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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의 한국에서 COP27 읽기] 이집트는 ‘그린 워싱’, 한국은 ‘그린 패싱’

①방안의 코끼리를 어떻게 할까?

 

기후변화총회에서 지구와 인류와 수많은 생명의 미래가 결정된다. 그 미래로 가는 경로가 결정된다. 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회의의 핵심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기후변화총회의 친절한 해설서를 띄운다. 편집자주

 

“방안에서 죽은 코끼리 태우기.”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기후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석유, 석탄, 가스가 지목된 이후, 지난 6일(현지시각) 이집트에서 개막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7)의 고위급 연설에서도 정상들이 ‘방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 즉 화석연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방안의 코끼리’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말하기 꺼리는 문제를 말한다.

 

<에코> 기자는 드디어 기후위기의 핵심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기쁘면서도 의문이 든다고 반문한다. 다들 코끼리를 이야기하는데, 방에서 코끼리를 꺼낼 생각은 안 하고, 그 코끼리가 ‘깨끗한’ 코끼리인 것처럼 말한다는 것이다. 결국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석연료는 없으니, 이제 화석연료를 과감히 끊을 때라며, ‘그린 워싱’을 멈추라고 일갈한다.

 

30년 만에 의제가 된 화석연료, 손실과 피해


인류는 1992년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고 30여년동안 기후협상을 이어왔지만, 당사국총회 합의문에 석탄과 화석연료 감축이 언급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핵심 원인을 회피해왔으니 온실가스가 줄어들 리가 없다. 도대체 이 속도로 지구평균 기온 1.5℃ 이하 안정화를 위한 탄소중립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다.

이번 27차 총회에서도 30년을 기다려 처음으로 협상 의제가 된 것이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다. 기후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을 논의하는 것이다. 별도의 재원을 신설할지 여부와 기술지원 촉진을 위한 ‘산티아고 네트워크’ 운영방안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이번 총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 걱정되었는지, 지난해 글래스고에 나타났던 세계 정상들과 블랙록(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 회사)의 래리핑크를 포함한 경제금융계 거물들이 이번 총회에는 대거 불참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위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불참했다. 개도국 입장을 대변해오던 중국의 불참은 기후문제에서 중국의 달라진 위치를 보여준다. 누적배출량 기준에서 중국도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가 된 것이다. 당장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이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한 공정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회의가 열리는 11월18일까지 주요 변수들이 있다. 미국 중간선거 성적표를 들고 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이번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15일과 16일에는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함께하는 회복, 더 나은 회복’을 주제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다. 글로벌 보건 체계,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논의하지만, 세계주요국 정상들이 모이는 만큼 최근 에너지와 기후위기를 다룰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큰 변수는 개최국 이집트의 인권문제다. 2011년 ‘아랍의 봄’ 시위를 주도한 활동가 알라 압둘 파타흐가 감옥에서 물도 마시지 않고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4월부터 곡기를 끊어 왔는데, 이대로라면 당사국총회 기간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집트 정부는 현재 6만명을 정치적 이유로 감옥에 가두고 있고, 기후 인권 활동가들도 체포를 서슴지 않아 인권을 포함한 각종 문제를 기후회의 개최를 통해 ‘그린워싱’한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이집트의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리는 만큼 기후활동가들은 높은 숙박비를 지불하고 회의에 참여하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숙박비가 2배 5배로 올라 예약을 해놓고도 쫓겨나는 상황이다. 기후행진도 사막 한가운데 장소를 정해 이집트 사회에서 분리하는 분위기다. <에코>도 이번 총회 기간 내내 “인권 없이 기후정의 없다”를 메시지로 내보내고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는 에너지 계획


이집트가 ‘그린 워싱’이면 한국은 ‘그린 패싱’이다. 우리는 지키지도 못하는 목표 수립만 반복하는 기후위기 촉진자로 역할 하고 있다. 글로벌카본프로젝트에 따르면 202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는 세계 10위이고, 세계온실가스 누적배출량(1750~2021년) 세계 20위를 기록하고 있다.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지만 2021년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7960만톤으로, 2020년 대비 3.5% 증가했다. 2022년에도 배출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태로는 ‘2018년 대비 2030년 40% 감축’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 들어 원전 중심의 기후대응 정책을 표방하면서 기후정책은 10년 전 엠비(MB)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엠비정부는 2009년 온실가스를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 줄이겠다고 선언하고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2027년)에 10기의 석탄화력발전 설비 투자를 반영했다.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에너지 계획이 따로 놀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87%가 에너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기후정책과 에너지정책이 분리된다는 것은 애초에 온실가스를 줄일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똑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과 로드맵은 내년 3월에 나올 예정인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먼저 발표한 것이다. 산업부 안에 따르면 지난해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 상향 안 대비 원전은 23.9%에서 32.8%로 8.9%포인트 증가했고, 신재생은 30.2%에서 21.5%로 8.7%포인트 감소했다. 원전을 늘린 만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인 것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 시행령 제3조를 보면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가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 목표 등에 부합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무시하고 수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산업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무시하고 속도위반을 한다. 실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키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라는 큰 우산 아래 정부의 모든 부처가 수립하는 기본계획이 감축 목표량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 산업부가 이렇게 감축 목표를 무시하고 치고 나가면, 국토교통부나 농림축산부 같은 주요 부처들이 계획을 수립할 때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염두에나 둘까?

 

우리는 지금 본격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시작도 안 했는데, “목표가 너무 높다”, “부담이 크다”, “달성이 어렵다”, “경제가 어려워진다” 등 온갖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중이다. 이번 당사국총회에 참여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내로 억제하기 위해 2030년까지의 남은 기간이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다”라며 “제27차 당사국총회에서는 파리협정의 본격적 이행을 위한 전 세계의 의지를 모아야 하며, 우리나라 역시 탄소중립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임을 약속할 것”이라는 아름다운 말만 늘어놓았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당시에 고위급 연설을 나경원 당시 의원이 했다. 보통 고위급 연설은 국가 정상이나 수석대표(주로 환경부 장관)가 한다. 8년이 지난 2022년, 그동안 기후위기에 관한 활동이 전무했던 나경원 기후환경대사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이번 회의에 참여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이미 외교부 출신의 김효은 기후대사가 있다. 이집트에서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못하는 ‘비극’과 기후위기 대응을 정치적 역할분담 정도로 여기는 ‘희극’이 교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