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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기본소득에서 완전기본소득으로의 이행전략: 중위소득 연동의 활용방안

1. 그 시작에 말하는 끝

 

기본소득을 향한 ‘불가능성 정리’를 비판한 본지 3월호(이건민, 2017b)에서 나는 우리가 지급수준이 생계유지에 미달하는 ‘부분기본소득’에서 시작하여 ‘완전기본소득’(‘생계 수준 기본소득’)으로 상승하는 이행전략(Offe, 2008)을 추진할 수 있음을 역설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이행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부분기본소득에서 완전기본소득으로의 이행전략 중 하나로서 중위소득(전체 인구(또는 가구)의 소득 순위에서 정중앙에 위치하는 소득을 뜻함) 연동(indexation)을 활용하는 방안을 보여주고자 한다.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본고에서 제시하는 이행전략에 관해서 설명한다. 다음으로 기본소득 지급수준별(1인당 월 30만원, 월 40만원),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한 증가율별(1%, 1.5%, 2%) 이행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분석의 결과를 요약하고 최근 우리나라에서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는 기본소득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글을 맺는다.

 

2. 이행전략에 대한 설명

 

근래 국내문헌에서는 기본소득 지급액수로 1인당 월 30만원(강남훈, 2017), 월 40만원(이건민, 2017a), 월 50만원(서정희, 김교성, 백승호, 이승윤, 2017), 월 100만원(최태훈, 염명배, 2017) 등을 제안하였다. 2017년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상 1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기준이 월 495,879원(중위소득의 30%), 1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월 661,172원(중위소득의 40%로, 주거급여 선정기준에 상당)(보건복지부, 2016)임을 명시적으로 감안하여, 이 글에서는 1인당 월 30만원 또는 월 40만원의 ‘부분기본소득’에서 출발하여 ‘완전기본소득’으로 이행하는 전략 중 하나를 보여주고자 한다.

2017년 현재 기준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별급여(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 지원가구 선정 시 활용하는 ‘기준 중위소득’은 1인 가구의 경우 월 1,652,931원이다(보건복지부, 2016). 2017년 현재 1인당 월 30만원(중위소득의 약 18.15%)과 월 40만원(중위소득의 약 24.20%) 수준의 기본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상의 현금급여인 생계급여의 1인 가구 선정기준선 월 495,879원(중위소득의 30%)에도, 1인 가구 최저생계비 월 661,172원(중위소득의 40%)에도 모두 미달한다는 점에서 ‘완전기본소득’이 아닌 ‘부분기본소득’이라 할 수 있다. 1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기준과 최저생계비가 2017년 기준으로 이미 제시되어 있으므로, 논의의 단순성을 위하여 2017년 현재 시점에서 1인당 월 30만원 또는 월 4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정책을 도입한다고 가정한다. 만약 시간이 흐름에 따라 중위소득이 증가한다면 각각 중위소득의 30%와 40%에 해당하는 생계급여 선정기준과 최저생계비 역시 상승하기 마련이다. 기본소득의 지급액수는 매년 중위소득에 연동하고 여기에 추가로 1%, 1.5%, 또는 2% 증가시킨다고 상정한다(여기서 증가율 ‘x%’에서 구체적인 x값은 우리가 원하는 속도와 필요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설정할 수 있으며, 이제 바람직한 수준이라고 판단되었을 시점부터는 단순히 중위소득 연동만을 적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할 경우 기본소득의 증가율이 중위소득의 증가율을 상회하기 때문에, (또한 ‘복리의 마법’으로 인해) 세월이 지남에 따라 기본소득 지급액수가 생계급여 선정기준선을, 뒤이어 최저생계비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시간이 더 흐르면 월 100만원(2017년 불변가격(실질가격)으로 표현) 수준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하자면, 본고에서는 2017년 현재 기준 기본소득 지급액 두 가지(1인당 월 30만원, 월 40만원)와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한 기본소득 증가율 세 가지(1%, 1.5%, 2%)로 구분하여, ‘완전기본소득’의 준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1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기준선, 최저생계비, 그리고 월 100만원에 당도하기까지 각각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는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참고로 이하의 수치는 모두 2017년 불변가격(실질가격)으로 표시한 것이다.

 

3. 기본소득 지급수준별,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한 증가율별 이행과정

 

<표 1>은 2017년 1인당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이 도입된 경우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한 기본소득 증가율별 이행과정을 보여준다. 먼저 매년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하여 기본소득을 1% 상승시킨 경우에는 51년 후인 2068년에 이르러서야 1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기준선을 넘어서며, 그로부터 29년 후인 2097년이 되어서야 1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을 상회함을 볼 수 있다. 다시 그로부터 41년 후인 2138년에 다다라서야 월 100만원에 도달한다. 다음으로 매해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하여 기본소득을 1.5% 상승시킨 경우에는 34년 후인 2051년에 1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기준선을 초과하며, 그로부터 20년 후인 2071년에 1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을 상회함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그로부터 27년 후인 2098년에 월 100만원에 다다른다. 마지막으로 매년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하여 기본소득을 2% 증가시킨 경우에는 26년 후인 2043년에 이르러 1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기준선을 넘어서며, 그로부터 14년 후인 2057년에 1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을 초과함을 확인해볼 수 있다. 다시 그로부터 21년 후인 2078년에 월 100만원에 이른다.

 

 

<표 1 > 부분기본소득에서 완전기본소득으로의 이행과정: 1인당 월 30만원의 경우 (단위 : 원)

 

주: 2017년 불변가격(실질가격)으로 표시함. ‘증가율’은 매년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하여 상승시키는 기본소득 지급액의 증가율을 의미함.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함. 2017년 기준 1인 가구 선정기준선은 월 495,879원,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월 661,172원임. 빨간색으로 495,879원, 661,172원, 1,000,000원을 각각 처음으로 넘는 경우를 표시함. 2137년과 2138년의 경우 1인 가구 중위소득 월 1,652,930원을 상회하는 수치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단지 비교의 목적으로 제시한 것일 뿐 여기에 굳이 경제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음.

 

<표 2>는 2017년 1인당 월 40만원의 기본소득이 도입된 경우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한 기본소득 증가율별 이행과정을 제시한 것이다. 먼저 매년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하여 기본소득을 1% 상승시킨 경우에는 22년 후인 2039년에 이르러 1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기준선을 넘어서며, 그로부터 29년 후인 2068년에 1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을 상회함을 볼 수 있다. 다시 그로부터 42년 후인 2110년에 다다라서야 월 100만원에 도달한다. 다음으로 매해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하여 기본소득을 1.5% 상승시킨 경우에는 15년 후인 2032년에 1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기준선을 초과하며, 그로부터 19년 후인 2051년에 1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을 상회함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그로부터 28년 후인 2079년에 월 100만원에 다다른다. 마지막으로 매년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하여 기본소득을 2% 증가시킨 경우에는 11년 후인 2028년에 이르러 1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기준선을 넘어서며, 그로부터 15년 후인 2043년에 1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을 초과함을 확인해볼 수 있다. 다시 그로부터 21년 후인 2064년에 월 100만원에 이른다.

 

 

<표 2> 부분기본소득에서 완전기본소득으로의 이행과정: 1인당 월 40만원의 경우 (단위 : 원)

증가율

 

주: 2017년 불변가격(실질가격)으로 표시함. ‘증가율’은 매년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하여 상승시키는 기본소득 지급액의 증가율을 의미함.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함. 2017년 기준 1인 가구 선정기준선은 월 495,879원,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월 661,172원임. 빨간색으로 495,879원, 661,172원, 1,000,000원을 각각 처음으로 넘는 경우를 표시함. 2109년과 2110년의 경우 1인 가구 중위소득 월 1,652,930원을 상회하는 수치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단지 비교의 목적으로 제시한 것일 뿐 여기에 굳이 경제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음.

 

 

4. 그 끝에 말하는 새로운 시작

지금까지 중위소득 연동을 활용한 부분기본소득에서 완전기본소득으로의 이행과정을 살펴보았다. 당연하게도 기본소득의 최초 지급액수가 높을수록,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한 기본소득 증가율이 높을수록 완전기본소득으로의 이행에 걸리는 기간이 짧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비교를 위하여, <표 3>에서는 부분기본소득에서 완전기본소득으로의 이행연도 및 이행에 소요되는 기간을 요약하였다.

여기서 예를 들어 ‘1인당 월 40만원-증가율 1%’와 ‘1인당 월 30만원-증가율 2%’를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생계급여 기준을 초과하는 데에는 전자가 후자보다 4년 앞서지만, 최저생계비 기준과 월 100만원 기준을 상회하는 데에는 오히려 후자가 전자보다 각각 11년과 32년을 앞선다. 여기서 우리는 1%p 차이라도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면 큰 차이를 낳는다는 ‘복리의 마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1인당 월 40만원-증가율 2%’와 ‘1인당 월 30만원-증가율 1%’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전자가 생계급여 기준을 11년, 최저생계비 기준을 26년, 월 100만원 기준을 47년 만에 도달하는 반면, 후자는 전자가 월 100만원 기준에 이른 후에도 4년이 더 지나서야 겨우 생계급여 기준에 당도함을 확인해볼 수 있다.

 

 

<표 3> 부분기본소득에서 완전기본소득으로의 이행연도 및 이행에 소요되는 기간

주: 2017년에 1인당 월 30만원 또는 월 40만원의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는 전제 하에 작성한 것임. ‘증가율’은 매년 중위소득 연동에 추가하여 상승시키는 기본소득 지급액의 증가율을 의미함. 참고로 2017년 기준 1인 가구 선정기준선은 월 495,879원,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월 661,172원임. 연도는 각 기준을 처음으로 넘어서는 해를 표시한 것이며, 괄호 안의 숫자는 2017년을 기준으로 얼마만큼의 기간이 걸리는지를 나타낸 것임.

 

 

여기서 혹자는 2017년 현재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더 적은 금액의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1인당 월 30만원 내지 월 40만원 크기의 기본소득 도입을 가정하는 것에 더하여 매해 중위소득 증가율을 상회하는 기본소득 증가율을 상정한 것이 비현실적이거나 지나치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류의 역사가 당대에 불가능하거나 이상적으로 보이던 것들을 담대히 꿈꾸고 실천하면서 현실에서 실현해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통해 (비록 단선적이지는 않지만) 진보해왔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Torry(2016)가 강조한 바와 같이 우리는 특정 시기, 특정 공간에서 실현가능한 기본소득 모델이 하나 이상 있음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글은 현재 우리나라의 맥락에서 부분기본소득의 도입방안 설계 못지않게 부분기본소득에서 완전기본소득으로의 이행전략 마련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데 의의를 지닌다. 물론 부분기본소득에서 완전기본소득으로의 이행전략은 다양할 수 있으며, 본고는 그 중 하나의 방안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하나의 시도라 할 수 있다.

부분기본소득의 도입과 이후 완전기본소득으로의 이행,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려면 기본소득 정책과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에 있어,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적, 사회적 부, 지식․정보와 집합노동(collective labour)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지식․정보의 생산/소비 경계가 허물어지며, 각 개인의 한계기여(marginal contribution)를 측정하고 이에 보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인식의 공유와, “지식, 정보, 토지 등 여러 가지 부의 원천을 사회적 자산으로 공유하고 이로부터 얻은 수익을 기본소득” 지급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우리 사회에 산적해있는 갖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방법이며, 또한 정당하다”(이건민, 2017c: 7)는 것을 대중에게 설득시키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소중한 실천으로서 현재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의 기본소득 개헌 운동, 서울시 청년기본소득조례 주빈발의운동, 인천시 기본소득 청년조례 제정 운동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화된 우리나라 기본소득운동의 핵심 동력(critical momentum)이 될 수 있게끔 하는 것, 그리고 2017년과 2018년을 한국 기본소득운동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시기(epoch-making moment)로 기록되게끔 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몫이며, 지금이야말로 시작하기 딱 좋은 적기(適期)다.

 

참고문헌

강남훈(2017).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의 가구별 소득재분배 효과”. 한국사회경제학회 2017년 겨울학술대회(경제학공동학술대회)(2월 10일 11~12시반, 서강대학교 정하상관 106호). 발표문.

보건복지부(2016). “2017년 기준 중위소득 및 생계․의료급여 선정기준과 최저보장수준”.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6-127호. 7월 22일.

서정희, 김교성, 백승호, 이승윤(2017). “한국형 기본소득의 ‘이상적’ 모형과 ‘단계적’ 이행방안”. 『2017 한국사회보장학회 춘계학술대회 자료집』 . 221-246.

이건민(2017a). “기본소득과 ‘관대한 기초생활보장’의 ‘과도기’ 조세부담, 사중손실, 재분배규모 비교”. 『복지이슈 Today』 48. 10-11.

이건민(2017b). “‘기본소득의 역설’ 대 ‘불가능성 정리’”. 녹색전환연구소 <<전환소식>> 3월호.

이건민(2017c). “필요의 원리, 응분의 원리, 시민권의 원리, 그리고 청년기본소득”. 제8회 맑스코뮤날레 <혁명과 이행> 기획세션 1 발표문. (일시: 5월 12일(금) 13:30~15:10, 장소: 성공회대학교 새천년관 7309). available at

http://basicincomekorea.org/wp-content/uploads/2017/05/필요의-원리_응분의-원

리_시민권의-원리_청년기본소득_이건민.pdf. (2017년 7월 25일 최종접속).

최태훈, 염명배(2017). “기본소득제 도입이 양극화 해소에 미치는 효과 실증분석”. 한국재정학회 2017년 겨울학술대회(경제학공동학술대회)(2월 9일 11~12시반, 서강대학교 정하상관 313호). 발표문.

Offe, Claus(2008). “Basic Income and the Labor Contract”. Basic Income Studies 3(1).

Torry, Malcolm(2016). The Feasibility of Citizen’s Income. Palgrave Macmil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