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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칼럼
경쟁과 성장을 넘어 호혜적 관계에 기반한 공동체 사회로

경쟁과 성장 중심의 세계관이 만든 인류 공멸(共滅)의 위기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공동체’, ‘마을’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된다. 이는 시민사회운동 내에서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을’과 ‘공동체’는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이 말들이 빈번하게 사용되고 정책 과제로도 중요시되는 이유 또한 같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공동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과거의 공동체적 생활에 대한 향수 때문만이 아니다. 공동체가 파괴된, 점점 더 파괴되는 세상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감되는, 인류 공멸에 대한 위협으로 거론되는 것은 생태환경의 파괴와 빈부격차의 증대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은 한 뿌리에서 나온다. 모두 성장에 기반한 경쟁 중심의 사회발전 패러다임이 초래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생태발자국’이란 개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개념이 설명하는 것은 일부 잘 사는 사회의 잘 사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소비하기 위해 생태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의 자원에 대한 과소비는 필요한 만큼의 적절한 자원을 소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제・국내적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인류 공멸의 심각한 위기임을 인식하면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데에는 ‘나’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기인한다. 오히려 ‘나’의 고통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만들고 심화시킨다. 그러다보니, 세상은 ‘우리’의 고통과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려 하기보다 점점 더 남과의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강화시킨다.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 중심의 사회발전 패러다임은 성장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제 성장은 멈췄다. 이런 상태에서 경쟁에서 승리해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니,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기는 할까?

 

 

내적 관계를 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공동체운동

 

이제 더 이상 경쟁을 통해 세상이, 우리 사회가 발전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공동체라는 화두가 점점 더 중요하다. 경쟁보다는 상호부조적인 관계망을 만들고 확대시키는 것이야 말로 우리 사회와 세상이 처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마을과 공동체가 중요하게 거론되는 데에는, 우리가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이런 문제 인식과 해결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공동체를 그 구성원들 간의 긴밀한 관계로만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공동체를 폐쇄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지난 100년 이상에 걸친 공동체 경험에 의하면, 이와는 좀 다른 공동체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랜 동안 공동체 실험을 발전시켜 온 공동체주의자들에 의하면, 특정한 공동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공동체적이어야 한다.

 

이는 공동체의 개방성을 의미한다. 공동체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단지 폐쇄적 공동체 몇 개를 만들려는 시도를 넘어, 우리가 사는 사회와 세상의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공동체 시도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동체는 그 자체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사회 재편 전략

 

지역에서 다양한 공동체 마을을 만들려는 시도는 중요하다. ‘나’의 이해를 ‘우리’의 이해로 수렴하는 과정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우리 사회의 대안이 실현되리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런 시도들은 보통 특정한 이해를 공유하는 이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체를 통해 그 특정한 이해가 일정 정도 해소된다고 해서, 개인의 삶이 총체적으로 행복해 질 수 없다. 또한 그런 세상이 오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이 정도 공동체로는 우리 사회와 세상의 대안이라 하기 어렵다.

 

한 사람에게는 온 우주의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 그러기에 한 개인의 몇 가지 욕구가 충족된다고 그 사람의 온 존재가 풍요롭고 행복해 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지역사회도 이 세상의 모든 문제가 내재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장이다. 따라서 우리 각자의 삶과 지역사회, 그리고 나아가서 우리 세상이 행복하고 풍요로울 수 있기 위해서는 그러한 다양한 이해로 모인 공동체들이 서로 만나고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그 만남이 구체적이기 위해서는 안면성이 보장된 지역사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공동체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은 ‘우리끼리’의 이해를 넘어 보다 넓은 이해 및 사람들과 접점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첫째, 각 공동체들이 다양한 공동체들과 긴밀히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변화의 ‘힘’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 한 가지는 공동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이해를 가진 공동체와 만나면서 그 다양한 이해들을 자신의 이해로 자연스럽게 내재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동체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이 총체적으로 녹아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두 가지는 별개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시도되는 공동체 마을은 우선 같은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들과 긴밀하게 만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즉,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힘과 공동체적 내공을 갖춘 시민들이 양성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공동체 내공을 지속적으로 깊게 하고, 지역사회를 넘어 세상과 만나기 위해서... 그래서 공동체는 공동체‘운동’을 통해 그 의의가 드러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