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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의 한국에서 COP27 읽기] 한국의 ‘방위산업 올인’, 기후를 파괴한다

②기후위기 악화시키는 세계 군비경쟁

 

기후변화총회에서 지구와 인류와 수많은 생명의 미래가 결정된다. 그 미래로 가는 경로가 결정된다. 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회의의 핵심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기후변화총회의 친절한 해설서를 띄운다. 편집자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열리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세계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미-중 갈등 등 불안한 사건으로 가득하다. 정치-외교에서 불안이 고조되면서 군비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군비지출은 7년 연속 증가했고, 2022년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총 군사비는 2조1130억 달러(2,810조 원)에 달했다. 세계 총 군사비 지출액은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2조 달러와 같은 규모다. 군사비 지출을 모두 기후위기 적응 재원으로 돌리자고 하면 꿈 같은 이야기라고 할까? 아직 인류는 기후위기보다 바로 옆에 있는 국가의 위협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탄소배출비율과 군사비 비중이 동시에 10위권인 나라들은 주황색으로 표시했다. 자료 : GCP 전지구탄소프로젝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2021년 기준 세계 10대 이산화탄소 배출국가와 10대 군비지출 국가를 비교해보자.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가 군비지출도 많이 한다. 이산화탄소와 군비지출 모두 높은 국가는 미국-중국-인도-러시아-일본-독일-사우디아라비아-한국 순이다. 이들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요주의 국가들이다.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전 세계의 30.9%를 배출했고, 미국은 군비지출에서 37.9%로 압도적이다. 중국과 미국의 충돌은 기후위기든, 평화위기든 다른 세계를 압도한다.

 

2022년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국제세미나가 지난 10일 열렸다. 군사활동은 화석연료의 엄청난 사용량과 막대한 기후환경 영향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각국의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지 않아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군 배출량이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군사부문 배출량을 각국의 배출량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2015년 파리협정 체제에서는 군사부문 배출량 보고를 ‘의무사항’이 아니라 각국의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남겨두었다. 이것은 파리협정의 큰 허점이라고 평가된다. 높은 군비를 지출하는 국가들에 보고의무를 회피하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1년 전 국제적인 군사배출량 감시네트워크(militaryemissions.org)가 구성되면서 이번 당사국총회를 맞아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 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군사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배출량은 27억5천만톤CO²eq(이산화탄소환산량)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5.5%를 차지했다. 이를 국가 배출량과 비교하면 인도 다음으로 많은 세계 4위 수준이다. 실로 엄청난 배출량이다. 이렇게 숨겨진 군사활동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었다.

 

이날 녹색연합 황인철 기후에너지팀장은 한국의 2020년 군사부문 배출량을 발표했는데, 국방부에 따르면 배출량은 약 388만 톤CO²eq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한국의 공공부문 전체 배출량 370만 톤CO²eq 보다 많은 양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차원에서 군대와 군사활동의 온실가스배출량 보고의무 체계를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쟁은 기후위기를 심화시킨다


기후위기는 인간 안보의 문제인데, 군사활동이 기후위기를 초래하면서 인간 안보를 더 파괴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세계 군비경쟁에 불이 붙었고, 그 속에서 호황을 누리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산수출 수주액이 2020년까지 연평균 30억달러를 유지하다가 2021년 72.5억달러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170억달러를 달성했다. 폴란드에 다연장로켓 ‘천무’를 포함 124억달러 규모로 수출하면서, 전년도 실적을 2배 이상 뛰어넘은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방산수출의 성과는 방위산업을 미래 경쟁성장을 촉진할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바탕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106번째 과제가 ‘방산수출 확대를 통한 미래 먹거리 산업화 추진’이다. 국가안보실 주도로 범정부 방산수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방 아르앤디(R&D)→첨단무기체계 전력화→ 방산수출’로 이어지는 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무기를 무슨 일반 상품인 양 “방산수출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로 무기체계 가격 인하, 운영유지비용 절감과 기술력에 대한 국제 신뢰도 제고로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 가치 향상”을 이룬다는 것이다.

 

민선 8기 지자체장들도 ‘방위산업’을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 10월, 경상남도는 방위산업을 전략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에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기업-협력사 간담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 도내 방위산업 집중육성을 위한 지원방안을 구체화하고, 2023~2027 경남 방위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한다고 발표했다. 경남 창원시는 지역 산업 구조 다변화 방안으로 첨단방위산업특화단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군비지출도 세계 10위다. 지난 14일 저먼워치와 기후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발표한 ‘2022 기후변화대응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최하위권인 60위를 기록했다. 우리보다 못하는 국가는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이다. 온실가스 누적배출량 상위 20위(1975년~2021년)인 한국은 ‘손실과 피해’에 대한 지원 규모와 구체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공적개발원조 규모도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누적배출량도 많은 데다, 기후대응도 낙제점이고 심지어 개도국을 돕는데도 인색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 목표로 방위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 한국의 무기수출은 기후위기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전쟁에 취약한 국가들을 위협한다. 전쟁없는세상의 이용석 활동가는 무기를 수출하면 전쟁이나 분쟁에 쓰이거나 시민의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방위산업은 누군가를 죽이거나 파괴하고, 갈등과 긴장이 높아져야 시장이 확장한다. 지금과 같이 전쟁이 진행되는 시점 말이다. 평화가 확장되면 지금처럼 호황을 누릴 리가 없다. 우리가 지금 방위산업을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로 확산할 일인가? 한국은 대체 지구에서 어떤 나라가 되려는 것일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적응’하고, ‘감축’해야 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에너지전환과 순환경제, 탄소 중립을 위한 녹색산업으로의 대전환은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한국 정부는 파괴하는 산업이 아니라 지키고, 보전하고, 전환하는 산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