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과 29일, 파리와 리옹을 제외한 프랑스 전국에서 도의원 선거(les élections départementales)가 치뤄졌다. 어쩌다보니 본의아니게 녹색당 후보로 출마하게 되어 베르사이유 경시청에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선거 캠페인 전과정에 걸쳐 모든 일을 하는 바람에 프랑스인들도 다 모르는 선거법도 자세히 읽게 되었고, 선거자금이 어떻게 준비되고 유통되는지 선거를 둘러싼 일체의 준비 과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내가 후보로 나섰던 건 옆동네 녹색당 시의원의 추천사유 때문이었다. « 정치는 ‘정치가’라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민주주의라고 봐. 그 때문에 나도 작년에 시의원으로출마를 했고, 시의원이 됐지. 나는 네가 녹색당 여성 후보로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너의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가 우리에게 몹시 필요해. 넌 아주 좋은 여성 후보야. » 이 동료의 추천을 받고 사흘간 고민했다.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사회라, 얼마나 좋을까 ?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출마를 결정했고 캠페인 내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에 이 동료의 추천사가 내겐 가장 큰 힘이 되었다.
프랑스의 행정 및 선거제도를 다 설명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지만 프랑스 녹색당을 소개하는데 앞서 프랑스의 행정적인 골격을 이해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되서 도의원선거와 관련된 사항만을 간략하게 소개할까한다. 이 골격을 보고나면 프랑스 녹색당이 프랑스 사회 전체에서 어디쯤 위치하고 얼마만큼 영향을 끼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예년과 다르게 이번 도의원선거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도의원선거의 선거구 단위가 되는 ‘껑똥’(cantons)의 수가 반으로 축소되었다. 다시 말해서 선거지구의 면적이 두 배로 늘어 자신이 거주하는 곳이 어느 선거지구에 소속되는지 투표 전에 확인해야했다. 여러 개의 ‘꼬뮨(communes; 시)’이 하나의 껑똥을 이루고, 여러 개의 껑똥이 하나의 ‘데빡뜨멍(département; 도)’을 이룬다. 한 껑똥의 주민수는 약 10만명으로 껑똥은 행정적인 구획 단위, 데빡뜨멍은 지리적인 구획 단위다. 프랑스는 현재 시 36 700개, 도 101개, 지역(régions) 22개로 나뉘어져있다. 작년에 시의원선거, 올해 도의원선거, 올 연말에 지역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로, 이번 선거부터 도의원 명칭이 ‘꽁쎄이 제네랄(conseil général)’에서 ‘꽁세이 데빡뜨멍딸 (conseil départemental)’로 바뀌고, 임기도 3년에서 6년으로 늘어나고, 과거에는 한 명의 후보였던 것이 « 여성의 정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 반드시 여자와 남자가 한 팀이 되어 출마하는걸로 바뀌었다. 내가 도의원선거 개편 상세를 말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는 남성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여성의원과 남성의원이 동일한 비율로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각각의 후보는 동성의 대타후보가 있어야하므로 4인1조가 되는데, 한 껑똥이 걸치고 있는 여러 시에서 서로 다른 정당의 후보 넷이 공동의 선거공약을 만들어 출마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고 좌파와 우파가 손을 잡는 경우는 없다. 좌파든 우파든 소수정당들이 여럿 있으므로 좌파는 좌파 내에서, 우파는 우파 내에서 결합한다. 아버지에서 딸로 이어지는 르펜(Le Pen)家가 대를 물려 거의 독재체제로 군림하는 극우파는 어느 누구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극우정당 후보들은 선거포스터만 걸었을 뿐 (돌 맞을까봐 ?) 선거 캠페인도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별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선거포스터가 훼손당한 경우는 대부분 극우정당의 포스터들이었다. 프랑스는 지금 ‘극우파가 일어나는 배경과 원인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성 중이다.

사진 설명: 이블린(Yvelines)의 녹색당 도의원선거 출범식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념촬영. 참고로, 이블린은 파리 서쪽에 위치한 데빡뜨멍(도)으로, 이곳의 수도는 베르사이유다.
녹색당은 도의원 선거에서 좌파의 대표격인 사회당(PS: parti socialiste)과 손을 잡지 않기로 애초에 당 차원에서 지침이 내려왔었다. 사회당의 올랑드가 대통령으로서 그다지 좌파적이지 않은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겉만 좌파 속은 우파’라는 조롱을 받아왔고, 그에대한 보이콧이었다. 제 갈 길을 제대로 가지 않은 정당의 결과는? 그렇다. 참패였다. 국민의 믿음을 져버린 뻔한 결과였다. 그리고 우파와 극우파의 대승이었다. 국민 앞에 철저하게 선거로 재판받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다.
2차선거를 통해 당선된 4 108명의 도의원 중 녹색당 소속은 전국에서 딱 3명! 녹색당의 당지침과는 역설적이게도 사회당과 손잡은 보르도의 녹색당 후보들이었다. 사실 프랑스 남서부는 대규모로 농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연대감이 그무엇보다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우파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사회당의 터다.
프랑스 녹색당의 정식 명칭은 ‘Europe Ecologie Les Verts’로 ‘유럽 친환경 녹색당’이란 뜻이다. 2008년에 그냥 ‘녹색당(Les Verts)’이라고 시작했다가 2009년에 유럽선거를 앞두고 ‘유럽 친환경(Europe Ecologie)’이란 이름으로 바뀌었고, 2010년에서야 ‘Europe Ecologie Les Verts (유롭 에꼴로쥐 레베르)’란 명칭으로 바뀌었다. 정회원은 약 1만명, ‘조합원(coopératifs/ coopératrices)’이라고 불리는 준회원이 2013년까지만도 2만명이었는데 현재 1400명으로 줄었다. 녹색당 조합원이란 다른 정당에는없는 독특한 시스템인데, 녹색당을 지지하는 친환경주의자이지만 직접적인 정치적인 활동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는 이들이다. 녹색당 회의에 참여할 수 있고, 의견을 낼 수도 있지만 투표권은 없다. 반면, 선거에 녹색당 후보로 나서는건 가능하다.
회비를 낸 정회원수로 프랑스의 각 정당의 규모를 가늠해볼까 ? UMP 우파가 압도적으로 많아 270 000명, 그 뒤를 잇는 정당은 다름아닌 극우정당으로 83 000명. 공산당이 사회당보다 더 많은 정회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공산당 정회원이 7만명, 사회당이 6만명. 기타로 민주적 운동당이 2만명, PRG 좌파와 녹색당이 각각 1만명,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파가 9천명 등이다. 어느 당이든 당수가 신임을 얻지 못하면 내부분열이 일고 지지가 주는 법이다.
궁금해할 것 같아 내가 뛴 선거 캠페인의 결과를 말하자면, 두 달간의 선거운동 기간동안2280유로의 선거자금을 썼으며 (한화로 3백4십만원), 전체적으로 50%를 밑도는 선거율 속에서1차선거에서7.30%의 지지를 받았고, 우리 선거지구에서 출마한 일곱 팀 중에 4위에 올랐다. 지난 해 내 파트너가 시의원선거에 녹색당 대표로 출마해 3%의 지지를 받고 일곱 팀 중에 꼴찌를 한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국회로 갈꺼냐고 농담삼아 물어오는 분들이 계신데, 계속 정치활동을 할 생각은 없고, 친환경 시민운동을 전개하는데 역점을 두고싶다. 녹색 전환 연구소에 이보다 더 정치적인 글은 앞으로 쓰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서 첫글을 마친다.
프랑스 녹색당 공식 사이트 : http://eelv.fr/
※ 작성자 : 정운례
2000년 1월에 도불, 현재 두 아이의 엄마로, 환경주의자로, 문화예술인으로 파리 근교에 거주. Geo Report, KBS Green, 귀농통문 등에서 파리 통신원으로 활동했다. 강정 해군기지 반대 유럽집회의 초석이 되었던 파리 집회를 주도했고, 올 3월 프랑스 도의원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
http://francerepor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