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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칼럼
개헌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새누리당을 앞세운 공포정치에 반대한다

공포의 정치를 멈춰라

 

선거가 다가올수록 야권단일화 압력이 강해진다. 논리는 단순하다. 새누리당의 당선을 막기 위해, 최악을 막기 위해 단일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주장은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논리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는 이유가 하나 더 붙었다.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개헌가능의석(200석)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 신문들이 이번 총선의 최대쟁점이 ‘야권 분열’이라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합리적인 주장은 새누리당의 압승이라는 공포 앞에서 뒷걸음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정책선거라는 말도 무의미해졌다. 다른 어떤 선거 때보다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고, 정책과 관련된 논쟁도 없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위협과 안보를 빌미로 투표를 강요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위협을 빌미로 지지를 강요한다. 녹색당은 새누리당과 북한의 조선노동당을 ‘여권연대’라고 부르며 탁월하게 비판한 바 있는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도 공포를 피하려면 자신들을 지지해야 한다는 식의 ‘공포연대’를 맺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공포에 시달려야 할까?

 

야권연대가 이뤄지면 정치가 달라질 수 있을까? 역사를 돌이켜보면, 집권여당은 필요하면 정치연합/야합을 구성했다. 1988년 4.26 총선에서 헌정 사상 첫 ‘여소야대’ 국회가 구성되었다. 당시 노태우의 민주정의당은 34% 득표에 그쳤고,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23.8%,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이 19.3%,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15.8%를 득표했다. 그러자 노태우는 김영삼, 김종필과 손을 잡고 1990년 1월 민주자유당을 창당해서 216석의 거대야당을 만들었다(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민자당 소속의 국회의원이었다). 지금처럼 여야 간의 차이가 없다면 선거 이후의 헤쳐모여도 어렵지 않다. 기득권 정당들은 필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고, 선거가 끝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야권연대에 매달려야 할까?

 

 

개헌은 막아야 할 과제인가?

 

새누리당 때문에 마치 개헌이 한국사회를 후퇴시킬 것처럼 얘기된다. 하지만 개헌은 녹색당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정치와 경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분권과 탈성장,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녹색당도 헌법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녹색당에게 개헌은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다. 오히려 개헌과 관련된 논의가 시작되었을 때 녹색당이 국회에 있어야 한다.

 

국회 내에 우리 입장을 대변할 사람들이 없으면 모든 개혁은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되기 쉽다. 역사를 돌이켜 보자.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그런데 헌법을 논의하는 자리에는 여당과 야당대표 8인만이 참석했고, 불과 한 달 만에 개헌안이 쿵짝쿵짝 만들어졌다. 헌법을 개정하도록 만든 시민들은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고 국민투표를 통해 이를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이런 역사를 반복해야 하나?

 

새누리당에 대한 공포 때문에, 개헌을 막기 위해 야권연대를 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다양성을 회복하고 한국사회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다양한 정당들이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더 이상 공포에 쫓겨 다니지 말자. 역사는 반복되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반복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