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로고
알림 - 칼럼
[녹색전환을 한다고요?] 샤힌, 누구도 말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 이 글은 민중의소리에 23년 3월 30일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지구온난화에서 기후변화, 이제는 기후재난으로

2022년 4월 6일, 26개국 천여 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시위를 벌였다. 수십 년간 연구과 과학적 근거들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증명해온 그들이지만, 국가와 기업 그리고 시민들이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시위를 택했다. 이들의 시위가 예외적인 것은 '중립'을 중요하게 여기는 과학자들이 "이대로 가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과장이 아니다."라며 경고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은 경제에 미칠 위험요인 다섯 가지를 발표했는데, 1위가 극한의 기상이변, 2위는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실패, 3위가 인간이 만든 환경재해로, 대부분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우리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기후의 급격한 이상 혹은 극심한 변화를 '지구온난화'라고 칭했고, 이 불편한 진실이 인간 행위 때문이라는 증거들이 누적되면서 '기후변화'로 부르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외 언론들은 가치중립적으로 인식되었던 용어 대신 '기후위기', '기후재난' 등으로 부르는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극단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924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이 서울시청 인근 세종대로에서 화석 연료와 생명 파괴 체제 종식을 촉구하며 행진하던 중 기후위기를 경고하며 드러눞는 다이-인(Die-in) 시위를 하고 있다. 2022.09.24 ©민중의소리

 

IPCC 제6차 보고서와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기본계획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3월 20일 제6차 종합보고서를 공개했다. 2040년 이전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면 1.5도 이상 올라갈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위험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1.5도'였는데, 모든 국가가 목표를 달성해도 불가능한 수치가 돼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IPCC 보고서는 1.5도 상승을 저지하기 이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34%에서 60%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울한, 그러나 결연한 의지가 담긴 보고서가 나온 다음 날인 21일 정부도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하기 전에 이미 '우울한 미리'보다 더욱 암울한 소문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기업의 민원을 해결하고 산업부문에 '특혜'를 줄 것"이라는 소문부터, 3월 25일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불과 3일 전인 22일에야 형식적인 공청회를 열어 '의지도, 구체적인 목표'도 갖추지 못한 누더기 계획을 얼렁뚱땅 통과시킬 거라는 소문까지. 비관적인 미래를 바꾸기 위해 연구실을 박차고 나온 과학자들의 외침이나 IPCC 보고서의 경고도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엔 가닿지 못한 듯하다.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는 2018년 대비 14.5%에서 11.4%로 낮아졌고, 파국을 막기 위해 8년간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한 전문가들과는 달리 현 정부 임기 내에서 2%씩 감축하다, 전체의 75%를 다음 정권에 무책임하게 넘겼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환경만이 아닌 산업이나 경제의 관점으로 볼 경우, 정부 계획은 극심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목표를 제시하지도 못했고,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CBAM)과 같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무역 제한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기후변화와 경제 모두 위험에 빠트릴 가능성이 크다. 이떄, 정부의 탄소감축 후퇴와 함께 언급되는 낯선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샤힌 프로젝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기업 누구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3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울산시 울주군에서 열린 에쓰오일 샤힌(Shaheen, 아랍어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조인 매를 의미) 프로젝트 기공식에 참석했다. 에쓰오일은 9조 2,58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세계 최대 석유화학 생산설비, 스팀 크래커 구축 사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샤힌 프로젝트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축하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규제개선은 강조했지만, 세계 최대 스팀 크래커(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하여 에틸렌이나 프로필렌을 생산)와 관련 시설에서 발생할 최대 2,000만 톤의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석열. 샤힌 프로젝트는 그가 가장 공들여 추진한 경제외교 성과일지 모른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말하면서 정작 세계 경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특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탈탄소로의 전환'이 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그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샤힌(Shaheen) 프로젝트' 기공식에서 시삽을 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9조2580억 원 규모의 국내 최대 석유화학 프로젝트다. ©뉴스1

 

3월 14일에 열린 제7차 지역경제포럼에서, 울산은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 2위 업종으로 공격적인 탄소 감축이 절실한 상황"이자, "울산의 산업구조 다양성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며, "자동차, 석유화학 등이 몰려있는 산업 구조 특성상 탄소배출이 많은 도시"라고 지적받았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울산의 탄소 배출량은 4,247만 톤으로 4위, 사업체당 탄소 배출량은 2위이다. 녹색전환연구소(2022)도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이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최고 비즈니스 시장, 그린벨트 해제해서 기업유치'를 강조했지만, '기후위기, 기후변화, 탄소중립'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과 산업전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울산시는 샤힌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별도의 전담팀(석유화학기업 지원 특별팀)을 꾸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은 "탄소감축을 위해 철저한 검증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샤힌 프로젝트는 장밋빛 꿈이 아닌 탄소폭탄이 될 것"이라 경고하며, 울산도 "탄소감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기구와 이를 감시할 민간환경감시센터가 필요하다"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2021년 에쓰오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10위, 산업 분야에선 다섯 번째로 많다. 스팀 크래커 등 관련 시설이 대폭 증설될 경우, 삼성전자(2021년 1,449만 톤CO2eq)의 배출량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유에서 석유화학으로의 전환에 과연 탄소중립과 감축을 달성하려는 에쓰오일의 의지가 담겨있을까? 에쓰오일이 작성한 지속가능성보고서(2021)에 의하면, 최근 탄소배출은 2018년 870만 톤 CO2eq에서 2021년 961만 톤 CO2eq으로 대폭 증가했다. 샤힌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정유에서 석유화학 사업으로 전환 혹은 다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저탄소 상품을 위한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샤힌 프로젝트에서 배출될 예상량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기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설명도 부족했다. 이러한 방식의 설명을 우리는 '그린 워싱'이라고 부른다. 말로는 '저탄소 상품'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언급하지만, 현실에선 탄소배출이 대폭 증가하며 미래에 대한 청사진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에스오일이 작성한 지속가능성보고서 속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에쓰오일과 샤힌 프로젝트에 대해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적어도 탄소감축에 대한 탄소감축에 대한 의지도 부족하고,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의 말처럼 샤힌 프로젝트는 '탄소폭탄'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샤힌과 샤인 사이

"'샤인'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기공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방명록에 잘 못 작성한 것을, 말·글 실수가 많은 대통령의 에피소드만으로 치부해야 할까.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인 그의 눈에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밝게만 빛날(shine, 샤인) 장밋빛 미래로 보였기에 샤힌이 아닌 '샤인'으로 적었다고 생각한다면 필자의 과한 상상일까. 정부도, 울산시도, 에쓰오일 스스로도 장밋빛 미래 너머의 위험과 위기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국가도, 지방정부도, 기업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감시하고 바꿔야 하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불편한, 그러나 중요한 질문을 넘기며 부족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