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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고요?] 기업의 그린워싱 TCFD(기후변화재무공시)로 찾아낼 수 있을까

* 이 글은 민중의소리에 23년 5월 1일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6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쏟아부은 물폭탄에 경북 포항시 전역이 물바다로 변한 가운데 남구 인덕동 주택가 주차장에 있던 승용차들이 침수돼 있다.(독자제공)2022.9.6 ⓒ뉴스1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포항과 경남지역을 덮쳤다. 유례없이 많은 비가 내렸고,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쇳물을 생산하는 공정 시설인 고로가 침수되어 공장 가동 50년 만에 전체 공정을 중단하게 되었다. 130여일 간의 조업중단과 2조여원으로 추산된 피해를 불러온 태풍은 지난 일로 기록되고 말까. 전남지역에서는 역대급 가뭄이 지난해부터 계속 되고 있고, 부산의 벚꽃은 102년 만에 가장 빠르게 개화했다. 대형 산불은 어느새, 봄이면 으레 겪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유례없는 역대급의 기록적인 기후현상은 매년, 기후위기의 경고처럼 반복된다.


기후위기가 불러오는 기업의 위기, 기업이 불러온 기후의 위기

포스코는 한국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임이자 의원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 포스코의 최근 5년(2017~2021년)의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배출량 약 6억 8천만 톤의 약 11.6%에 달하는 7천 582만톤 수준이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과 해외 사업의 환경 및 인권 문제는 포스코를 ‘기후 악당’으로 불리게 했다. 지난 1월,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포스코와 산업부가 주관한 행사에서 산업 부문 탄소배출 감축을 요구하며 직접행동을 벌인 기후활동가들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감형을 결정하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정부와 산업계가 현재보다 수준 높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 했다. 한국의 기후활동가들의 직접행동과 소송처럼 네덜란드에서는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세계적인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을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 2021년 5월 이들은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2030년 말까지 2019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45% 줄여야 한다는 판결을 끌어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더 수준 높은 노력은 기업들이 기후 위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경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애플은 지난 2030년 공급망 탄소 중립을 선언함으로써,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완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부품과 원자재가 유통되고 생산되는 과정에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는 곧바로 애플과 거래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서울반도체, LG 화학, 영풍 그룹 등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 압박으로 이어졌다. ‘넷제로 반도체 요구에.. 삼성·SK “난감하네”’. 최근 한 경제지의 뉴스 제목처럼 이제 2030년까지 고작 7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와 같이 탄소중립 기반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국내 기업들은 난감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지난해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의 연이은 ‘RE100’선언은 이러한 부담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 제품생산을 위한 원자재와 부품 확보와 관련한 공급망에서 부터, 생산시설은 물론 직원들의 출퇴근, 제품이 유통되어 소비자들이 이를 사용하고 폐기하기까지의 제품 전 생애주기의 관리를 포함한 스코프3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관리가 요구된다. 그동안 기업들은 기껏 해 봐야 자신들이 가진 공장이나 시설에서 직접 배출(스코프1)되는 온실가스 저감이나 시설 가동과 제품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스코프2)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 선언만으로도 대단한 노력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코프3의 공시 요구는 이제 기업들이 자신들이 소유한 시설만이 아니라, 하청 혹은 협력업체, 소비자들의 제품 이용과 폐기 전반에 대한 환경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책임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APG(All Penton Group)는 지난 2022년 자신들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서한을 보냈다. 당신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충분히 줄이고 있는가를 묻는 이 서한은 향후 투자의 지속 여부와 관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 압박 요인이 된다. 특히 해외에서는 주주들이 기업이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우려하며, 적극적인 대응과 책임을 기업에 요구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투자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자신들의 금융활동을 통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고탄소 산업에 대한 투자 철회, 규모의 조정을 통해 스코프3을 관리한다.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세계의 변화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기후 위기와 관련 조치들이, 자신들의 산업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보호무역주의라고 비판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세계의 경제질서와 산업 활동 재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업이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그래서 우리에게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약속이나 그 수준이 적절한지 여부를 무엇을 통해 확인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기업이 기후위기와 관련한 정보 공개를 규정하는 TCFD(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이하 TCFD), 기후변화재무공시이다. 지난 2017년 등장한 TCFD는 국제적 금융위기에 있어 국제협력적 대응, 대처를 위해 각 국가의 중앙은행, 감독기구 등이 모인 단체인 금융안전위원회(FSB)에 의해 제시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ESG 경영 쟁점이 부상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환경경영과 관련한 정보 공개가 권고되어 왔다. TCFD의 특징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과 같은 단순한 정보 이상의 자료를 요구한다는 데 있다. 기후 위기가 불러오는 기상현상에서 제도와 시장을 포함한 역동적 변화가 현재와 미래에 걸쳐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서 제시해야 하며, 기업의 직접적 설비 뿐 아니라 공급망과 유통망, 제품의 소비와 폐기를 아우르는 스코프3의 배출량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

우리는 이 자료를 통해 기업이 이해하는 기후 위기에 당면한 현재와 미래의 상황과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자료는 기업 투자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스코프3 관리 강화가 국제 규범으로 확정되었을 때 기업의 재무적 영향이 무엇이고, 기후 위기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불러올 부정적 결과, 혹은 온실가스 저감 계획이 적절하고 실행력 있는지를 파악하여 투자로 인한 손실과 이득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자료는 기업의 기후위기 책임을 확인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기업이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나 RE100 선언 같은 것들이 정말 믿을만한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TCFD 의 제도화는 한편으로는 ‘그린워싱’을 찾아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TCFD 의 공시와 제도화 논의가 활발하면서 동시에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새로운 규제의 도입 필요성과, 그린워싱을 찾아내는 기후활동가들과 시민들의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업의 기후 위기 책임을 묻지 않고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 1.5℃ 이내로 제한하자는 전 인류의 노력이 달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잦아진 대형산불도 기후위기에서 파생된 결과입니다. ⓒpixabay

 

TCFD의 권고안이 개별 국가나 국제적 기후공시 관련 프레임에 반영되면서 TCFD가 기후변화 관련 재무공시의 기초가 되고 있다. 점점 TCFD 권고에 따른 기후공시를 추진하는 기업은 늘어가고 있으나 그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 또한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 된다. 법무법인 지평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TCFD가 권고한 11개 공개항목을 세분화하여 평가한 결과 공시율 수준이 23% 밖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기업들이 TCFD에 따라 기후관련 공시를 한다고 하면서도 그 구체적 내용과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녹색전환연구소는 기업의 온실가스 저감 노력과 성과를 평가하며 기업의 기후위기 책임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 상위기업들의 TCFD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다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지금까지의 내용은 앞선 비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났음에도 기후위기 대응을 선제적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 고탄소 산업으로 분류되는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면서 저탄소 경제 전환을 꿈꾼다는 앞 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 하나의 보고서에 담겨 있다. 또한 기후위기의 잠재적 영향이라고 하기 모호한 것들이 시나리오 분석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기업의 기후공시제도가 충분히 제도화되지 않았고 TCFD 보고도 기업의 자율적 영역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업 스스로 홍보하고 선언하는 환경경영, 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책임을 얼마나 진지하게 다루는지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TCFD 자료는 유용하다. 이를 위해 시민들과 함께 TCFD 보고서를 함께 읽는 강좌를 5월 8일 부터 시작한다. 함께 기업의 그린워싱을 따져보고 감시하기를 제안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