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5년 3월 Share the World’s Resources(세계의 자원 공유, STWR)에 게재된 글의 앞부분을 번역하였습니다. 이 글은 다음 호까지 2회에 걸쳐 번역될 예정입니다. 글의 미주는 원문 작성자가 삽입한 것입니다.
불공평한 경제 시스템을 개혁하고, 극심한 빈곤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자원 임대·공유와 관련하여, 보편적인 기본소득의 재정 지원 방법에 대한 논쟁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한 현재의 담론과, 국가의 부와 자원을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복잡한 문제가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시민소득으로도 불리는 이 정책은 일반적으로 일정 금액을 국가의 거주자에게 무조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보통 연금, 아동 수당, 세액 공제 및 실업 수당 등 기존의 여러 혜택을 대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의 상황에 이의를 제기하는 다른 정책들과 달리, 이 제도는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 정의를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진보주의자부터 국가가 제공하는 여러 복지 서비스 역할을 줄이고자 하는 신자유주의자까지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습니다. 또한 1800년대 말 이후 여러 형태로 토마스 페인, 존 스튜어트 밀, 마틴 루터 킹, 밀턴 프리드먼 등 많은 저명 인사들이 오래 전부터 이 아이디어를 지지해왔습니다.[1]
최근 들어 실업률 증가, 사회, 경제적 불안 및 불평등 심화 등 경제적 상황들로 인해 이 제도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시민소득 캠페인을 통해 2013년 정책 도입을 위한 주민 투표 시행을 준비 중이며 이것이 통과되면 시민들은 매년 3만4천 달러(한화 약 3천9백만 원) 상당을 받게 됩니다. 2014년 1월까지 28만5천 명 이상이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위한 유럽 시민 프로젝트(European Citizens Initiative)에 서명해 이 정책의 공론화에 불을 지폈습니다. 영국 녹색당 또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지지하고 있으며 시행 및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상당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말 그대로 매주, 매달 혹은 매년 정부로부터 일정 금액을 일시불로 무조건 받는다는 아이디어는 소비자 운동 사회 – 특히 실업률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재정적 불만에 대해 공정하고 포괄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또한 기본소득은 선택에 따라 적게 일할 자유를 줄 수도 있고 비효율적이고 복잡한 세금과 혜택 시스템을 간소화할 수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위기에 대응하여 끝없는 성장에 기반을 두지 않은 ‘정상 상태의 경제(steady state economy)’를 위한 길을 닦기 위한 여러 정책들과 함께 제안되고 있습니다.[2]
하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시민소득이 궁극적으로 진정한 공유 사회, 사람과 공동체를 연결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재분배의 경제 프레임에서 ‘궁핍으로부터의 해방’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걸 도울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저해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소개될 논의에서 알게 되겠지만 이 정책이 훗날 개인의 자유가 정부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시장 규제를 철폐시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결국 공유 윤리와 실행에 반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 제도가 개발 도상국 시민들에게 유익하다거나 전세계 수준에서 시행되면 전세계의 가난을 종식시키고 지구 환경을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소득 재원 마련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정치적 맥락에서의 해석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에 대한 논거는 오랫동안 개인의 자유를 토대로 제안되어 왔습니다. 여러 국제 협약에서 명시된 것과 같이 음식, 주거, 건강관리에 대한 접근과 적절한 삶의 질이 은퇴 후 또는 실직 시 경제적인 안정과 더불어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입니다.[3] 국가가 이러한 권리의 최초 보증인이기 때문에 조건 없는 소득이 이러한 기본적인 지원 혜택을 보장하고 일정 수준의 사회 보장을 이루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과 유사하게 가이 스탠딩(Guy Standing) 교수는 관계가 단절된 이민자와 임시직으로 구성된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한 프롤레타리아를 의미하는 신조어-번역자 주) 계급이 경제 세계화 이후 전세계적으로 시스템적인 불안정을 겪고 있는 이 때에 조건 없는 권리로서 모두를 위한 기초 보장을 실시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초석이라고 주장했습니다.[4]
기본소득으로 인해 사람들이 덜 일할 수 있게 되어 자유를 향상시키고 좀 더 창의적인 활동이나 무보수의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은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사람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에 점점 의문을 품는 이 때에 특히 호소력을 가집니다. 찰스 아이젠스타인(Charles Eisenstein) 교수는 자신의 책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원제: Sacred Economics)에서 기본소득이 재정적인 장려금 없이 자유롭게 욕망에 따를 자유를 주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일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고 기술했습니다.[5] 벨기에의 철학자이자 정치 경제학자인 필립 반 빠레이스(Philippe Van Parijs)는 진정한 자유를 위해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수단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본소득이 자유로 가는 길이라고 피력했습니다.[6] 이들의 생각은 모든 사람들이 개인적인 여건에 관계없이 동일한 수준의 국가 보조금을 받게 되면 평등과 사회 통합을 이끌 수 있다는 전제에 신빙성을 더한 설득력 있는 철학적 주장들입니다.
하지만 특히, 정책 입안 시 신자유주의 이념이 침해될까 봐 우려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권리, 자유, 평등의 문제를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은 사회 보험을 토대로 한 지원 제도와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 사이에 주요한 관념에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본소득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공동 부담 형태의 위험 공유 메커니즘이 아닌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자원을 소득으로 지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개인화된 조치다. 소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연대, 집단적인 재정 서비스, 해결책 공유 보다 연대 행동의 범위를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7]
시민들에게 조건 없이 소득을 주기 위해 필요한 어마어마한 금액을 고려해 볼 때 이 제도가 건강관리, 교육, 육아 지원, 공공 지원 주택 등 정부의 다른 재정 서비스와 자금 면에서 경쟁이 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와 같은 포괄적인 복지 서비스가 특정한 기본적인 욕구를 상업적인 대안에 의존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충족시키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재정이 풍부한 ‘스웨덴식’ 복지 상태를 먼저 수립하고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바라 버그만(Barbara Bergmann)의 제안처럼 목적은 사회적 보호를 확대하는 것이 되어야만 합니다. 여기에는 아동, 연금 수령자, 실업자 및 장애인을 위한 넉넉한 수당 또는 충분한 휴가 정책 및 무상 대학 교육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8]
복지 서비스가 신자유주의 개혁의 흐름을 상승시키는 현재의 공공 정책 흐름 속에서 기본소득으로 대체되면 기존의 재분배와 사회적 연대의 메커니즘이 심각하게 약화될 위험이 분명히 있습니다. 복지 서비스가 경제적 긴축에 의해 해체되고 있는 중에 이 정책이 소개되면 시장에서 개인이 주요 서비스를 지불하게 되고 시간이 갈수록 그 변동이 심해지고 기본소득의 통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뿐더러 시민소득의 개인주의적인 특징은 많은 자유 시장주의자들이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는 사회 복지 사업에 대한 대안으로 이 제도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자유방임적 자본주의가 특징인 현재의 정치 현실에서 이 제도를 시도하는 것에 신중하게 됩니다.
레저 시대의 도래
1930년,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백 년 후 삶의 수준이 4-8배 높아지고 사람들은 일주일에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단정했습니다.[9] 케인스가 말한 레저의 시대는 그가 예측했던 대로 삶의 질에서 대단한 향상이 있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꿈 같은 얘기이지만 정규 업무 시간이 몇 년 내에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 패턴의 이러한 극적인 변화로 인한 임금 삭감은 국가가 모든 시민들에게 추가의 불로 소득을 제공하는 사례로 이어지게 됩니다. 로봇 자동화, 디지털화, 인터넷 및 기타 기술 개발이 직업의 범위를 줄이고 있어 일의 패턴이 이미 전환의 길로 들어섰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생산된 것의 대부분, 즉 소프트웨어, 언론, 영화, 정보, 음악 등이 이제 무료로 공유됩니다. 기업 이윤은 사상 최고이지만 노동에 대한 요구는 떨어지고 GDP의 지분인 임금은 영국과 미국의 경우 지난 30년간 줄었습니다. 사람들은 더 오래 살게 되었고 자영업은 자신의 능력 이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찾는 일이 되었습니다.
선진국의 사람들이 일자리가 감소하는 경제적 현실에 적응하면서 정규 업무 기간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일이 감소하는 만큼 임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형태의 소득이 필요할 것입니다. 시민소득은 개인과 시민 사회 단체가 제공하는 커뮤니티의 관계성, 지원 네트워크, 다양한 자원 봉사 서비스 등을 유지하여 자녀 양육, 노인 요양과 같은 필수적인 비급여 일을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을 지불해 정규 업무 시간을 줄이는 개혁을 용이하게 하거나 핵심 경제를 지원하도록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커뮤니티 내 대인관계 속 공유와 호혜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더 이상 하찮은 일을 하도록 강요 받거나 생존의 두려움을 위해 마지못해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일을 줄이고 사회 전반에 걸쳐 평등하게 일을 공유하면 소비 수준을 줄이고 삶의 질을 현저히 향상시키는 등 추가적인 혜택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제안 때문에 보편적인 기본소득에 대한 모든 논지 중에 이것이 아마 가장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10] 하지만 이 정책이 노동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전체적인 영향은 명백한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시민소득이 노동자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특히 노동자들이 소득의 대안적인 출처가 있으면 필요하지만 하찮은 일과 관련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뿐 아니라 시민소득이 직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중 하나는 노동법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고용주들이 정부가 이미 소득을 지원하는 경우 생활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무를 덜 느낄 수 있고 노동자들은 실업이 더 이상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생각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프란신 메스트럼(Francine Mestrum)은 이 정책이 회사가 사회에 전달한 노동 금액을 실질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은 적절한 임금을 지급하거나 직원들에게 적절한 혜택을 지불하는 것을 더 이상 의무로 느끼지 않으려는 고용주에게 보조금이 될 수 있습니다.[11] 일반적으로 시민소득은 업무 조건과 노동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 도상국에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1]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에 대한 역사적인 관점은 <www.basicincome.org/basic-income/history> 참조.
[2] 예: Clive Lord, , The Green Economics Institute, 2011 참조
[3] 예: 세계 인권 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25조와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11조 참조.
[4] 가이 스탠딩(Guy Standing), 프레카리아트 (새로운 위험한 계급), Bloomsbury, 2014.
[5] 찰스 아이젠스타인(Charles Eisenstein),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원제:, Evolver Editions, 2011, see Chapter 14.
[6] 필립 반 빠레이스(Philippe Van Parijs), ,ClarendonPress,1995.
[7]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 , February 2015.
[8] 브루스 애커만(Bruce Ackerman), 앤 알스톳(Anne Alstott), 필립 반 빠레이스(Philippe Van Parijs), , 2003, 바바라 버그만(Barbara Bergmann)의 챕터 7 참조.
[9]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설득의 경제학(원제:), 1930. 5 파트 손주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 참조
[10]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 , February 2010.
[11] 프란신 메스트럼(Francine Mestrum), , July 2014.
Share the World’s Resources(세계의 자원 공유, ST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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