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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칼럼
드라이브 말고 ‘공유’를 이야기하자

드라이브 말고 ‘공유’를 이야기하자

 

김현 (모심과살림연구소)

    

 

 

오래 전 초등학교 교실에서 과학의 날을 맞아 그리던 미래공상과학 그림에 단골로 등장한 소재는 ‘날아다니는 자동차’였다. 그 시절 상상의 세계로 존재하던 2015년 오늘, 아직 날개를 달지 못한 자동차는 꽉 막힌 도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차의 겉모습보다 획기적인 변화는 차와 관계 맺는 방식에서 나타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바야흐로 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이용하는 시대. 그 아이들의 상상 속에는 없었던 ‘공유하는 차’가 거리를 누비고 있다.

    

 

‘소유’에서 ‘이용’으로 갈아타는 사람들


 

대도시, 특히 서울은 ‘내 차’가 없어도 괜찮은 도시다. 거미줄처럼 반경을 넓혀 가는 지하철 노선에다 막차와 첫차 사이를 메워주는 심야버스까지, 언제 어디서든 발이 묶일 일은 없을 것만 같은 뚜벅이들의 천국.


 

그렇다보니 개인 차량을 꼭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란 한정적이게 마련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차량 이용률은 8%, 즉 하루 24시간 중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RAC Foundation, 2012). 잠깐의 쓰임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묵묵히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오랫동안 집과 더불어 강한 애착을 갖는 소유물의 상징으로 군림했지만 도심 교통체증과 주차난의 심화 속에 이제 누군가에게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자동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차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많은 짐을 옮겨야 한다거나, 아픈 아이나 반려동물을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할 때,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곳,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상황… 그렇게 꼭 필요할 때 휴면 상태로 세워져 있는 차를 필요한 만큼만 쓸 수 있다면? 이런 공상 같은 생각은 그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유를 손쉽고 간편하게 하는 기술이 결합하면서 실제 가능한 일이 되었다.

카셰어링은 이미 60여 개 국가, 1000여 개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 40%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경제 상황과의 연관성을 짐작하게 한다. 버스, 지하철, 택시에 이은 제4의 대중교통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실현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성미산마을에서 ‘자동차 두레’라는 이름으로 공동체 성격을 띤 카셰어링이 처음 시도된 이후 군포YMCA가 카쉐어링사업을 시도했으며, 카셰어링 기업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규모화 되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 카셰어링 업체 두 곳은 각각 2,000대, 3,000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중복이용자 포함). 아직은 이용률이 저조하지만 아파트단지에도 카셰어링이 도입, 시행 중이며(‘LH행복카’ 2013년부터 아파트단지 50곳에서 운영), 최근에는 기차역 등 대중교통과 연계한 카셰어링 서비스도 등장하는 등 접근성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단단한 ‘소유’의 틀을 깨고 보다 유연한 공유 혹은 이용의 지대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주목하는 까닭은 우선 카셰어링이 실제 차량 소유와 이용을 줄임으로써 각종 사회․환경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 등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카셰어링 이용에 따른 보유차량의 처분, 차량구매 연기 비율은 30.6~51.0%, 카셰어링 1대당 승용차 대체효과는 전국적으로 16.8대(서울의 경우 8.3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용자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가용 차량을 늘리고 접근성을 높여야 하는 카셰어링 사업의 속성상 현재는 거점 확대 및특히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이용 장려와 광고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당장의 효과보다 근본적으로 물어야 할 것은 ‘공유하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일 것이다.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그 사이 어디쯤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 영역에서 공유 열풍이 불고 지자체에서도 공유경제 확산에 적극적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성숙한 공유문화가 정착되기란 요원하다고 보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탓이다. 자동차의 경우, 공동체 기반이 아닌 기업형 카셰어링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차를 공유한다기보다는 비용을 지불하고 빌려 쓴다는 인식이 더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내 것과 내 것 아닌 그 중간 어디쯤 있는 ‘공유’는 경제적 유인에 더해 내 생활의 무게를 덜어내고 그만큼의 자리를 타인(이웃)과의 관계의 확장으로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실제, 회원제로 운영되는 카셰어링이 렌터카 서비스와 가장 차별화될 수 있는 지점은 근거리 회원들끼리 동일한 공유차를 이용하면서 일종의 커뮤니티가 구축되고 유대감과 공감대 형성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옆집 사람이라는 공간적 기준을 넘어 SNS와 웹으로 연결된 수많은 이웃들이 존재하는 시대에 공유의 기술은 그 자체로 관계의 풍요를 위한 기본 조건이다.


 

공유재 연구자 데이비드 볼리어는 최근 국내에 번역된 저작 『공유인으로 사고하라』에서, “공유는 기본적으로 세상을 다른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문화적 관습이자 전망”이라고 했다. 차를 함께 타는 일이 그 문화적 관습을 만드는 출발이 되기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단지 ‘내 차’가 없는 일정 시기 동안 저렴하고 부담 없이 자동차를 이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유의 즐거움과 유용함을 경험으로 체득하고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그리고 공유로도 ‘충분’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 그를 위해서라도 버스 겉면과 곳곳의 버스정류장 광고판에서도 ‘드라이브 권하는’ 카피 문구보다 매력적인 공유 라이프를 어필하는 광고를 더 많이 볼 수 있게 된다면 훨씬 반가울 것 같다.

 

 

 

 

참고

「카셰어링의 사회경제적 효과」, 경기연구원, 2015.

“‘내 차’를 꼭 가져야 하나요?”, 다음 스토리펀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