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로고
알림 - 칼럼
[자료- 중국 기본소득 사례 연구조사 공유회] 후아이디를 가다

중국 기본소득 사례 연구조사 공유회 

녹색전환연구소 +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1. 서론



ⓒ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와 녹색전환연구소는 2016년부터 ‘성남시 청년배당 모니터링 및 공론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작년에 처음 지급되기 시작한 성남시 청년배당에 대한 당사자 평가는 어떠한지 모니터링하는 사업을 2016년에는 집중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전국을 순회하며 기본소득, 특히 청년기본소득을 이슈화하고 조례 제정 등을 통해 현실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 중 서울에서 개최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를 통해 중국의 기본소득 지급사례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Cheng Furui라는 중국학자가 허베이성의 후아이디라는 마을에서 기본소득이 지급된 사례가 있으며 무려 20년 가까이 지급되었다는 사실을 소개했습니다. 나미비아와 같은 극빈지역에서 기본소득이 단기간 지급된 사례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아시아에서 그것도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이 지급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공유자산을 바탕으로 한 시민배당의 한 사례로써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를 하반기 전국투어에 활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조사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습니다.

 

기간 : 2017.5.22.-5.26(4박 5일)

대상 : 중국 허베이성 스좌장시 위화구 후아이디 사구의 주민, 제도

조사방법 : 문헌조사 및 주민인터뷰

 

후아이디(槐底)는 베이징에서 차로 약 3시간 정도 떨어진 허베이성 성도 스좌장시에 있습니다. 면적은 5.3㎢이고 인구는 약 65,000명입니다.1) [그림1,2]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스좌장시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서 도시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토지 개발로 인한 이익을 상당히 얻을 수 있는 지역입니다.

후아이디는 농사를 위주로 하는 촌이었다가 도시 호구로 편입된 지역입니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시정부)가 개발이 필요한 지역의 토지를 몰수하고 여기에는 개인 주택토지 뿐 아니라 집체가 소유한 토지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많은 지역의 이 경우 집체토지에 대한 토지배상금을 개인별로 나눠주고 집체가 해체되는 과정을 걷는데, 후아이디 지역은 토지배상금을 그대로 집체소유로 두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후아이디 지역의 토지개발권을 입찰을 통해 구매해서 그 토지개발권을 통한 이익을 주민들이 공유하는 방식을 띄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익이란 개인들에게 분배한 주택(주로 아파트)을 통한 임대수익, 개인들에게 분배한 주식을 통한 이윤배당, 연 1,500위안씩 개인별로 지급되는 현금, 교육/의료/양로원 등 노인복지 지원, 그 외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식자재 등입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정의에 따르면 기본소득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체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으로 보편적 보장소득이며, 심사없이 무조건적으로 지급되고,가구 단위가 아닌 개개인에게 지급하는 소득입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후아이디에서 주민에게 지급하는 많은 것들 중 좁게는 현금지급을 기본소득이라 할 수 있고 넓게는 현물(식자재,수도 등)까지 기본소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모든 구성원’이라는 구성원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단 여기에서는 혜택을 받는 좁은 범위의 구성원(약 6천명)을 모든 구성원이라 하겠습니다.

부동산, 주식 등의 배분을 기본소득으로 볼 것이냐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도 아니고, 일회적으로 배분되었으며 완전히 사유화 되어 매매/양도 등이 가능한 자산이어서 기본소득으로 보기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공유자산을 토대로 생산된 부를 주민들에게 분배했다는 점, 지자체가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아니나 정기적인 임대소득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 이 부분이 소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단 여기에서는 이러한 배분/소득을 포함하여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림1] 스좌장시

                                                                                             [그림2] 스좌장시 내 후아이디 위치

 

 

 

2. 후아이디의 기본소득

 

2.1. 어떤 재원으로 주는가?


 

1) 후아이터 유한공사

후아이디 지역은 1994년도에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모든 지방이 자체적인 작은 기업, 즉 향진기업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집체소유였고 촌서기가 향진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촌조직과 기업조직이 일치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주민수는 4-5천여 명으로 방직,무기,가구,종이박스 제작 등을 했습니다. 이윤이 크지 않은 하향세였기에 모두 매각처분하게 됩니다. 경쟁입찰을 통해 개인에게 매각하고 그 판매대금은 주민들 각각에게 배분하는 대신 집체가 계속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1994년도에 토지가 수용되면서 이에 대한 보상금을 9,400만 위안을 받았습니다. 이 보상금과 향진기업 매각대금이 가장 중요한 자본금이 되었으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 1996년 후아이터집체공사가 만들어졌습니다. 토지수용에 대해 좀 더 살펴보면, 중국에는 경작지, 건설용지(주택이 있는 토지), 삼림지의 세 종류 토지가 있습니다. 최초의 토지수용은 경작지 위주였고, 그 다음은 건설용지에 이뤄졌는데, 사유지에 대해서는 몰수/개발 후 도시에 있는 집으로 다시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습니다. 집체소유의 건설용지에는 공공화장실, 공공축사, 공공청사 등이 포함되는데 이는 집체소유였고 이 토지에 대한 보상금이 후아이터집체공사의 주된 자본금입니다. 정부가 수용한 이후에도 여전히 집체 소유의 작은 규모 땅들이 남아있었고 초기에는 이런 토지를 바탕으로 개발을 하고 임대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이후 후아이디 지역의 몰수된 토지에 대한 토지개발권을 다시 경쟁입찰을 통해 매수하여 부동산 개발을 통한 이익을 창출합니다.

후아이터 집체공사는 2001년 후아이터유한공사(주식회사)로 변경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주식회사가 되었다는 점이며 당시 주민들에게 주식을 배분합니다. 모든 주민에게 균등하게 배분하는 대신,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은 주를 배분받았습니다. 이는 지역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배분한 것으로 노인들은 평생 촌에 기여해왔지만 갓난아기들은 아무런 기여가 없기 때문에 적은 주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배분받은 주식은 완전히 개인의 것으로 사유화되었으며 매매와 양도(내부양도), 상속이 가능합니다. 2001년 이후에 같은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촌의 호구가 아닌 시의 호구를 가지며 아무런 주식배당을 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이 글에서 논하고 있는 후아이디 지역에서 제공하는 모든 복지혜택(현금, 현물, 의료 등)도 받지 못하며 시 정부에서 제공하는 사회보장서비스만 받을 수 있습니다.

후아이터 유한공사는 24개 분야(부동산 개발, 주택임대, 교육 등)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당서기인 천웨이신 등 11명이 설립발기인입니다. Cheng Furui에 따르면 연간 이익은 1억 위안 정도이나2), 아직 모두 재투자되고 있어 시레 주식보유자에게 이윤배당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후아이터 유한공사의 내부규정에 따르면, 세금을 먼저 납부하고, 이윤의 10%는 법정 공적금에 납부, 이윤의 10%는 법정 공익금(공사 직원 복리)에 납부하며 주주 대표대회 결의를 통해 임의공적금 확보 및 이윤분배 방안을 제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임의공적금이 현금 및 현물 기본소득의 재원이 아닐까 추측되지만 확실치는 않습니다.


 

[그림 3] 1980년대 말 화시촌의 지배구조

 

양한순 (2011). 촌민에서 주주로. 동북아 문화연구, 27, 447-469.

 

[그림 4] 2011년 화시촌의 지배구조


양한순 (2011). 촌민에서 주주로. 동북아 문화연구, 27, 447-469.


 

위의 [그림3,4]는 화시촌 지배구조의 변화를 시간에 따라 나타낸 것입니다(양한순, 2011). 이를 후아이디 지역과 비교하여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조사기간이 짧고 접근가능한 문헌이 제한적이어서 명확한 거버넌스 구조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습니다만 후아이디 지역도 화시촌과 마찬가지로 향진기업 운영 당시에는 당조직,촌조직,기업조직이 거의 완전히 일치되어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컸다면 갈수록 촌조직과 기업조직이 분리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촌주민들이 후아이터유한공사의 주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촌민위원회 대표가 후아이터유한공사의 이사회 안에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관심을 갖지 않으며 기업의 경영에 대해서 관여하지 않습니다. 94년 이후 당서기를 맡아온 천웨이신이 후아이터유한공사의 이사장이고 총경영자이기 때문에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고, 유한공사의 이사진은 94년 이후로 바뀐 적이 없이 없는데도 별다른 문제제기는 없는 듯합니다. 당위원회는 주민위원회(촌민위원회)보다 상위의 조직으로 주민위원회는 당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를 하며 매주 한 번 두 위원회의 연석회의가 있습니다.

 

2) 부동산 및 주식

앞서 2001년도에 주식회사로 전환되면서 당시의 주민들에게만 주식이 배당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현재 전체 주식수는 8,000만 개이며 액면가는 모두 1위안으로 기명식 개인주입니다. 주식 반납이나 저당은 안되지만 상속/증여/내부양도는 가능합니다. 1년에 한 번 주주대표대회가 개최되고 여기에서 이사를 선출합니다.

주민들은 주식이 현금화될 때에 자신의 주식이 얼마만큼의 자산이 될지 정확히 알고 싶어하나 후아이터유한공사 운영진들은 지금이 투자의 황금기로 프로젝트를 통해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배분하는 대신 재투자하고 있으며 아직 배당한 이윤은 없다고 합니다. 유한공사의 경영진들이 별도의 성과급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개발을 위해 철거되는 지역에 사유주택이 있는 경우 이 주택지가 0.25무에 해당하는 경우, 건축면적 330㎡에 해당하는 고층주택으로 치환하여 돌려주며 이는 아파트 3-4채에 해당합니다. 또한 건축되고 있는 동안 임시주거비를 주택 건축면적에 따라 계산하여 11위안/㎡을 지급합니다.

부동산의 경우 매매는 가능하지만 주택증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불법은 아니지만 주택을 사더라도 주택증이 없어서 호구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2.2. 누구에게 주는가?


 

모든 복지혜택은 다음 세 범주의 사람에게 제공합니다.

ㄱ) 2000년 말에 주민위원회가 공급한 식량, 물, 전기, 부식, 의료 등 보조비를 받은 자

ㄴ) 2001년 8월 21일 전에 출생한 아이

ㄷ) 2000년 4월 7일 이전에 본 사구에 이사하여 주민위원회 <주민생활보조비 향유 규정>에 부합하는 주민

혼인/낙태 정책에 따르지 않는 자, 호적을 이전한 자, 외래호적자와 결혼 후 이혼 시, 위 3개의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 이후출생자, 이전인구 등은 혜택을 받지 못하며 전문대/대학에 입학하여 호전 이전 시 1회성으로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2001년이 기준이 되는 이유는 주식회사 전환과 관련이 있어 보이며 2000년은 도시호구로의 전환과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후아이디 사구의 전체 인구는 외부에서 유입된 노동인구를 포함하여 65,000명 정도이며 이 중 본촌민이라고 할 수 있는 자가 6,000명, 그 가운데에서도 혜택을 받는 조건을 충족하는 자는 4-5,000명 정도로 보입니다. 아래 [표1]에 복지혜택을 종류별로 제시하고 있으며, 그 외에 교육, 양로원 보조금 등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표 1. 후아이디 복지혜택

종류

대상

내용

지급

시작년도

비고

중병

통합의료보장제도

생활보조비 지급대상 중 2001년에 중병 통합보장금을 납부한 자

한해 누계 입원비가 1,000위안 초과 시 초과부분 60%까지 보상하며 한도 6만 위안. 치료비,수술비,약값, 검사비, 수혈비 지원.

1996

주민인터뷰에 따르면 현재는 중단.

부식복리 공급

생활보조비 지급대상

부식복리와 일용품

2006

 

양로보험

최초주식분배 및 복리향휴하는 자

허베이성 직공 평균임금의 20%를 납부하며 이 중 주민위원회가 15%, 개인이 5%부담.

2010

 

주민생활보조비

(현금 기본소득)

생활보조비 지급대상

연 1,500위안

(월마다 개인통장에 입금)

1994

 

 

3. 시사점 및 한계


이번 조사의 목적은 후아이디 지역의 기본소득 지급에 관하여 누구에게(지급대상), 무엇을(어느정도의 현금 또는 기타), 어떻게(지급방법, 시작계기), 왜(지급의 목적) 주었으며 이를 20년간 받은 주민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삶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 조사라는 한계, 중국의 공식적인 자료수급의 어려움 등이 있어 내용상 파악되지 못한 부분이 많고 추후 장기적인 조사를 통해 이런 부분을 채워 갈 필요가 있습니다.

파악된 내용들만으로 판단할 때, 후아이디 지역은 분명 공유자산을 통해 공동의 부를 만들어내고 이를 주민들에게 분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후아이터 유한공사는 후아이디사구와 점점 독립적인 관계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혜택의 대상이 현재도 적고 갈수록 혜택을 줄여나가는 상황이어서 현재 대상이 사망하고 난 뒤에는 완전히 독립된 주식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며, 주식이 상속된다고는 하나, 매도하여 현금화하거나 외부인에게 매매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후아이디 주민과 후아이터 유한공사 사이의 연결고리는 희미해지리라 생각됩니다.

한국에서 공유자산 또는 공동자원을 기반으로 한 시민배당의 형식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가정할 때, 그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거버넌스를 어떻게 투명하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기본소득이 주민통치의 수단이 되는 것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생활보조비 지급대상이 곧 복지혜택 대상자인데, 혼인연령에 도달했으나 정기에 조사에 참여하지 않거나, 규정에 따라 낙태시술을 받지 않는 자는 생활보조비를 받지 못하는 등 주민통치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민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으로 또한 거버넌스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사업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