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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칼럼
국민을 믿고 개혁의 박차를 가해야 한다

2019년 5월 10일은 촛불정신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이하는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포용적 사회 만들기, 남북관계 개선, 광주형 일자리 등 이번 정부의 정책 성과와 의미를 담백하게 담아냈다. 인수위도 없이 시작했고, 가짜뉴스가 판치고, 거대 야당의 저항으로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아직 임기의 절반이 되지 않은 시점이라 정부 정책에 대해 온전한 평가를 하기는 어렵고, 또 필자의 역량으로는 정부 정책 전부를 평가할 수도 없다. 다만, 물 정책과 관련된 몇 가지 사항을 짚어보면 아쉬운 점이 많이 드러난다.


수량과 수질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물관리 일원화 정책은 그동안의 분산되어 관리됨으로써 비효율과 중복, 낭비를 초래한 측면을 개선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할 수도 있고, 또한 물관리 기본법을 통해 유역 단위로 물관리의 기본 틀을 삼겠다고 하는 것은 전향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물 사용량이 많은 농업용수나 소하천 관리 등은 여전히 별도로 관리되고 있어서 통합적인 물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물론 한 부처에서 모든 물관리를 담당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물관리 일원화의 핵심은 물관리의 주무 부처 혹은 기구가 지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고, 이 부처에서 다른 부처의 물관리에 대해서 통합적인 조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따라서 앞으로 물관리 일원화는 기능의 기계적 통합보다는 조정 능력을 얼마나 잘 발휘할 수 있느냐 하는 이슈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만들어질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권한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행되는 상황을 살펴보면 단순한 자문위원회 정도의 역할만 담당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닐지 걱정스럽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다시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하 조사평가단)을 구성하여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과학적 연구와 조사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지난 2월에는 조사평가단에서 그동안의 보 개방에 따른 하천 수질 변화와 생태계의 변화, 그리고 보 설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는 경제성 분석을 통해 영산강과 금강의 5개 보의 처리 방안에 대해 제안을 했다. 2개는 개방하고 3개는 철거(부분 철거 포함)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정치적 공세를 퍼부었으며,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심지어 ‘조작’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였다. 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 내부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자적 양심을 지키면서 철저하게 분석을 했기 때문에 조작이라는 말을 듣고서 허탈감과 분노가 일었다. 그래서 남은 한강과 낙동강에 대해서는 더 철저하게 조사와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5월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4대강 보 평가 체계에 대한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는 정도에서 정체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야당의 저항이(과학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지만) 심한 상태에서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 굳이 쟁점화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금강,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에 대해서는 6월에 만들어질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종시장이 세종보 철거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보이고, ‘4대강 보 해체반대 국민연합’은 전문위원들을 고발하였으며, 계속 집회를 열어서 해체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시점인데도 정부에서는 특별한 대응이 없는 상황이다.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보 하나를 여는 것이 무슨 정치적 실익이 있겠느냐는 정무적 판단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자체가 반환경적이고 반민주적인 사업이었고, 이것을 바로 잡는 것이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정무적 판단보다는 정책적 판단이 앞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낙동강의 경우 다른 강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원인의 갈등 요소가 있기 때문에 집중적인 연구와 검토, 그리고 토론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금강, 영산강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둘러 조사평가단의 활동을 강화해야 할 때다.


마침 5월 9일 환경운동연합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국민 81.8%%가 정부의 4대강 보 처리 방안에 동의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물론 60대 이상에서는 62.3%로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지만 그래도 상당히 높은 비율로 2월의 조사평가단 발표 결과에 찬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대구, 경북 지역에서도 75.8%가 찬성한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리고 금강과 영산강에 이어 낙동강과 한강으로 모니터링을 확대해서 보 이용 및 철거, 개방, 방안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안에 대해서는 89.9%가 적절하다고 응답해주었다. 이런 수치들은 정부가 정무적 판단에 의존해서 우물쭈물 하고 있을 필요가 없음을 알려준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여당 원내대표와 몰래 나눈 이야기처럼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으로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대다수가 지지하는 사업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소신껏 밀어붙여야 할 때이다. 4대강 사업처럼 국민들의 지지가 많은 사업부터 개혁을 추진하지 못한다면 검찰 개혁, 재벌 개혁처럼 험난한 과제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아무쪼록 4대강 자연성 회복 사업을 계기로 촛불의 민심을 충실히 이행하는 정부가 되기를 진심으로 빌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