실력이 있느냐와 별개로, 사회적 요구를 제대로 선취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1만원은 선견지명의 구호였습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1만원에 비견되는 우리의 요구는 무엇이 있을까요? 물론 앞서 얘기한 비정규 문제 해결의 3대 요구사항만 수용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적어도 인간다운 얼굴을 지닌 자본주의는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수용 가능성은 난망합니다. 이남신 소장은 조심스럽게 기본소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본소득은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소득이 아닙니다. 소득은 노동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기존의 철학적 기반 자체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의제입니다. 더욱이 기본소득은 탈노동과 탈자본이라는 철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실현가능성을 떠나서 근본적인 인식변화를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이남신 소장은 기본소득을 배제하지 말고 노동의 주요 의제로서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합니다. 

비정규노동의 문제는 결국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의 해법이 모든 노동의 정규직화라고도 볼 수 없습니다. 한국사회의 정규직은 전형적인 임금노예입니다. 고용주가 평생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측면에서 노예제와 비교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규직화가 한국노동운동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남신 소장은 말합니다. 노동자가 헌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도 없으며, 또한 삶의 질을 누리지 못한다면 정규직은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그런 점에서 기본소득의 문제의식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이남심 소장은 말합니다. 

더욱이 임노동 밖의 노동을 생각하면 기본소득의 설득력은 매우 강력합니다. 다만, 지금도 크레인과 굴뚝에 올라가는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수백, 수천 일 동안 장기투쟁 속에서도 해고의 낭떠러지에 내몰린 노동자의 현실에서 기본소득은 뜬금없는 헛된 정책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남신 소장은 여러 비정규 해법과 접목시켜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라도 더 넓은 공론의 장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활동가 수준에서, 혹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시민단체 수준에서만 기본소득이 논의된다면 고립성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남신 소장 스스로도 최저임금 1만원과 기본소득을 묶어서 비정규노동 차원에서 공식적인 토론을 해보려고 합니다. 일회적 토론이 아니라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으로 발제를 마쳤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민주노총 오민규 미조직비정규직전략사업 실장은 최저임금 1만원과 기본소득은 동급의 의제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기본소득은 단순히 소득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을 위한 큰 전략 차원에서 제시되는 사회담론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기본소득 자체가 인간적인 삶을 위한 소득이라는 측면에서 사회변화의 중요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민규 실장은 현재 조직된 노동자들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어떤 변화의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와 연동해서 기본소득을 풀어볼 것을 제안합니다. 

얼마 전, 민주노총은 재벌개혁과 노동자․서민 살리기 6대 요구사항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노동개혁 프레임을 재벌개혁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일환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불안정노동 문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 책임을 재벌에게 묻자는 것이 첫 번째 요구입니다. 특히 사내유보금 환수와 재벌을 향한 강력한 누진세 적용을 통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자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둘째, 노동시간 단축입니다. 실 노동시간을 1,800시간에 맞추자는 것입니다. 셋째, 최저임금 1만원 보장, 넷째 노동조합 활동 보장, 다섯째,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여섯째, 실업부조와 구직수당 제도의 도입 등이 6대 요구사항입니다. 

이러한 요구는 노동시장의 ‘선순환구조’를 목표로 합니다. 잔업과 특근을 해야만 200만원을 갓 넘기는 노동자에게 노동시간단축은 쉽게 수용될 수 없는 정책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저임금 1만원과 함께 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조직노동자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실업부조와 구직수당 등으로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선순환 구조이며, 대중화전략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정책 수준에서 투쟁의 요구사항을 선명하게 내세우는 전략을 선택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대중운동의 요구로서 발전시키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서민을 위한 6대 요구사항은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전략이라고 오민규 실장은 말합니다. 그러면서 묻습니다. 기본소득의 대중화전략은 무엇인가? 기본소득이 단순히 정책적인 요구나 상대편을 설득시키기 위한 논리가 아니라, 어떻게 노동자 계급을 조직하고 대중운동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 오민규 실장의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소통과 대화, 토론과 논쟁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르바이트노조의 이혜정 사무국장은 암담한 알바 노동자들의 현실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12시간씩 일하는 사람도 즐비하고,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급여, 특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에게 급여는 오늘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버스 타고 집에 가느냐 걸어가느냐, 삼각 김밥을 먹느냐 백반을 먹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노동 그 자체가 절박한 문제라서 양질의 노동을 가리는 것도 사치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아침은 대충 삼각 김밥으로 해결하고 저녁에 밥 한 끼를 해결하는 1.5끼의 세대이기도 합니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과외와 알바는 필수입니다. 졸업 후 3년이 지나야 취직할 수 있고, 학자금 대출이 끝나면 전세자금대출이 시작되고,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에겐 미래를 저당 잡아 빚으로 사용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됩니다.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상태에 놓인 알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최저임금의 문제나 기본소득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혜정 사무국장은 이야기합니다. 

이혜정 사무국장이 생각하는 기본소득은 “나쁜 일자리를 시작하지 않을 수 있는 빽"입니다. 매니저가 모욕적인 쌍욕을 하더라도, 사장이 대놓고 성희롱을 하더라도 일자리 없어질까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됩니다. 질 낮은 노동을 하지 않을 용기를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혜정 사무국장은 기본소득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실현가능성을 생각하면 암울하다고 말합니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최저임금 1만원은 모두가 사치스럽고 허황된 의제라는 인식이 커다란 벽이었듯이, 기본소득은 더 큰 벽을 만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어떤 전략과 기획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이혜정 사무국장은 말합니다. 

발제와 패널 토론이 끝나고 이어진 전체토론에서는 크게 두 가지 화두가 중심이었습니다. 하나는 임노동 밖의 노동을 포함한 노동운동의 보편적인 요구사항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둘째, 기본소득의 대중화전략 혹은 사회의제로서의 프레임을 어떻게 짤 것인가? 전자의 경우 임노동 밖의 장애인, 한부모가족, 예술인, 농민 등 이들의 요구사항을 묶을 수 있는 ‘보편적 소득’의제가 나와야 한다는데 모두 공감했고, 기본소득이 이들과 연대의 고리로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의제가 될 것이라는데 큰 이견은 없었습니다. 후자는 기본소득운동의 과제이기도 한데, 대체로 참석자들은 노동운동 진영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충분한 토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과 같은 흡입력 있는 프레임을 짜기 위한 기획이 필요한 것입니다. 다만 기본소득이라는 단일 의제로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기가 어렵다면,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과 ‘패키지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포럼을 통해 다양한 시민사회노동운동 영역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작지만 의미 있는 논의가 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회변화에 대한 확신과 공감이 형성된다면 기본소득은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것입니다. 물론, 기본소득의 문제의식은 기존 운동의 방식과 경로와는 다른 결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새로우면서 다층적인 대중화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일정한 시기가 되면 사회적 담론으로 떠오르는 최저임금과는 다르게, 기본소득은 구름처럼 떠 있는 논의의 조각들을 땅 아래로 끌어내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발 한 발 다가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토론하라!’ 오늘 참가자들의 공통된 요구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본소득 논의가 더 풍성해지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