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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청년배당 498명 설문조사 요약보고서 - 환대의 징표, 청년배당

498명의 청년들을 조사하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 7월. <녹색전환연구소>와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는 성남시 청년배당 당사자 498명의 설문조사를 마쳤다. 애초 설문지 530여부가 걷혔지만, 답변이 미진하여 분석 가치가 떨어지는 설문지는 제외하였다. 그렇게 해서 최종 498부가 선택되었고, 지난 9월 28일, 토론회를 통해 설문결과가 발표되었다.

 

 

이화여대 이승윤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결과”였고 “기본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까지”한 설문결과였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녹색전환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종 보고서) 이 글에서는 주요한 내용만 요약해서 싣는다.

 

498명의 설문 응답자는 모두 만 24세 청년들이다. 성남시는 분기가 시작하는 달, 20일에 각 주민센터에서 상품권으로 청년배당을 지급한다. 1월, 4월, 7월, 10월이 해당하는 달이다. 이번 조사는 세 번째로 지급하던 7월 20일 즈음에 이루어졌다. 498명 청년 중, 여성이 233명(46.8%), 남성이 265명(53.2%)이었다. 91,9%가 부모 등 가족과 거주하고 있고, 1인 가구는 3.2%에 불과했다. 1인 가구의 비율이 낮은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겠으나,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충족하지 못한 청년의 처지에서 가족과 거주하는 것이 실용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한편으로 성남시는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중교통이 나쁘지 않은 점도 독립생활을 배제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응답자 중, 비학생이 57.2%로 (대)학생 비율 42.3%보다 많았다. 소득이 없다고 답한 청년은 40.8%였고, 아르바이트는 21.3%, 정규직 직장인은 20.7%였다. 인턴을 포함한 비정규직은 11%였다. 만 24세는 91년생으로, 학업을 이어가지 않는다면, 대체로 여성은 대학 졸업 후 2-3년이 지난 시기이며, 남성은 졸업과 취직을 동시에 준비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설문 참여자 중, (대)학생 비율이 42%가 넘는다는 것은 청년들의 사회진출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개인의 의지보다는 사회적 여건에 기인한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 방식의 우편물, 현수막 등도 홍보 효과가 있다

 

청년들은 어떤 매체를 통해 청년배당을 처음 접했을까? 단연 ‘인터넷’이 높은 수치로 1등을 차지했다. 35.9%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시에서 발송한 우편물’로 처음 접했다고 답한 청년 비율이 30.9%로 인터넷과 큰 자이를 보이지 않는다. ‘포스터․플랜카드’로 접한 청년은 14.5%였다. 이 둘을 합치면 45.4%가 넘는다. ‘인터넷’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유인물이나 포스터 등 아날로그 방식이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곱씹어볼 만하다. ‘일간신문․방송’을 통해 접했다고 답한 청년은 9.8%에 불과했다. 분명한 것은, 그동안 정보전달 역할을 해왔던 전통적인 매체의 영향력이 사라지면서 ‘매체의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뜻한다.

 

청년들은 12만5천원 상당의 상품권을 어디에 사용했을까? ‘마트․가게’에서의 사용이 가장 많았고(167명), 재래시장(95명), 식당(87명), 서점(42명) 등의 순이었다. 주로 생활필수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특징적인 현상은 12만 5천원이라는 한정된 상품권이지만, 마트, 가게는 물론이고 서점, 미용실, 안경점, 식당, 영화관, 옷가게, 정육점 등 다양하게 활용한 청년이 있었던 반면 1-2회 사용에 그친 청년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설문조사 전에 13명의 청년배당 당사자 심층인터뷰(FGI)에서도 드러난 것인데, 어떤 청년들은 상품권 활용도가 높은 반면, 어떤 청년들은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다. 왜 누구는 활용도가 높고 누구는 낮은가? 명확한 원인은 찾기 어렵지만, FGI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었던 것은 적은 돈이지만 절박하게 필요했던 청년들이 대체로 활용도가 높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본소득이 주어질 경우, 가난한 사람들에겐 유용한 생활비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보편복지의 우수성을 증명하다

 

보편복지정책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잘 보여준 문항이 “청년배당 수령절차”에 대한 것이다. 12만 5천원의 상품권을 수령 받는 과정이 얼마나 간편하게 구조화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응답자의 95.6%는 배포하는 장소가 집에서 가까웠다고 답했고, 97.4%가 수령 받는 절차가 간단했다고 답했으며, 94.8%가 수령시간과 수령기간이 충분했다고 답했다. 절대 다수의 대상자들은 수령절차를 긍정적 평가하고 있었다.

 

이는 보편적 복지가 지난 강점을 잘 드러낸 결과다. 절차가 매우 간편하며 낙인이 없고, 대상자 간의 경쟁이 없다. 본질적으로 다른 정책이긴 하지만, 서울시 청년수당과 비교하면 그 우수성이 증명된다. 가구소득, 미취업기간, 부양가족 수 등이 명시된 서류들과 활동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서울시 청년수당은 복잡한 수순을 밟아야 한다. 그리고 심사를 거쳐 3,000명의 대상자를 선발해야 하는데, 이번 모집에는 6,300여명의 청년들이 지원했다. 지난 9월 28일 결과발표회에 참석한 신지예 오늘공작소 대표에 따르면 한 명의 심사위원들이 400여 장의 서류를 심사했다고 한다. 선별복지는 낙인의 효과가 농후하면서 행정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설문에 참여한 청년들의 64.7%는 애초 지급 예정금액이었던 25만원이 현실적으로 가장 적당한 금액이라고 답했다. 이는 1년에 100만원의 금액이며, 월 8만3천 원 가량이다. 청년들은 보건복지부가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을 불수용하면서 배당액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와 연동된 질문으로 “보건복지부의 논리와 성남시의 논리 중 누구를 더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서 87.8%의 청년인 437명이 성남시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정부의 태도 변화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청년배당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조사의 결과를 보면, 95%의 청년들은 청년배당이 매우, 혹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고, 95%의 청년들은 성남시가 청년의 삶을 매우, 혹은 어느 정도 배려한다고 답했으며, 94.6%의 청년들은 청년배당을 통해서 지역에 매우, 혹은 어느 정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93.3%의 청년들은 청년배당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매우, 혹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또한 92%의 청년들은 성남시 청년배당은 매우 혹은 어느 정도 예산의 적절한 사용이라고 답했고, 84.5%의 청년들은 조건 없이 동일한 금액을 지급한 것에 대해 매우, 혹은 어느 정도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94.2%의 청년들은 대상연령을 지나서 정책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청년배당 정책이 매우, 혹은 어느 정도 유지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보편복지제도의 확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시민들의 복지정책의 경험이다. 설문결과를 보면 청년배당이 청년들에게 성남시의 청년정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보편적 복지의 효과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청년배당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청년들은 95.3%이며, 이를 통해 성남시와 청년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청년들은 각각 95.6%, 95.9%에 달했다. 이러한 복지경험이 청년배당 예산의 적절성, 보편성, 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각각 91.9%, 84.5%, 94.2%의 높은 긍정적 응답을 이끌어 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청년배당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다

 

기본소득을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는 190명이었다. 38.2%의 비율이다. 언뜻 보면 낮은 비율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다른 지역 혹은 전체 국민들의 인지도와 비교한다면 낮은 수치는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기본소득을 인지하고 있던 190명의 청년 중, 137명(72.1%)은 청년배당이 기본소득에 근거를 둔 정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과관계가 명확치는 않지만, 청년배당 정책이 기본소득의 인지도를 높인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이와 상응하여, 전체 응답자에게 기본소득 실시에 대한 공감도를 물었다. 19.9%는 매우 공감했고, 61.8%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답했다. 81.7%의 청년들은 기본소득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기본소득을 알고 있다고 답한 청년들의 26.8%는 매우 공감, 59.5%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답했고, 기본소득을 모르는 청년들 중 15.7%는 매우 공감, 63.9%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답한 점이다. 전자의 경우, 전체 응답자 81.7%보다 4.6%p가 높은 수치였고, 후자의 경우 전체 평균보다 2.1%p가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기본소득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설문의 샘플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기본소득의 인지도를 높이고 필요성을 확장시켜나간다면 기본소득 정책을 실시하는데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연관된 질문으로, 기본소득을 공감한다고 답한 407명에게 “기본소득을 실시할 경우,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는가?”를 물었다. 총 407명 중, 247명은 기본소득을 위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60.7%의 비율이다. 반면, 150명의 응답자는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없다고 답했다. 36.8%의 비율이다. 기본소득에 공감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36.8%의 사람들이 증세에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60%가 넘는 청년들은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에 공감하고 있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결과가 일반 대중들의 생각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신뢰도가 전제된다면 증세에 대한 국민 저항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문항은 “기본소득 찬반을 떠나, 매월 어느 정도의 금액이 적당한가?”에 대한 응답이다. 이 문항은 ‘기타’를 포함해 총 4개의 보기를 제시했다. 전체 48.4%의 응답자는 ‘현재 한국 정치권에서 제안되고 있는 30만-40만’ 수준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모두 241명으로 가장 많은 응답자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 정치권의 30-40만원은 녹색당과 노동당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제안한 금액이다.

 

171명의 응답자는 ‘재원 부담을 덜기 위해 10만-20만’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34.3%의 비율이다. 70명(14.1%)의 응답자는 지난 6월 실시된 스위스 국민투표를 주도했던 그룹에서 제안한 80-90만원(한국 물가기준)을 선호했다. 어느 한 쪽이 전폭적으로 우세한 수치는 아니지만, 응답자의 약 63%는 30-40만 원 이상이 적당하다고 보고 있었다. ‘청년배당을 지급받는 청년’이라는 샘플에 한정해서 실시된 조사이긴 하지만, 기본소득의 적정 금액에 대한 근거 데이터로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청년배당, 더 확대되어야 한다

 

제도가 가져다주는 사회적 신뢰가 있다. 성남시가 청년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할 당시만 하더라도 기대뿐만 아니라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했고,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을 지진 사람들이 많았다.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은 아예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청년배당 당사자인 만24세 청년들도 상품권을 지급하기 전까지 냉담자였을 지도 모른다. 13명의 청년배당 당사자 심층인터뷰에 참여했던 청년들의 대체적인 반응도 “왜 나에게 배당을?”이라는 의문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성남시는 약속했던 대로 분기마다 청년배당을 지급했고, 10월 20일에 올해 마지막 네 번째 배당이 지급됐다. “때가 되면 당연히 지급하는 청년배당”이라는 인식이 서서히 연착륙된다는 느낌이다. 제도가 예측가능하게 지속화된다는 점에서 제도가 가져다주는 사회적 신뢰는 어느새 청년들의 뇌리에 유전자로 박히게 될 것이다.

 

보편복지는 낙인효과나 과도한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청년배당이다. 498명의 청년 중에서 상품권 수령 절차가 복잡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절차의 간편성만으로는 퍼펙트한 제도다.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검토하는 과정이 삭제됨으로써 만24세 청년은 어떠한 차별 없이 평등해졌다. 추가되는 행정비용도 존재할 수 없다. 잘 설계된 제도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청년배당이 우수한 설계라고 호평 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다른 세대나 다른 계층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청년배당 지급매체인 상품권은 현금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부담 없이 다른 세대로의 자유로운 양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모든 세대에게 이롭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가장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실제로 청년배당 정책을 가장 반기는 곳도 지역 소상공인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남사랑상품권’이 성남시 내에서만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청년배당 상품권을 사용한다면, 외부로 유출 없이 고스란히 지역 상권으로 흘러간다. 경제적 승수효과는 지대하다.

 

청년배당은 적어도 수령 당사자들에게 다방면의 곱씹을 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가령 (지방)정부가 청년의 삶을 배려했다는 느낌, 그럼으로써 공동체 일원으로 환대를 받는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많았다. 지역에 관심을 더 기울에게 된다는 점이나 조건 없이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판단한 점, 본인이 청년배당 대상자가 아니어도 지속적으로 정책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연대의식을 확인한 점도 흥미로운 결과였다.

 

가맹점을 더 확보하는 문제나 애초 지급예정이었던 배당 금액의 상향 조정과 다른 연령대로의 확대, 보다 적극적인 홍보 등은 보완되어야 할 점이다. 이런 과제들은 성남시가 제도 실행 과정에서 조금씩 메워나가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하나의 정책이 다방면에 걸쳐 중층적인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청년배당 정책이 성남시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불안정한 노동의 사회에 갇혀 있는 청년세대에게 숨통을 틔워준다면 궁극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세밀한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