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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칼럼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효과

 

1. 그 시작에 말하는 끝

 

이 글에서는 ‘20명으로 구성된 가상의 경제’를 설정하여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효과를 알기 쉽게 보여주고자 한다. 비록 가상의 경제이긴 하지만, 김낙년, 김종일(2013)의 ‘<부표 1> 수정된 소득분배 지표’에 나오는 2010년 가처분소득 소득분배 자료를 바탕으로 20명의 소득을 구성하여 비교적 최근의 우리나라 현실을 적극 반영하였다. 이 표에는 지니계수, 5분위배율뿐만 아니라 균등화 10분위소득의 분위별 값과 평균값, 경곗값(p10, p20, p30, p40, p50, p60, p70, p80, p90)이 제시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집계수치만으로도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효과를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부표 1>에서는 가처분소득뿐만 아니라 시장소득의 소득분배지표도 함께 보고하고 있는데, 본고에서 둘 중 가처분소득을 선택한 것은 현행 사회복지를 전혀 대체하지 않은 채 기본소득을 추가로 도입하였을 때의 소득재분배효과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글에서 통계청의 공식자료를 이용하지 않고 김낙년, 김종일(2013)에서 보고한 집계자료(aggregate data)를 굳이 활용하는 이유는 모의실험(simulation) 분석 시 주로 사용하는 가계조사 자료가 (최)상위소득자의 누락(undercoverage)과 과소 소득보고(underreporting) 문제에 취약하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로 인한 지니계수 등 소득불평등 지표의 과소추정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국세청의 소득세 자료와 한국은행의 국민계정을 활용하여 (최)상위소득자의 누락과 과소 소득보고를 보정한 결과, 2010년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339에서 0.415로,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08에서 0.371로 대폭 증가하였다(각각 0.076(22.42%)과 0.063(20.45%)의 괴리). 즉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한 통계청의 공식지표가 우리나라의 실제 소득불평등 정도를 상당히 과소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 글에서 설정한 ‘가상의 경제’를 제시하고, 본고에서 활용하는 소득분배지표인 5분위배율, 10분위배율, 지니계수를 설명하며, 가상의 경제에서 각각의 소득분배지표 값이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보인다. 다음으로 평률소득과세-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Flat Income Tax; UBI-FIT)에서 세율이 변화함에 따라 각각의 소득분배지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소득세 과세 후’와 ‘기본소득 지급 후’, 이렇게 두 단계로 나누어 분석결과를 보고한다. 마지막으로 분석의 결과를 요약하고 함의를 제시하면서 글을 맺는다.

 

2. ‘가상의 경제’에서의 소득분배지표

 

<표 1>은 김낙년, 김종일(2013)의 ‘<부표 1> 수정된 소득분배 지표’에 나오는 2010년 가처분소득 소득분배 자료를 활용하여 만든 ‘20명으로 구성된 가상의 경제’를 나타낸 것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오름차순으로 정렬하였다. 여기서 월소득의 최솟값은 46만 4천원, 최댓값은 865만 2천원, 평균은 231만 4천원, 중앙값은 180만 8천원이다. 참고로 왜도(skewness)는 2.36, 첨도(kurtosis)는 6.56로서, 정규분포에 비해서 오른쪽으로 꼬리가 길며(positively skewed 또는 skewed to the right) 더 뾰족한 분포를 보였다. 이는 소득분포의 전형적인 양상에 부합한다.

번호

(오름차순)

소득

(천원)

누적소득

(천원)

번호

(오름차순)

소득

(천원)

누적소득

(천원)

번호

(오름차순)

소득

(천원)

누적소득

(천원)

번호

(오름차순)

소득

(천원)

누적소득

(천원)

1

464

464

6

1292

5536

11

1872

13705

16

2782

25480

2

701

1165

7

1405

6941

12

2009

15714

17

3140

28620

3

879

2044

8

1520

8461

13

2153

17867

18

3600

32220

4

1034

3078

9

1628

10089

14

2306

20173

19

5408

37628

5

1166

4244

10

1744

11833

15

2525

22698

20

8652

46280

최솟값

464

최댓값

8652

평균

2314

중앙값

1808

왜도

2.36

첨도

6.56

<표 1> 20명으로 구성된 가상의 경제

 

주: 김낙년, 김종일(2013)의 ‘<부표 1> 수정된 소득분배 지표’에 나오는 2010년 가처분소득 소득분배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함. 1~19번은 균등화 10분위소득의 분위별 값과 평균값, 경곗값(p10, p20, p30, p40, p50, p60, p70, p80, p90)을 그대로 활용하였으며, 20번은 지니계수가 김낙년, 김종일(2013)에서 보고된 0.371과 일치하게끔 필자가 직접 계산하여 설정한 것임. 왜도와 첨도는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였음.

 

이어서 ‘가상의 경제’에서의 소득분배지표를 살펴보자. 먼저 5분위배율은 소득 상위 20%가 점유한 소득을 소득 하위 20%가 점유한 소득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소득을 오름차순으로 정렬한 후 20%씩 5구간으로 나누면 1분위는 소득의 하위 20%, 5분위는 소득의 상위 20%가 됨. 이렇게 했을 때, 인 셈). 20명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소득 상위 20%의 점유 소득은 최상위 소득자 4명(17, 18, 19, 20번)의 소득을 합한 값인 20,800(=3,140+3,600+5,408+8,652)이고, 소득 하위 20%의 점유 소득은 최하위 소득자 4명(1, 2, 3, 4번)의 소득을 합한 값인 3,078(=464+701+879+1,034)이다. 따라서 5분위배율은 약 6.76(=20,800/3,078)이 된다.

다음으로 10분위배율은 소득 상위 10%가 점유한 소득을 소득 하위 10%가 점유한 소득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소득을 오름차순으로 정렬한 후 10%씩 10구간으로 나누면 1분위는 소득의 하위 10%, 10분위는 소득의 상위 10%가 됨. 이렇게 했을 때, 인 셈). 20명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소득 상위 10%의 점유 소득은 최상위 소득자 2명(19, 20번)의 소득을 합한 값인 14,060(=5,408+8,652)이고, 소득 하위 10%의 점유 소득은 최하위 소득자 2명(1, 2번)의 소득을 합한 값인 1,165(=464+701)이다. 그러므로 10분위배율은 약 12.07(=14,060/1,165)이 된다.

 

마지막으로 지니계수는 로렌츠곡선(소득을 오름차순으로 정렬한 후 인구의 누적비율을 X축으로, 소득의 누적점유율을 Y축으로 하여 그림. <그림 1> 참조)을 활용하여 사회 전체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표시한 대표적인 소득분배지표이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함을,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나타낸다. 앞서 5분위배율과 10분위배율이 전체가 아닌 일부 사람들, 즉 상/하위 20(10)%의 소득분포만을 활용하여 계산EQUATION1458096974.gif 하는 반면, 지니계수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소득분포를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지니계수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식 1>

  

여기서 : 전체인구, : 평균소득, : i의 소득, : j의 소득

 

<그림 1> 로렌츠곡선

자료: ‘한국은행 경제용어’-‘경제용어 상세설명’-‘Gini coefficient(지니계수)’.

 

물론 <식 1>을 활용하여 지니계수를 계산할 수도 있지만, ‘20명으로 구성된 가상의 경제’에서 지니계수는 로렌츠곡선을 활용하여 큰 직각삼각형의 넓이, 작은 직각삼각형 20개의 넓이, 작은 직각삼각형 아래에 있는 사각형 19개의 넓이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로렌츠곡선, 그리고 지니계수 계산 시 활용하는 A, B 값에 대해서는 <그림 1> 참조). 큰 직각삼각형의 넓이는 높이인 46,280(=20명의 누적소득 합)을 20(=세분된 소득집단의 수. 여기서는 사람 수와일치함)으로 곱한 후 2로 나누면 된다. (로렌츠곡선으로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서는, X축의 경우 ‘20=100%’, Y축의 경우 ‘46,280=100%’로 놓고 나머지 수치들은 그에 비례하여 백분율로 환산하여 표시하면 됨). 이렇게 구한 큰 직각삼각형의 넓이는 462,800이다. 다음으로 작은 직각삼각형들의 넓이는 큰 직각삼각형 넓이의 1/20과 같다. 이는 20개 직각삼각형들의 높이 합은 큰 직각삼각형의 높이와 일치하는 반면, 작은 직각삼각형들의 밑변의 길이는 큰 직각삼각형의 밑변 길이의 1/20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직각삼각형들의 넓이 합은 23,140(=462,800/20)이 된다. 19개 사각형들의 넓이 합은 1번 누적소득부터 19번 누적소득까지를 모두 더한 값, 즉 267,960과 일치한다. <그림 1>의 B에 해당하는 부분은 작은 직각삼각형들과 사각형들의 넓이를 더함으로써 구할 수 있으며, 그 값은 291,100(=23,140+267,960)이다. 불평등면적을 표현하는 A는 큰 직각삼각형 넓이 462,800에서 B인 291,100을 뺌으로써 계산할 수 있으며, 그 값은 171,700이다. 지니계수를 구하면 약 0.371(= )이 된다. <표 2>는 20명으로 구성된 가상의 경제에서의 5분위배율, 10분위배율, 지니계수를 요약한 것이다.

 


<표 2> 가상의 경제에서의 소득분배지표

소득분배지표

5분위배율

6.76

10분위배율

12.07

지니계수

0.371

주: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였음.

 

3.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효과 분석

 

여기서는 평률소득과세-기본소득(이하 UBI-FIT)에서 세율이 변화함에 따라 각각의 소득분배지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소득세 과세 후’와 ‘기본소득 지급 후’, 이렇게 두 단계로 나누어 분석결과를 제시한다. UBI-FIT란 면세점 이하를 제외한 모든 소득구간에서 동일한 소득세율(예: 50%)을 적용하여 마련된 재원으로 사회 성원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제도의 설계에 따라서 면세점을 설정하여 실질적으로는 누진성을 띠도록 할 수도 있고, 연령별 내지 집단별로 기본소득 지급액수에 차등을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논의의 단순성을 위해서, 면세점이 없으며 20명 모두에게 동일한 액수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UBI-FIT를 고려한다. ‘소득세율 10% - 1/n 기본소득 모형’의 소득재분배효과를 구하는 과정을 상세히 제시한 후, 소득세율이 증가할 때 소득재분배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보여주고자 한다.

<표 3>은 ‘소득세율 10% - 1/n 기본소득 모형’의 소득재분배효과를 요약한 것이다. 1번부터 20번까지의 누적소득이 46,280천원이므로 소득세율을 10%로 설정하였을 때 기본소득의 재원은 4,628천원이다. 이를 20명에게 균분한, 1인당 기본소득 지급액은 231.4천원이다. ‘소득세율 10% 과세 후’의 소득분포를 보면 5분위배율, 10분위배율, 지니계수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는 1번부터 20번까지의 소득이 ‘정책 이전’의 90% 수준으로 비례하여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5분위배율과 10분위배율이 불변인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반면, 지니계수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공식을 살펴보면, 분자에 들어가는 각 사람들 간 소득의 절대편차인 가 0.9배가 되지만 이와 동시에 분모에 들어가는 평균소득인 역시 0.9배가 되므로, 지니계수가 불변인 것임을 알 수 있다(<식 1> 참조).

 

‘기본소득 지급 후’의 월소득은 ‘소득세율 10% 과세 후’ 월소득에서 1인당 기본소득 지급액 231.4천원을 각 사람별로 더하면 된다. ‘소득세율 10% - 1/n 기본소득 모형’의 소득재분배효과는 ‘정책 이전’ 월소득과 ‘기본소득 지급 후’ 월소득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분석할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5분위배율은 6.76에서 5.32로 1.44(21.34%)만큼, 10분위배율은 12.07에서 8.68로 3.39(28.09%)만큼, 지니계수는 0.371에서 0.334로 0.037(10%)만큼 각각 줄어들었음이 쉽게 파악된다. 또한 1번부터 14번까지는 ‘기본소득 지급 후’의 월소득이 ‘정책 이전’의 월소득보다 더 큰 ‘순수혜자’이며, 15번부터 20번까지는 ‘기본소득 지급 후’의 월소득이 ‘정책 이전’의 월소득보다 더 작은 ‘순부담자’임을 추가로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순수혜비율은 70%이다.

 


<표 3> ‘소득세율 10% - 1/n 기본소득 모형’의 소득재분배효과

주: 5분위배율, 10분위배율, 지니계수, 감소분과 감소율 모두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였음.

 

<표 4>는 <표 3>에서 보여준 바와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여 세율 변화에 따른 ‘소득세율 t% - 1/n 기본소득 모형’의 소득재분배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세율을 높일수록 5분위배율, 10분위배율, 지니계수의 값, 감소분과 감소율 모두 커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5분위배율과 10분위배율을 비교하면 모든 세율에서 감소분과 감소율 모두 후자가 더 큰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상위 소득자 내에서도 소득격차가 상당하다는 사실(피케티, 2014)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할 만하다. 다음으로 지니계수의 감소율을 5분위배율, 10분위배율과 각각 비교해보자. 5분위배율의 감소율은 세율 70%까지는 지니계수의 감소율보다 크다가 세율 80%(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율이 약 77~78%인 지점)부터는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10분위배율의 감소율은 세율 80%까지는 지니계수의 감소율보다 크다가 세율 90%(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율이 약 89~90%인 지점)에서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특기할만한 점은 5분위배율과 10분위배율의 감소율은 세율 변화와 선형관계(linear relationship)를 갖지 않는 반면, 지니계수의 감소율은 세율의 크기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는 지니계수의 산식을 이용하여 쉽게 증명할 수 있다.

 

<표 4> 세율에 따른 ‘소득세율 t% - 1/n 기본소득 모형’의 소득재분배효과

주: 5분위배율, 10분위배율, 지니계수, 감소분과 감소율 모두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였음. 반올림으로 인해 수치 합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

 

지니계수 공식 에서 전체인구 은 주어져 있으므로, 평균소득 와 각 사람들 간 소득의 절대편차 의 변화만 살펴보면 된다(이하 <표 5> 참조). ‘정책 이전’과 ‘소득세율 T 적용 후’(‘소득세율 t% 적용 후’. 여기서 가 성립함)의 지니계수를 비교해보면 분자에 들어가는 각 사람들 간 소득의 절대편차인 배가 되지만 이와 동시에 분모에 들어가는 평균소득인 역시 배가 되므로 지니계수는 불변이다. 반면 기본소득 지급 후 각 사람들 간 소득의 절대편차는 ‘정책 이전’에 비해 배가 되는 반면, 평균소득은 로 그대로이다. 지니계수 산식에서 분모 부분은 일정한 반면, 분자 부분은 배가 되었다. 따라서 지니계수 감소 분은 , 변화율은 가 된다. 이로써 <표 4>에서 지니계수 감소율과 세율이 같게 나온 것이 결코 우연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면세점이 없는 ‘소득세율 t% - 1/n 기본소득 모형’(‘소득세율 T – 1/n 기본소득 모형’)에서는 항상 성립한다는 점을 보였다.

 

<표 5> 세율에 따른 ‘소득세율 T - 1/n 기본소득 모형’의 지니계수 변화

주: 여기서 세율 T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짐. ‘정책 이전’의 지니계수 크기를 EQUATION1458096930.gif 로 표현함.

 

4. 그 끝에 말하는 새로운 시작

 

지금까지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효과를 ‘20명으로 구성된 가상의 경제’를 대상으로 살펴보았다. UBI-FIT에서 세율이 변화함에 따라 5분위배율, 10분위배율, 지니계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소득세 과세 후’와 ‘기본소득 지급 후’, 이렇게 두 단계로 나누어 분석결과를 보고하였다. 분석결과 세율을 높일수록 5분위배율, 10분위배율, 지니계수의 값, 감소분과 감소율 모두 커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5분위배율은 세율 40%에서부터, 10분위배율은 세율 30%에서부터 이미 50%를 상회하는 감소율을 보였다. 그리고 지니계수의 감소율은 세율의 크기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또한 이는 우연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면세점이 없는 ‘소득세율 t% - 1/n 기본소득 모형’에서는 항상 성립함을 지니계수 공식을 통해 증명하였다.

분석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면세점이 없는 UBI-FIT에서는 ‘소득세 과세’만을 통해서는 5분위배율, 10분위배율, 지니계수의 개선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소득분배지표의 개선은 소득세 과세로 마련한 재원을 1/n로 균등분배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효과에 관한 연구에 대해서 ‘기본소득 지급 효과’는 그리 크지 않고 대부분이 ‘과세 효과’에서 발생한다고 하는 비판은 적어도 면세점이 없는 UBI-FIT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면세점을 둔다 할지라도 UBI-FIT에서는 ‘과세효과’보다 ‘기본소득 지급 효과’가 압도적일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지만, 그렇다고 ‘증세’한다고 해서 반드시 ‘복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은 조세(tax)와 이전지출(transfer)을 긴밀히 연결한다는 점에서 ‘증세’가 ‘복지’로 이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종식시킬 수 있으며, 이는 다른 사회(복지)정책에 비해 기본소득이 갖는 뚜렷한 장점이다. 재원으로 조세(소득세, 자산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뿐만 아니라 공유자원(토지, 지식, 정보, 사회기금 등)까지 포괄할 수 있다는 점, 순수혜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 역시 기본소득이 지닌 또 다른 우수성이다. 참고로 이 글에서는 순수혜자 비율이 70%, 강남훈(2017)의 연구에서는 순수혜가구 비율이 8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 면세점이 없는 UBI-FIT가 채택될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기본소득 정책이 선택될지는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면세점이 없는 UBI-FIT, 면세점을 설정한 UBI-FIT, 면세점을 설정한 누진소득과세-기본소득 등이 경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특정 연령, 집단만을 대상으로 한 부분기본소득이 먼저 도입될 수도 있고, 사회 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이지만 연령대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기본소득이 마련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 분석한 면세점이 없는  ‘소득세율 t% - 1/n 기본소득 모형’의 소득재분배효과는 다양한 기본소득 정책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구체적인 효과의 크기는 상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세율이 상당히 높은 경우(예를 들어, 50%를 넘어서는 경우), 노동유인 및 노동공급 감소로 인해 평균소득(EQUATION1458096958.gif )이 일정하리라는 가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비록 구체적인 효과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할지라도) 어떠한 모형 하에서도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라는 점을 이 글에서의 분석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을 통해서 각 기본소득 정책의 상대적 장단점이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면세점을 설정한 UBI-FIT를 면세점이 없는 UBI-FIT와 비교한다면, 전자는 과세에서 누진성을 발생시킴으로써 ‘과세효과’ 면에서는 소득재분배를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반면, 면세점 설정으로 인해 전체 재분배규모 자체를 줄임으로써 ‘기본소득 지급 효과’에서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오히려 작게 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다음으로 면세점을 설정한 누진소득과세-기본소득을 면세점이 없는 UBI-FIT와 비교한다면, 전자는 과세에서 누진성을 일으킴으로써 ‘과세효과’ 면에서는 소득재분배를 개선시킨다는 장점을 지닌다. 반면 중장기적으로 재분배규모를 키우기 위해 평균세율을 높여나가는 데 있어서는, (초)고소득층이 직면하게 되는 높은 한계세율 문제로 인하여 경제적․정치적 저항과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지금으로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높은 수치로 간주되는 세율(예: 70%)이라 하더라도, 재화, 서비스, 부의 생산과 소비에서 과거와 현재의 자연적, 사회적 부, 집합노동이 갖는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현재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높은 세율(그리고 많은 공유자산)-높은 기본소득’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상식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변하고 있으며, 부지불식간에 새로운 상식으로 자리한 것들은 우리 주변에 즐비하다. 물론 높은 기본소득, 더 많은 공유자산, 더 적은 노동시간과 더 많은 자유시간, 실질적 자유와 평등의 보장, 정치․사회적 참여와 민주주의의 만발, 그리고 생태적 전환이 ‘저절로’ 새로운 시대의 상식으로 자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정당한 우리의 몫’으로 실현시켜나가는 것, 그리고 그 ‘시작’으로서 기본소득의 다양한 기대효과들이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참고문헌

강남훈(2017).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의 가구별 소득재분배 효과”. 한국사회경제학회 2017년 겨울학술대회(경제학공동학술대회)(2월 10일 11~12시반, 서강대학교 정하상관 106호). 발표문.

김낙년, 김종일(2013). “한국 소득분배 지표의 재검토”. 『한국경제의 분석』 19(2). 1-50.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저(2014). 『21세기 자본』. 장경덕 외 역. 글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