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로고
알림 - 칼럼
[녹색전환을 한다고요?] 광역 지자체 조직개편, 성장과 개발에 밀린 정의로운 전환

지난 11월 19일, 이집트에서 제27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가 끝났다. 이번에도 모든 화석연료에 대한 사용 중단은 합의되지 못했다. 그나마 개도국의 기후재난 피해를 지원하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합의를 했지만 구체적인 규모와 방법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1992년에 제1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 이후에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고 있다.

이번 총회 합의문에 명시된 대로 1.5℃ 목표 이행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9년 대비 43%를 빠르고 지속해서 줄여야 한다. 적어도 매년 4%씩 줄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한국도 2030년까지 40% 감축은 요원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은 실제 시민들의 삶터로 온실가스 배출과 감축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국제회의 결과에서 찾지 못한 녹색 전환의 희망을 지역에서는 찾을 수 있을까.

 

2022년 11월 18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COP27 유엔 기후정상회의 전체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논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월 취임한 지자체장의 임기가 100일을 넘었다. 취임 이후 최우선 공약을 가시화하고 추진할 발판을 만드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지자체의 향후 운영방향을 보기 위해서는 내년도 예산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행정 조직개편이다. 지자체장은 자신이 공약을 추진할 조직이나 사람을 확대하고 싶어하고, 때로는 전임 시장의 흔적을 지우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이기도 한다. 현재 경기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울산광역시는 조직개편안이 입법예고를 거쳐서 의회 승인을 앞두고 있고, 제주도는 연말까지 새로운 조직개편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 경남, 경북 등 은 민선 8기 첫 조직개편이 마무리된 상태다. 17개 광역지자체 조직개편 상황을 점검한 결과, 한국의 지자체들은 여전히 개발주의 시대의 시정 운영 방향을 버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의회는 7월 2030엑스포 추진본부와 15분도시기획단, 북항재개발추진과 등을 신설하고, 민생노동정책담당관 폐지, 녹색환경정책실-물정책국의 통·폐합을 핵심으로 하는 행정기구 설치 및 정원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행정 운영을 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 확연히 보인다. 이 조직개편은 낙동강 물과 농산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부산시민의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녹색환경정책실과 물정책국을 통합해 사실상 물 정책 부서를 축소 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산의 시민단체들은 지금이 오히려 낙동강하굿둑 개방과 기수생태계 복원, 낙동강 8개 보 개방 등 낙동강 수질 개선에 앞장서야 힘을 써야 하는 시기라면서 ‘막개발 중심 조직개편’이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확대된 조직을 보면 2030 엑스포, 북항재개발추진, 공항추진단 등 기후위기가 주요 의제로 등장하기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 물가와 공공요금 인상 억제, 기후위기 대응과 2050 탄소탄소 중립 계획과 목표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조직개편안이다.

 

경기도는 ‘경기국제공항추진단’을 설립 추진 중이다. 이미 지방선거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내용인데,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아직도 이 내용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에 국제공항이 생긴다면 인천공항과의 경쟁력 등으로 많은 우려가 있고, 공항이 들어설 지역은 현재 갯벌이나 산림 지역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보존하고 확대해야 할 탄소흡수원에 공항을 짓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기국제공항추진단이 아니라 탄소중립지원단을 구성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경상북도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추진을 위한 추진단을 별도 설치하고 있다.

 

개발, 성장, 유치에 조직개편 방점 찍혀 있는 지자체들
신공항 건설 경쟁도 여전

 

당장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일자리와 지역사회의 전환 관점에서 큰 이슈가 되는 지역에서도 개발, 성장, 기업 유치 중심에 골몰하고 있다. 충청남도는 균형발전국을 만들어 지역 특색을 살린 권역별 맞춤형 발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 김태흠 도지사 공약인 베이밸리 메가시티, 안면도 관광지 개발 등 대규모 개발 공약을 담당하게 된다. 또, 기존 경제실과 미래산업국을 묶어 ‘산업경제실’로 격상시켰다. 한편, ‘도민 인권증진에 관한 사항’은 자치행정과의 업무를 자치안전실로 이관하면서 특별한 사유 없이 누락하고, 어느 부서에도 업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후 인권조례 폐지 수순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반발해 인권, 노동, 환경단체들이 결성한 ‘위기충남행동’의 10대 요구안 중 첫 번째가 인권증진팀 폐지 철회와 인권전담부서 강화였다. 충청남도에서는 2023년까지 12기 화력발전소가 폐지될 계획이다. ‘탄소중립경제과’가 신설되고 탄소중립경제특별도를 선포했지만 피해가 집중될 해당지역 주민들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구조는 없다.

 

충남에 이어 화력발전소가 많은 경남 상황도 다를 바 없다.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다는 목표로 주로 경제부서와 투자 유치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우주항공 분야 투자를 위해 우주항공산업과를 신설했다. 일자리 창출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폐쇄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노동자들에 대책 마련에는 전혀 무관심하다. 당장 2023년 초부터 삼천포화력발전소 3, 4호기 폐쇄 준비를 해야 하는데 노동자들과의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시는 시장 직속 기구로 제물포르네상스기획단을 신설할 계획이다. 유정복 시장의 핵심 개발공약으로, 인천항 중심으로 한 원도심 개발 프로젝트인데 벌써부터 부동산 가격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항 개념도 ⓒ서울시

 

서울은 이미 전임자 흔적 지우기 개편이라는 비판을 강하게 받는 지역이다. 박원순 전 시장이 추진하던 시민협력 사업이나 주거 재생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가 폐지되거나 축소되었다. 최근에는 2026년까지 여의도에 ‘서울항’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항은 2010년 1기 오세훈 서울시장 때 ‘한강르네상스’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는데, 당시 이를 추진하던 한강사업본부는 1급, 3급이 지휘하는 1단 6부 23과 12개 안내센터로 구성된 대규모 조직이었다. 현재는 4부 17과 11개 안내센터로 조직 규모가 줄었는데, 새로운 서울항 추진 계획이 이후 한강사업본부의 규모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주요 지자체 민선 8기의 조직개편의 중점 방향

 

서울
신설 : 약자와의동행추진단' 시장직속
폐지 및 축소 : 시민협력국 폐지, 주거재생 축소


부산
신설 : 재정관·2030엑스포추진본부·금융창업정책관·미래산업국
폐지 : ​​민생노동정책관과 산업통상국
명칭변경 : 녹색환경정책실과 물정책국을 통합해 환경물정책실로 변경.


경기
신설 : 경기국제공항추진단, 미래성장산업국, 사회경제국, 베이비부머과와 노동안전과
명칭변경 : 환경국 -> 기후환경에너지국


인천
신설 : 시정혁신담당관, 제물포르네상스기획단, 글로벌도시기획단
폐지 : 남북교류협력담당관과, 도서관정책과


경북
신설 : 지방시대정책국, 메타버스과학국, 경제산업국, 통합신공항추진본부
폐지 : 일자리경제실, 과학산업국, 아이여성행복국


경남
신설 : 항공우주산업과, 창업지원단


충남
폐지: 청년공동체지원국,자치행정국3국,사회적경제과, 혁신도시정책과
신설: 균형발전국과 대변인, 개발전략과, 인구정책과, 투자통상정책관, 공공기관유치단


올해부터 예산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는 온실가스 감축인지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제출한 2023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를 보면 288개 감축사업에서 2023년에는 336만 톤, 2030년까지 2,871만 톤 감축할 수 있다고 보았다. 2021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6억 7960만 톤임을 감안한다면 감축 사업 비중이 너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라북도 2022년 예산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총예산 대비 감축사업은 4.1%인데 배출사업은 15.2%에 달한다. 다배출 사업의 규모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그동안에도 무분별한 개발 계획은 생태계 파괴, 땅값 상승의 우려에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었지만, 이제는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사업으로 구분되어 기후위기 시대에 더 설 자리가 없게 되었다. 여기에 맞는 조직개편이 필요한 이유다.

 

민선 8기의 광역지자체의 기후위기 대응 준비는 실망을 넘어 위기감을 느끼게 만든다. 기존 개발시대의 패러다임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장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바닥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2023년 3월, 정부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발표하면 광역지자체도 탄소중립계획을 세우고 이행점검을 하면서, 여기에 걸맞은 인력과 예산 배치해야 한다. 그대로 둔다면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적응 대책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 스스로의 안전과 현재를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시민들과 함께 감시하고, 지역의 대안을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