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선거에 대한 모든 것, 제2편. 오늘은 프랑스에서 선거자금이 어떻게 운용/관리되는지 알아보자.
2015년 3월 도의원선거 녹색당 후보로 출마 당시 배포한 선거공약 홍보물.
5. 선거자금은 어떻게 운용되나 ?
프랑스에서 선거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이 두 가지 있다 : 캠페인계좌 협회와 대리인. 두 가지 방식 중에 어느 것을 쓰는가는 선택의 문제다.
캠페인계좌 협회
같은 정당의 여러 후보의 선거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하나의 협회를 만들고, 그 협회에서 다수 후보의 선거자금을 관리한다.
대리인
후보가 선거자금 대리인을 지정하고, 선거운동 중 지출이 필요한 경우, 선거자금 대리인이 수표로 지급한다.
두 경우 다 선거자금 운영의 법적 책임은 소속정당이 아닌, 후보에게 있다.
내가 후보로 출마했던 2015년 3월 도의원선거의 실례를 들어보자. 이블린 도의 모든 녹색당 도의원 후보들의 선거자금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협회를 하나 설립했다. 그렇다고 하나의 은행계좌에서 여러 후보의 자금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블린 도의 선거구마다 각 선거자금 은행계좌를 틀고, 지출이 있는 경우 수표로 후급 정산하고, 계좌 폐쇄까지 총관리했다.
선거자금 예산은 원칙적으로 각각의 후보가 은행에서 대출받는다. 내 경우, 윤리적인 은행에서 대출하려고 했는데 대출 최소금액이 우리가 필요한 예산의 10배를 웃돌았기 때문에 이블린 도의 모든 녹색당 후보들이 필요한 예산을 합해 정당의 이름으로 한 번에 대출을 받았다. 이어 녹색당은 이블린의 각 선거구 후보들에게 대출계약서를 쓰고 선거자금을 빌려주었다. 그래서 나도 내 개인 통장으로 2,500유로를 받았고 다시 선거자금계좌에 고스란히 2,500유로를 입금했다. 이후 관리는 캠페인계좌 협회에서 일체 관리했다.
선거가 끝나고 약 한 달 뒤, 캠페인계좌 협회는 전문회계사와 함께 선거자금 증빙서류 완벽하게 준비시켜 후보에게 준다. 후보는 이 두툼한 서류뭉치를 1차 선거일로부터 10번째되는 금요일까지 C.N.C.C.F.P.( Commission nationale des comptes de campagne et des financements politiques), 즉 선거비용과 정치자금을 담당하는 국가위원회에 우편으로 보낸다. 우표는 붙이지 않는다.
CNCCFP는 선거자금 환불뿐 아니라 선거자금감사를 맡는데, 선거자금과 관련해서 특정액에 관련된 의문사항을 후보에게 우편으로 질의하면 후보는 지체없이 답신을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5% 이상의 지지를 받고, 선거자금 지출이 선거법이 정하는 최대금액(A)을 넘지 않으면 국가는 최대 제한금액(A)의 47.5% 한도 내에서 환급해준다. 다시 말해서 선거법이 정하는 최대제한금액의 절반 이하의 선거자금을 쓴 경우, 전액 환급된다. 필자가 출마했던 선거구는 인구 63,564명으로, 선거자금 최대지출 한도액이 38,768유로 62쌍팀이었고, 환급 최대한도액이 18,416유로였다. 필자의 선거자금 총액이 2,280유로였어서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
선거 자체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항목은 각 후보의 선거비용에서 제외한다. 선거 공식게시판에 붙이는 포스터, 각 가정에 배달되는 공약 홍보물, 선거용지 등은 국가에서 결제하므로 후보의 부담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공식게시판 이외에 포스터를 더 붙이고 싶어서 포스터를 추가 주문하게 되면 추가분은 선거계좌의 지출목록에 올라간다. 공약 홍보물을 환불받기 위해서는 재활용 섬유질이 최소한 절반이 넘는 종이이거나 지속적인 관리 국제인증을 받은 숲에서 베어낸 나무로 만든 종이여야 한다.
6. 선거자금의 한도액이 있나 ?
있다. 선거인 수에 비례해서 선거법이 선거자금 한도액을 정하고 있다. 이 한도액은 2~3년마다 바뀐다. 만일 선거비용이 선거법에서 정한 한도액을 넘은 경우, 선거자금 일체를 환불받지 못할 뿐 아니라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당선이 취소된다.
지금 프랑스 전 대통령 사르코지가 2012년 대선 선거자금위반으로 법정에 서게 됐는데, 선거비용이 선거법에서 정한 한도금액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대선 캠페인 당시 사르코지는 UMP 정당 모임을 지나치게 자주 그리고 지나치게 화려하게 가졌다. 2012년 1월부터 4일까지 맞수인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올랑드가 10번의 정당 모임을 가졌던 반면, 니콜라 사르코지는43회의 정당 모임을 가졌다. 게다가 특수조명, 대형 스크린, 정당 모임을 위해서 작곡한 음악, 비디오 촬영까지 안시와 빌팡트, 단 두 도시에서 열었던 UMP 정당모임에 자그마치 5십만 유로를 지출했다. 선거자금 총액이 선거법이 정한 한도액 2,250만유로를 넘어서자 사르코지는 추가분 1,850만유로의 영수증을 위조해 CNCCFP로 보내야 하는 영수증을 CNCCFP로 보내지 않고 소속 정당인 UMP에 보냈다. UMP에서는 돈 많은 우파 당원들의 돈을 모아 흥청망청 정당 모임의 기획을 맡았던 비그말리용에 지급했다. 비그말리용은 사르코지의 동료이자 한때 UMP의 대표였기도 했던 코페의 친구 둘이 경영하는 이벤트 회사다. 2017년 대선을 딱 일 년 앞두고 4년 전에 위조했던 영수증과 USB키를 찾아내 수사가 진행 중이다. UMP는 현재 공화당이라는 이름으로 당명을 바꾼 상태다.
2015년 3월 도의원선거 녹색당 후보로 출마 당시 배포한 선거공약 홍보물.
7. 기탁금은 얼마인가 ?
없다. 프랑스에서 선거 기탁금이란 제도는 없다. 대신 최소 5%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경우, 선거자금으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은 후보가 갚는다. 단, 대선은 예외이다.
대선은 선거구가 넓고, 참여하는 선거인이 많으며 선거자금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워낙 크다보니 1차선거에서 5%를 못받고 낙선했더라도 2012년 대선의 경우 지출최고 한도액의 4.75%인 800 422,50유로까지 환불해주었다. 5%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경우, 지출최고 한도액의 47.5%까지, 즉 8 004 225유로까지 환불해주었다.
8. 개인이나 기업에게서 기부금을 받을 수 있나 ?
4600유로에 한해 개인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의 한계액은 150유로, 그 이상인 경우 반드시 수표로 지불해야한다.
기업으로부터는 일체의 기부금을 받을 수도 없고,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없다. 기업의 기부금을 받거나 공간을 무료로 이용하거나 그 어떤 무료 서비스를 받는 경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9. 후보 자신의 재산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나 ?
은행 대출 안 받고 자기 돈이 충분히 많아서 자기 돈으로 선거하겠다면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기 돈을 선거계좌로 집어넣으면 되니까. 단, 후보는 선거기간동안 선거계좌에 들어간 돈을 단 한 푼도 만질 수 없고, 자신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도 쓸 수 없다. 캠페인계좌 협회와 대리인만이 선거비용을 관리할 수 있다.
다음 달에는 프랑스 선거의 종결판으로 투표방법, 투표용지, 투표함, 해외국민투표 등 투표에 대한 모든 것이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