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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고요?] 2023년 예산, 기후가 보일까?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 '역대 최장 지각 처리' 예산국회가 막을 내렸다. 나라살림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지출 규모는 총 638.7조 원으로 의회는 정부의 예산안 중 4.1조를 증액, 4.5조(교육부 예산 제외) 감액하여 2023년 예산을 결정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회심의과정에서 증액된 사업은 총 658개(교육부 제외), 금액은 총 13조 5000억(교육부 제외 시, 4조 1000억 원)이다.

 

2023년 예산이 통과되는 동안, 국회 담장 앞에서 시민들의 단식농성과 철야농성이 이어졌고, 현재도 계속 되고 있다. 대거 삭감된 공공임대주택 예산 복구를 외치는 텐트, 노조법 2조 3조 개정을 요구하는 텐트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 기본권인 주거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거셌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예결산위원회의 밀실 협의였다. 심지어 공식 회의를 통해 감액된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조차 없다.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 조정한 비율도 1.7%로 5년간 최저 수준이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273인, 찬석 251인, 반대 4인, 기권 1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기후예산'은 어떠할까.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예산부터, 기후위기와 기후불평등을 해소하는 곳에 꼭 필요한 예산까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새해부터는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 제도가 시범사업을 넘어 본격 시행된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운영되는 제도로,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과 기금 편성 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여도 등을 분석해 재정 운용에 반영하고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정부나 지자체 등이 시행하는 사업과 예산 지출이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에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제출한 2023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가 문제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그 이유는 첫째, 모든 사업과 예산에 이를 적용하지 않았고, 전체 예산안 중 1.9%에 해당하는 부분만 예산서를 제출했다. 지나치게 적은 수준으로 계획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온실가스감축 현황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방해하는데 작용한다. 둘째, 적용된 예산안 중에서도 '그린워싱'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 여러가지다. 온실가스 배출 사업은 평가에서 제외하고 오직 '감축 사업'만을 평가해 착시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제 지자체도 적용해야 하는 이 제도를 정부가 솔선하여 나쁜 사례를 만들어 준 것이다.

 

다음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졌던 전기요금 인상과 한전 적자 이슈와 관련된 예산안도 있다. 한전 적자 문제의 근본 원인은 화석연료 중심의 시스템이고, 이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으나 비현실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이 부채를 키운 것이다. 그러므로 전기요금 인상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이 화두가 되었을 때 정치권은 늘 '시민들의 부담'을 걱정한다. 이 걱정은 진심일까? 실제로 에너지 기본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의 내년 예산은 올해 대비 약 455억 원 줄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대처로 22년 대상자를 기존 생계,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주거, 교육 급여 수급자로 축소시켰다.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주창한 정부의 기만적 행위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국회에서 개정한 한전법(부채를 6배까지 늘려주는 법)은 모든 상황을 후퇴시키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정부는 에너지 분권과 자립을 강화하는 재상에너지 확대를 비롯한 에너지 전환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래는 더 걱정이다.

 

전기요금 문제 나오면 시민 걱정하는 정치권, 에너지 기본권 박탈당한 시민들 얼마나 보살폈나

예산안도, 경제정책방향도 실망스럽지만 중요한 건 시민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

 

이 와중에 기업 살리기, 부자감세만 보이는 2023년도 예산이다. 법인세율은 과표구간별 1%씩 인하 되었다. 이 결과로 법인세는 내년부터 5년간 무려 13조 7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한다. 종부세도 개편되었는데 이로 인한 세수 감소는 같은 기간 동안 총 6조 3000억 원이다.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사회, 부의 격차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기업과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조차 없는 결과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신림동 한 주택 반지하에 살고 있던 세 여성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현장 신림동 반지하 주택 모습. 2022.08.09 ⓒ민중의소리

 

한편 정부 관계부처에서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살펴보면 더 답답하다. 정부는 경제운용 4대 기조를 '자유⋅혁신⋅공정⋅연대'로, 2027년까지 주요 목표 중에 하나로 '세계 4대 건설강국, 원전수출, 방위산업 강국'으로 설정했다. 산업통상부 예산과 사업계획에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석탄 로드맵을 찾아볼 수 없는 것과 어떤 의미에서 상통한다. 아무리 살펴봐도 평화도 없고, 안전도 없는 경제정책방향으로 보인다.

 

2022년, 이태원 참사와 폭우로 인한 반지하 참사를 비롯하여 우리 곁에 참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이것에 대한 기억과 반성, 그리고 성찰을 찾아볼 수 없는 국가의 계획이다. 그럼에도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한 줄기조차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요한 건 시민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꾸준히 국가의 의미, 국가의 역할을 찾으며 전환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