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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okso]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던진 온실가스 폭탄

* 이 글은 alookso에 23년 3월 2일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3월 6일, S-OIL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

6일, S-OIL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를 신설하는 '샤힌 프로젝트(shaheen)' 기공식을 갖는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을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공정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다. 이 설비가 2026년에 완공되면, 연간 최대 320만 톤의 석유 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1 이로써 S-OIL은 생산 포트폴리오에서 석유화학 비중이 12%에서 25%로 늘어나며, 일자리 1.7만 개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샤힌 프로젝트 이후 S-OIL 생산 포트폴리오

(샤힌 프로젝트 투자자 브리핑 자료, 2022.11)

 

샤힌 프로젝트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한국 방문 시기에 맞춰 투자가 결정되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대주주이고, 아람코는 S-OIL의 지분 63.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샤힌 프로젝트에서 샤힌은 아랍어로 '매'를 의미하고, 총 투자금액 만 9조 2580억 원이다. 언론에 따르면 6일 열리는 기공식에 맞춰 아람코 이사회도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의 17%를 소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1 아람코 계열사인 S-OIL, 한국에서 세계 최대 석유화학 크래커 제조

 

 

S-OIL 2021년 지속가능보고서

 

윤석열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를 환대하면서, '제2의 중동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동시에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지역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일자지를 창출하는 장밋빛 전망을 중심으로 보도되었다. 문제는 온실가스다. 탄소중립 시대에 S-OIL의 대규모 석유화학생산 설비가 한국에 들어서도 괜찮은가에 대한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투자결정이 지난해 11월인데, 기공식이 3월이다. 사업추진 속도가 엄청나다.

 

 

샤힌 프로젝트 투자자 브리핑 자료, 2022.11

 

S-OIL 2021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살펴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1,003만 톤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공개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대상 기업 배출량'을 보면 S-OIL은 포스코, 현대제철, 삼성전자, 시멘트업체 쌍용씨앤이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샤힌 프로젝트로 에틸렌 180만 톤 생산설비가 늘어나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은 폭증한다. 샤힌 프로젝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회사에서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석유화학 업체인 대한유화의 배출량으로부터 추정해 볼 수 있다. 대한유화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90만톤이고,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70만톤 내외인 점에서 샤힌 프로젝트의 배출량을 추정해 보면 300만 톤 가량 될 것이다.

 

S-OIL이 샤힌 프로젝트를 완료해서 300만 톤을 더 배출하면 2026년 삼성전자 배출량을 추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샤힌 프로젝트 투자자 브리핑 자료에 나온 S-OIL의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BAU 대비 탄소배출 35% 절감 달성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번 달 정부는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2021년 정부가 수립한 목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40% 감축을 위해 산업부문은 2018년 대비 14.5%를 줄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하는데, 이번에 발표되는 산업부문 감축률에 따라 2026년부터 시작되는 4기 배출권거래제에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S-OIL도 샤인프로젝트로 추가배출하는 양에 대해서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격인 톤ㄷ낭 2만 원을 반영해도 배출량을 300만 톤으로 잡았을 때, 600억 정도의 비용이 추가된다. 게다가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에 석유화학제품을 추가할 경우 EU 시장으로의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 될수록 배출권가격이 상승하고, 환경설비 개선에 필요한 비용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OIL 뿐만 아니라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휘발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석유화학 비중을 늘린 것이다. 정유사들은 정유부터 석유화학 제품 원료 생산까지 수직계열화가 가능해 일반 석유화학회사보다 수급 경쟁력에서도 앞선다. 지난해 10월 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에서 HPC 공장을 준공했고, 11월에는 GS 칼텍스가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이미 준공했다.

 

정유업계의 석유화학 투자

(산업자원부 홈페이지 토대로 재구성)

 

정유업계가 화학제품 생산에 뛰어들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극한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된다. 게다가 정유업게의 수익성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대규모 화학 제품생산 설비 증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이 2025년까지 계획한 에틸렌 증설 물량은 900만 톤이고, 올해 증설하는 폴리프로필렌(PP)은 물량만 655만 톤으로 추정된다.4 중국이 우리나라 폴르프로필렌 전체 생산량을 웃도는 물량을 추가 생산하게 되면, 한국 기업들로서는 최대 수출시장이 사라지는 셈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탈플라스틱 흐름과 재활용 관련 규제가 강해지면 전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EU는 그린 딜과 2027년 러시아 화석연료 독립을 선언하며 녹색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고,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소법으로(IRA)으로 전 세계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전기차 산업투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그린 뉴딜은 자취를 감춘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유화학산업 대규모 증설과 투자에 집중하는 형국이다.

 

한국의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대표적인 탄소집약적 산업구조를 어떻게 저탄소형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산업전환 정책이 없다 보니, 여전히 탄소집약적 산업을 지원하면서 '녹색'과 '탄소중립'만 외치는 꼴이다. 신규로 짓고 있는 석탄발전소와 샤힌 프로젝트 만으로도 2030년 40% 감축 목표는 까마득해 보인다. 빈 살만이 한국에 던진 온실가스 폭탄이 터지는 2026년 우리는 어떻게 살게 될까? 그리고 샤힌 프로젝트 이대로 진행되어도 되는 것일까?

 

2 전남 여수 올레핀 생산시설(MFC) 준공

3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설비 HPC 준공

4 중국의 대규모 화학제품생산 설비 증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