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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칼럼
미세먼지,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올해 3월 초 우리는 미세먼지 재난을 겪었다. 6일 이상 연속 발령된 비상저감조치는 ‘사상’ 처음이라는 제목으로 언론에서 비상사태처럼 보도되었다. 여러 전문가들이 미세먼지 농도는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다고 ‘팩트 체크’를 해주지만, 시민들은 과거보다 더 민감하게 미세먼지에 반응하고 있다. 물론 언론의 호들갑이거나 정부의 빈약한 대처가 문제이지 이렇게 난리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미세먼지는 시민들이 신경 쓰는 문제가 되었고, 사람들이 이 문제에 이전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미세먼지의 원인은 무엇인가? 미세먼지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대기 오염 물질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 물리적 원인보다 누구의 책임인지를 더 따져 묻고 싶어 한다. 언론 기사나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미세먼지의 책임은 중국 탓이다. 한국보다 중국이 국내 미세먼지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근거로 세계 기상정보를 시각화한 어스널스쿨의 비쥬얼맵이 제시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기후모델링 프로그램의 시각화 자료일 뿐 이것이 미세먼지의 이동이나 배출 기여율을 나타내 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사실, 과거에서 현재까지 발행된 여러 보고서를 보아도 국내 미세먼지 농도 기여율을 보면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게는 30%에서 많게는 70%로 다양하다. 이는 배출 기여율에 대한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중국 책임론은 심증일 뿐 물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처방을 위해서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문제해결을 위해 조금 더 과학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협력이 필요하다면 이 부분이 먼저일 것이다.

 

미세먼지 배출 책임 문제에서 미세먼지 원인문제로 시야를 돌려보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최근 국내 미세먼지 고농도 원인으로 지적되는 요인은 바로 대기 정체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가 장시간 정체되면서 국내외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쌓여 고농도 일수가 오래 지속된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의 원인 또한 화석연료 사용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생활을 지탱하기 위해 소비해온 화석연료 사용을 어떻게 얼마나 줄일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화석연료소비는 우리의 산업, 무역, 교통 등 더 폭넓은 부문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미세먼지 문제는 배출을 줄이는 것 뿐 아니라 우리가 화석연료 소비를 기반으로 구축해 온 산업, 무역, 교통 등등의 시스템전환과 맞물린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한다.


환경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2015년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 통계를 살펴보면, 사업장 40%, 비도로 이동오염원 16%, 에너지산업 연소 14%, 도로이동오염원 12% 순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해 왔다. 사업장 중에서도 철강 등 금속 산업의 배출량이 많고, 비도로 오염원의 경우 선박이나 건설장비가 배출량이 많다. 에너지산업 연소는 화력발전소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도로이동오염원은 경유차가 주 배출원으로 해당된다. 나열한 항목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와 긴밀히 연관된 항목이다. 결국 우리가 먹고사는 방식, 생산과 소비가 현재의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요인임을 거칠게나마 알 수 있다. 그래서 현재의 미세먼지 문제는 오염물질을 얼마나 줄일 것이냐 라는 배출원 제거뿐 아니라 이제까지 우리를 지탱해온 경제구조를 얼마나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 우리가 누려온 삶의 방식을 포기할 수 있느냐와 연관되어 있다.

 

미세먼지는 화석연료 소비 시스템이 결과한 하나의 증상이다. 동시에 화석연료와 성장지상주의, 끊임없는 생산소비체제의 결과인 기후변화가 심화시키는 징후이기도 하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대기 정체)가 연동된 문제라면 중국만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미국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 지구적인 문제의 국지적 현상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이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중국만을 지목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는 아니다. 왜냐하면 온실가스배출량으로만 보면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중국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책임 전가가 아니라 원인을 먼저 논해야 하고, 원인을 물질과 요소가 아닌 그것을 사용하고 쓰는 우리의 가치와 시스템, 체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결국 미세먼지의 진짜 원인은 중국이라기보다는 화석연료 소비이며 더 궁극적으로는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어 구축한 우리의 생산소비, 경제, 성장 시스템과 체제이다. 이 시각이 공유되지 않는 이상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끊임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며 공회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