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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자료 - 해외소식
[번역] 자외선 차단제의 환경오염

크레이그 다운스 박사 (Craig Downs, Ph.D.)

번역 : 조안나 (녹색전환연구소 편집위원)

 

 

심각하고 분명하게 산호에 위협적

 

 


암초와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처럼 오염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내거나, 오수와 비료 유출로 근해 중립지역에서 유황 냄새가 풍겨 피해를 인지하게 되는 사례도 있지만 정말로 심각한 것은, 확연히 파악할 수 없는 오염들이 점점 더 분명하고 광범위하게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외선 차단제가 해양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처음 파악된 것은 미국 버진 제도의 산호초 감소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입니다. 당시 현지 주민들은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간 후 기름기에 의한 광채가 수면에 떠 다닌다는 사실을 우리 연구팀에 알려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관광객들이 해수욕을 할 때 물에 씻겨 나온 자외선 차단제였습니다. 이 `해수욕에 의한 오염’은 중동의 홍해부터 미국의 카리브해까지 전세계에 걸친 산호초를 위협하고 있으며 산호초를 낀 모든 해수욕장들이 잠재적인 오염지역입니다.

해수욕을 통한 유입 외에도 자외선 차단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 갑니다. 대부분의 자외선 차단제 성분들은 피부를 통해 쉽게 체내에 흡수되는데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자외선 차단물질 중 하나인 옥시벤존(Oxybenzone)은 피부에 도포 후 30분 이내에 소변에서 검출될 수 있습니다. 즉,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거나 샤워로 자외선 차단제를 씻어낼 때도 자외선 차단제의 화학물질이 오수로 유입되는 것입니다. 정교한 오수 처리 및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산호초 인근 마을에서는 이 오염물질이 바다로 흘러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수관(sewer)’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바다 방향(sea ward)’이라는 영어 단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예전에는 가정 및 도시의 쓰레기가 바다나 강으로 흘러가도록 배수로가 설치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거주하는 곳에서 가까운 모든 산호초들이 이러한 오염에 취약한 실정입니다.


자외선 차단제가 전세계 모든 산호초를 오염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외선 차단제 등 개인생활용품들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산호초 –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산호초뿐 아니라 침식으로부터 해양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거초(fringing reefs)를 오염시킵니다. 또한 건강한 근해 산호초를 먹이로 하는 생물들도 줄어 현지 어부들의 생계도 위협합니다. 자외선 차단제의 과도한 사용은 산호초를 죽이고 이미 오염된 산호초의 회복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자외선 차단제와 성분의 환경독성학

 

2015년 10월 옥시벤존이 산호 유생(coral larvae)에 미치는 환경독성학의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 이 물질이 산호를 장기적으로 열 압박에 노출시켜 산호가 표백되는 온도까지 이르게 함으로써 산호 백화를 유발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옥시벤존은 유전자독성물질로, 산호의 DNA를 손상시키고 심각한 기형을 발생시킨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것은 옥시벤존이 내분비 교란물질로 작용해 산호 유생이 자랄 때 골격이 함께 자라지 않아 산호가 내부에 갇힌 채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연구를 통해 최소 62ppt(1조 분의 62)의 농도에서도 이러한 이상 증세가 나타날 수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하와이의 해수욕장에서는 개장 전의 이른 아침에도 옥시벤존 농도가 700ppt 이상입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전세계 산호초 인근의 옥시벤존 농도가 보통 100ppt에서 100ppb(10억 분의 100) 사이로 확인된다고 밝히고 있어 이미 환경에 심각한 위험을 주는 단계에 와 있음을 보여줍니다.

옥시벤존은 산호에만 독성을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해조류, 성게, 어류와 포유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성게의 경우 배아 발달을 억제하고 어류의 경우 성 전환을 유발할 수 있어 수컷은 암컷의 습성을 가지게 되고 암컷의 산란과 배아 부화가 줄어듭니다. 포유류에서는 잠재적인 돌연변이 유발요인을 만들고 발암전구물질의 활동을 보였습니다. 생쥐 실험에서 옥시벤존에 노출된 쥐는 간과 신장의 무게가 늘고 면역력은 감소하였고 청소년기에 자궁 무게는 증가하고 생식능력은 줄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 오줌에 고농도의 벤조페논(benzophenone)이 검출된 부부는 임신이 어려웠고 남자의 경우 정자가 상당히 병들어 있었습니다. 돌고래와 사람은 모유를 통해 자녀에게 옥시벤존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옥시벤존 외에도 자외선 차단제에 들어 있는 여러 화학물질들이 잠재적으로 산호초를 오염시킵니다. 그 중 메톡시신나메이트(methoxycinnamate), 장뇌(camphors) 등은 인간과 야생 동물에서 내분비 교란물질로 작용하는 사실을 확인해 국제화학사무국(International Chemical Secretariat)에서 고위험성 우려 즉각 대체 물질(SIN, Substitute it Now) 목록에 포함시켰습니다. 코팅되지 않은 나노입자(직경이 35나노미터 이하)의 산화아연(zinc oxide)과 이산화티타늄(titanium dioxide)(‘무기’ 자외선 차단제)는 산호, 어류, 그 밖의 산호 유기체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성분들은 아주 작은 크기로 세포와 상호작용을 하여 독성을 유발하고 태양광에서 산화스트레스, 산화 백화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나노화되지 않은(직경이 150나노미터 이상) 코팅 산화아연과 이산화티타늄는 이 정도의 극심한 유독성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나노플라스틱 자외선 차단제는 직경이 약 350나노미터로, 해양 환경을 오염시키지는 않지만 나노화된 특성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유기농’ 인증이 환경에 안전한 자외선 차단제를 나타내는 것도 아닙니다. 많은 식물성 오일들이 산호 유기체 특히 절지동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님나무, 유칼립투스, 라벤다 오일처럼 유기 자외선 차단제에 사용되는 성분은 무척추동물에 대한 유독성을 강화시킬 수 있어 해충 방지제나 살충제에도 사용됩니다. 밀랍과 같은 성분도 다양한 산업용 살진균제와 살충제로 변형되어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유기 성분 여부와 상관없이 유독성 테스트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실리콘 폴리머(Silicone polymer), 환상 실록산(cyclic siloxane), 옥타메칠사이클로테트라실록산(octamethylcyclotetrasiloxane), 데카메칠사이클로펜타실록산(decamethylcyclopentasiloxane)과 그 밖의 오일 대체물질들도 우려가 됩니다. 이 유기 규소 화합물들은 생분해성이 아니며 식용 어류 등 해양 생물의 생체 내에 축적될 수 있습니다. 많은 자외선 차단제에는 방부제도 포함되어 있는데 방부제는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많습니다. 파라벤(Paraben)은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생장을 억제시키는 방부제로, 농도가 낮은 경우 페로몬과 내분비 교란물질이 되고 농도가 높으면 무척추동물에 심각한 독성을 유발합니다. 또 다른 방부제인, 페녹시에탄올(phenoxyethanol)은 살충제와 해충 방지제로 사용되나 낮은 농도로도 새우부터 성게까지 무척추동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양식할 때 대량으로 마취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성분들이 해양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증거는 많지만 유독성에 대한 사회적 연구가 부족해 해양 생물에 분명한 위험을 주는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결과와 해결책

 


자외선 차단제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단순하고 명확한 해결책은 없지만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성분이 안전하고 어떤 성분이 해양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키는지 좀 더 연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 제조업체, 규제 당국, 이해당사자 간에 자료를 적절하게 교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자외선 차단은 중요한 건강 문제이며 자외선 차단이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산호초가 취약한 곳에서는 위험 성분이 포함된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규제는 멕시코의 스칼렛(Xcaret)과 셀하(Xel-Há) 등 생태 보호구역에서 10년 전부터 시행해 왔습니다. 산호초 재배장처럼 산호초 보호 및 복원이 필요한 지역에서는 가장 쉽고 비용대비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접근법은 해양 공원과 보호구역 등 산호초 관리 지역에서 방문객과 현지인들에게 자외선 차단제의 환경 영향을 알리고 위험물질이 없는 자외선 차단제품을 사용하도록 홍보 캠페인을 시행하는 것입니다. 미 국립공원 관리국(U.S. National Park Service)에서 하는 ‘나를 보호하고 산호초를 보호하세요’ 캠페인이 가장 최근에 시행된 예입니다.

오랫동안 여러 다이버 상품점과 리조트 운영자들에게 이런 홍보 캠페인의 기획과 시행을 역설했습니다. 여러 곳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멕시코의 생태공원이나 MarineSafe.org에서 정리한 무독성 성분이 함유된 다양한 자외선 차단제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부 리조트와 다이버 상품점은 손님들에게 무료로 산호초에게 ‘안전한’ 자외선 차단제를 제공하고 있지만 어떤 것이 안전하고 어떤 것이 안전하지 않은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부족해 캠페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세 번째 전략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자외선 차단제의 양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목, 얼굴, 발, 손등에만 바른다면 자외선 차단제의 양을 9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자외선 차단을 줄여주는 햇빛 차단 의류 산업이 패션업계와 실용 산업에서 지난 10년간 놀랍도록 발전해왔습니다. 특히 젖으면 탈의하기 힘들었던 몸에 딱 붙는 래쉬가드나 점프슈트가 이제는 편안하게 바뀌었으며 물 속, 해변, 심지어 카페에서도 잘 어울리게 디자인되어 출시되고 있습니다.

네 번째 방법은 소비자가 제품의 생산에 대해 제조업체에 혁신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소비자에게 인기 있으면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업계를 선도하거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아 경제적인 곤란과 더불어 평판을 악화시키는 상황을 맞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 환경 인식 기업들의 성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제품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지 마케팅이 정직하도록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업계와 정부 - 어떤 성분이 해양 생태계에 좀 더 순한지 제조업체와 소비자에게 안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기관들에게 소비자가 엄격함과 공정함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업계 자체에서 제작한 과학 자료는 의혹과 불신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관련 자료는 표준화되고 정당한 시험 규약에 따라, 재정적으로 중립적인 단체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제3자의 시험 유도, 방법론 표준화, 모든 이해당사자간의 대화 조정 등에서 중심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칼럼은 2016년 Alert Diver Online에 실린 글입니다.

 

<Alert Diver Online은 연구, 교육, 제품, 다이빙 서비스 등을 통해 다이버 안전을 지원하는 세계 스쿠버 다이버 협회인, Divers Alert Network(DAN)에서 운영하는 웹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