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로고
알림 - 칼럼
성남시 청년배당, 성공의 열쇠는 가맹점

“나는 이미 망했어요.”

 

만24세 한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이 청년은 지난 5월 중순, 녹색전환연구소가 성남시 청년배당을 지급받는 대상자 중, 무작위로 모집하여 심층인터뷰(FGI)를 진행했던 13명 중 한 명이었다. “나는 내 아버지보다 잘 살 수 있을까?”를 여러 번 되뇌면서 도달한 결론이 “나는 이미 망했다”였다. 우리가 만났던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했다. “이전 세대보다 물질적으로 윤택하게 살아가겠지만, 살아가는 길은 그들보다 더 힘들 것이다”라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더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먹고 살아갈 길’에 대한 불안이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성남시 청년배당은 청년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지난 1월과 4월, 성남시는 만24세 청년 약 11,000여명에게 각각 12만5천원의 ‘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했다. 이들은 주로 생활비(41%)로 사용하고 자기개발비(18%)로 사용했다. 96.3%의 청년은 청년배당이 현재의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66.7%의 청년들은 계획대로 분기별 25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답했고, 8.2%는 25만원보다 더 늘여야 한다고 답했다. 적어도 75%에 가까운 청년들은 성남시의 청년복지정책에 발목을 잡는 정부의 대응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다. 이는 성남시가 지난 4월에 2,866명의 청년배당 대상자를 설문조사한 결과다.

 

 

최근 몇 년간 청년이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정부와 정치권도 청년정책을 앞다퉈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심층인터뷰에 참여했던 청년들은 “피부에 와 닿은 청년정책은 청년배당이 유일하다”고 말한다. 한 청년은 “동사무소에 가서 서명하고 내 손에 13장의 상품권이 쥐어진 순간, 진짜 청년정책이 시행되는구나”라고 느꼈다. 직접지원이라는 아날로그 방식이 이 정책의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청년정책은 선별적 성격이 강하다. 자격 기준에 따라 서류를 작성하고 왜 혜택을 받아야 하는지 증명해야 한다. 모멸감을 감수하면서. 그러나 청년배당은 만24세 청년이 어떤 처지에 있든 조건 없이 지급된다. 그래서 숱한 청년정책이 발표되고 시행되지만, 보편성을 띈 청년배당만큼 강렬함을 지니지 못한다.

 

심층인터뷰에 참여한 13명의 청년에게서 몇 가지 청년배당 성공의 꿀팁을 발견했다. 그 중에 하나는 가맹점과 관련된 것이다. 알다시피, 성남시 청년배당은 지역 내에서만 유통 가능한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다. 이 상품권은 가맹점으로 등록된 상점에서만 사용가능하다.

 

이 가맹점은 몇 군데나 될까? 성남시는 홈페이지에 가맹점이 정리된 액셀 파일을 올려놓았다. 6월 14일 현재, 2,551개의 가맹점이 정리되어 있었다. 식당, 화장품가게, 생선가게, 슈퍼, 치킨집, 사진관, 의류점, 피자집, 미용실 등등 업종별 취급품목이 총망라된 느낌이다. 그러나 2,551개의 가맹점이 얼핏 많아 보이지만, 60,841개(2015.12.31 기준)의 성남시 전체 사업체 수를 감안하면 4.2%로 미미한 수준이다.

     

청년들은 “모바일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가맹점을 다운받아서 봤더니 아주 작은 글씨로 나왔어요. 가맹점 찾기가 불편했어요.”, “책을 구입하려고 서점을 찾아봤더니 8군데 정도 있더라구요.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갔더니 너무 영세해서 제가 찾고자 하는 책은 없었어요.”라고 말한다. 청년들은 공통적으로 가맹점 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가맹점의 수는 접근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늘리는 것이 성남시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보인다.

   

 


업종의 다변화도 과제 중에 하나다. 만 24세의 청년들은 대학생이거나 구직하려는 청년들이 대부분이다(설문자의 67%). 어떤 청년은 자기개발을 위한 학원 수강비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고, 토익이나 토픽 인지대 지원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서적을 고를 수 있는 중대형의 서점이 필요하거나 교통비와 같은 실질적인 혜택이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청년도 있었다. “학원을 찾아보았으나, 저에게 필요하지 않는 태권도장이 대부분이었어요.”, “취직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곳들은 지원이 안되더라구요.”, “여기 저기 이동하다보면 교통비가 만만치 않아요. 대중교통비 지원도 가능하면 좋겠어요.”

 

가맹점에 대한 홍보에도 힘을 써야 한다. 등록된 가맹점의 점원이 상품권 사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상품권으로 지불할 때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아직은 상품권 사용이 불편하다. 현재는 상품권 1장의 80% 이상을 사용할 때 거스름돈을 지불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곳에서 이런 기준이 무시되기도 한다. “상품권 사용을 위해 전화로 받아 주냐고 물어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상품권을 냈을 때 처음 받아본 반응에 당황스러웠어요.”, “거스름돈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더라구요.” 시행 첫해라는 과도기 상황이라는 점에서 청년들은 아직까지 관대한 입장이다. 그러나 성남시 차원의 전반적인 점검은 필요하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액셀파일이 유일한 가맹점 정보다. 가맹점의 수가 적다보니 생활하는 동선에 자신이 필요한 가맹점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는 부러 파일을 다운받아 찾아야 한다. 어떤 이들은 다운로딩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도 했고, 어떤 청년은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액셀 시트에 열거된 가맹점을 찾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고 말한다. 액셀파일 이외의 정보 전달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가령, 현재 위치에서 가맹점을 찾을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기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사용하기 불편해서 상품권을 사용한 친구가 없어요.”, “저는 취업준비생인 형에게 줬는데, 형도 쓰기가 불편하니까 엄마한테 양도를 했어요.”, “처음에 사용법을 잘 몰라서 엄마 드렸어요.” 청년을 위한 정책이 정작 청년이 사용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 그래서 사용방식의 편리성에 대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프렌차이즈 상점에 대해서는 논쟁 지점이다. 성남시는 의도적으로 대형 할인마트나 유명한 브랜드 프렌차이즈 업체를 가맹점으로 등록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역 소상공인을 배려하겠다는 취지인데, 청년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적다. 성남시 예산을 외부반출 없이 지역 내에서 환류시키겠다는 성남시의 취지는 합리적이다. 지역 상공인들도 이 점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용자의 불편함을 덜어주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미 프렌차이즈 상점이 번화가를 지배하고 있고, 특히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역 주변에 다수의 업체가 포진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절대적인 가맹점 수를 늘리거나, 프렌차이즈 업체에 대해서는 별도 보완책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가령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대형 할인마트는 현행 정책대로 유지하면서, 소규모 프렌차이즈 상점은 별도의 기준을 따져볼 수 있다. 상점의 주인이 성남시에 거주하는 주민이거나,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업체라면 허용범위를 다시 설계해볼 수 있을 것이다.

   

 

7월이면 세 번째 청년배당이 지급된다. 점점 경험이 축적되면서 허점이 드러나고, 이에 따른 보완책들이 나올 것이다. 성남시는 지금까지 지급했던 상품권을 가을부터 ‘현금카드’로 대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사용의 편리성은 더 수월해질 것이다. 그러나 가맹점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청년배당 취지를 더 확장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어떤 이들에겐 청년배당이 작은 행복감을 주었을 것이다. 가장 행복한 나라 4위인 스위스 국민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기본소득 국민투표를 발의했듯이, '더 행복해지는 것‘에 대해서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청년배당이 그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 이 글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의 ‘초록발광’에도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