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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살다] 난민이 너무 많은 게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자가 너무 많은 것이다

RG94 강제퇴거에 반대하고 RG94를 지지하는 현수막을 걸어둔 리가어 거리의 이웃 점거 주택

 

 

최근 베를린에서는 리가어 거리 94번지(RG94)점거주택에 대한 강제퇴거 위협, 정부의 과도한 경찰력 남용 그리고 베를린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상징적인 저항으로 도시 곳곳에서 극좌성향의 활동가들에 의한 고급 자동차 방화범죄가 일어났다. 이는 짧은 기사지만 연합뉴스(베를린 '스쾃' 옹호 좌파 폭력 시위…200여명 부상)를 통해 한국 언론에 까지 소개되었다. 독일 밖에서 바라보더라도 유의미한 사건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사에서 놓치고 있는 점은 너무나 많다. 이 사건은 범죄이지만 동시에 상징적인 저항이 될 수 있는 것도 그렇다. "너희가 도시 전체를 팔아버렸다"라는 시위대의 말처럼 시위의 원인이 통일 이후 지속되어온 베를린과 독일 연방의 주택 정책 때문이라는 점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젠트리피케이션 등에 대해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최근 베를린에서는 수많은 저항과 시위 그리고 시민사회의 요구를 바탕으로 세입자들의 권리와 사회주택을 지키기 위한 여러 법이 시행되었다.


6월 22일 베를린 법원에서 리가어 거리 94번지의 집주인에 의한 강제철거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지상 1층에서 점거 중인 무허가 술집에 대한 철거였음에도, 법원의 판결 없이 개인이 고용한 인부와 그를 지키기 위한 경찰력의 운용은 불법이라는 판결인 것이다. 또한, 잘못된 무허가 용도로 사용한 점은 문제가 있지만, 그것이 강제철거를 집행하여 소유권까지 배제 당할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었다.

 

이 사건에는 함께 얽혀있는 문제도 소개되지 않았다. 그 중 하나는 베를린 내무부 장관 프랑크 헨켈(기민당, CDU)이 과도할 정도로 강제철거에 앞장 서가며, 과도한 경찰력을 투입한 행동이었다. 베를린 내무부 장관 헨켈은 9월 선거를 앞두고 경찰력을 이용하여  '강한 베를린(Stark Berlin)'을 보여주기 위해, 극좌성향의 활동가들의 대안 주택에 대한 탄압을 높여왔다.

 

하지만 극좌성향 활동가의 차량 방화로 갈등이 증폭되고,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뒤, 헨켈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21일에는 베를린 내무부 위원회가 소집되었고, 기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헨켈의 과도한 경찰력 남용은 명백한 선거운동이 목적이었다며 비판을 했다. 경찰 관계자들 또한 그동안 자신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남용되었고, 3개월 넘는 기간 동안 리가어 거리에 경찰을 계속 배치해오면서, 다들 지친 상태라고 언급하였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명백한 정치적 행보라는 것은 7월 23일 현 베를린 시장인 미하엘 뮬러(사민당, SPD)가 헨켈과 전혀 다른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9월 선거의 라이벌인 뮬러는 문제가 된 점거 주택을 베를린의 주택회사를 통해 세입자와 충돌을 겪고 있는 집주인으로부터 사들일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헨켈에 대한 정치적 공세와 선명한 노선 차이를 보여줬다. 사민당은 현재 기민당과 헨켈의 점거 주택 문제에 대한 태도와 거리를 두고 있고, 이에 기민당은 그런 매입 시도가 있을 시, 당장 중단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하지만 주택 매입 결정권자인 베를린 시 건설부 장관과 경제부 장관이 모두 사민당 소속이기에, 문제를 키워온 내무부 장관의 소속 기민당과 협의를 해야 할 사항이 아니다.

 

 

이 문제에 얽혀있는 또 다른 문제는 극우 성향의 범죄의 증가다. 물론 단순히 이 문제 때문이 아니라, 최근 유럽과 독일의 상황과도 맞물려있다. 극좌성향의 활동가들이 벌인 차량 방화 범죄에 극우파 성향의 유사 범죄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외국인 혐오를 기반으로 베를린 곳곳에서 중동계 혹은 동유럽계 이민자들의 차량을 불태웠다. 이 뿐만 아니라, 베를린에서 경찰력이 리가어 거리 문제 등에 집중되던 올 전반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난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다. 난민, 외국인 그리고 이주민에 대한 극우 범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에서 일어난 차량 방화 범죄가 극좌성향 범죄라는 기사만이 연일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극좌 그리고 극우성향의 범죄

 

 

사실 극좌 그리고 극우 성향의 범죄는 독일에서 그리 어색한 소식은 아니다. 문제는 극우 성향의 범죄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외국인과 난민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에서는 얼마나 많은 극우 그리고 극좌 성향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을까? 연방 범죄청(BKA)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극우성향의 범죄는 약 21,933건. 극좌 성향의 범죄는 5.620건이었다.

 

 

연방범죄청의 통계자료(연방범죄청의 통계자료)를 토대로 만든 표를 보면 특이한 수치가 눈에 띈다. 극우범죄의 다수를 차지하는 약 18.840건이 기타 범죄로 분류되어있다는 점이다. 이 기타 범죄는 12,154건이 선동 범죄, 6,676건이 혐오발언/범죄, 9건의 무덤 훼손 그리고 1건의 성범죄로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단순히 기타 범죄로 분류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사항이다. 바로 기타 범죄로 분류된 극우 성향의 선동 범죄와 혐오발언/범죄가 최근 난민에 대한 독일 시민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몰려든 난민들이 등록절차를 위해 베를린 주 보건복지청(LaGeSo) 앞에서 밤을 새우며 기다리던 모습.

 

 

 

'난민은 잠재적 범죄자다?'

 

 

난민을 차별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가장 이유는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 그리고 테러리스트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연방 독일 형사(BDK) 의장은  2015년 한 인터뷰에서 독일 내 난민의 범죄율은 약 10%로 추정된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런 전문가의 예상을 감안하면 일반인들 역시 충분히 난민을 잠재적인 범죄자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난민에 대한 오해는 이런 수치를 단순하게 믿으면서 발생한다.

 

10%라는 범죄율 추정 수치는 난민이라는 집단의 연령/성별 구성의 특수에서 비롯한다. 바로, 10~30대의 젊은 남성이 많기 때문인데, 이 수치는 실제로 비슷한 연령/성별 구간의 독일인 범죄율과 별 차이가 없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과 독일로 수백만명의 시리아 난민이 몰려온 이후 올해까지 발표된 자료를 종합하면, 도리어 난민을 범죄자로 바라보는 것은 지독한 편견과 차별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지난 6월 독일 연방 내무부장관 토마스 데메지에르는 연방 범죄청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쟁을 피해온 난민들의 대부분은 범죄자가 아니라, 독일에서 평화와 보호를 찾는 이들이다.”라고 이야기하며, 난민들은 오히려 독일인보다 범죄율이 낮다고 공식 발표했다. 작년 난민의 수가 급증했고, 그로 인한 엄청난 혼란이 일어났지만, 난민에 의한 범죄의 증가는 그에 비례하지 않았다. 참고로 작센(Sachsen) 주 같은 경우 시리아 난민의 범죄율은 1.4%에 불과했고, 이는 해당 주의 평균 범죄율인 2%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난민 중 다수라는 이유로 난민의 대표 격 이미지를 갖게 된 시리아인은 어디서나 (잠재적)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로 오해와 차별 받는다. 그들은 그들이 처한 비정상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사회의 국민보다 범죄를 덜 저지르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이 만약 대표성을 띄어야 한다면, 그것은 범죄자가 아닌 모범 시민이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 정치적 아름다움(Zentrum für Politische Schönheit)이라는 단체는 호랑이가 살아있는 시리아 난민을 잡아먹는 ‘난민을 잡아먹는다(Flüchtlinge Fressen)’라는 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독일 정부의 인도적인 난민 수용을 촉구했다.

 

 

'난민은 잠재적 범죄자다.'

 

 

그럼에도 난민의 범죄 가능성을 10% 추측했던 것에는 이유가 있다. 난민이라는 거대한 집단에는 당연히 잠재적 범죄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앞서 언급된 내용처럼 일반적으로 난민의 대표성을 띄는 전쟁 피난민[1]의 이야기는 아니다.

 

잠재적 범죄자의 가능성이 높은 난민은 주로 발칸 지역, 캅카스 지역, 북, 서, 중앙 아프리카에서 온 망명 신청자들이다. 이들은 전망이 없어 모국을 떠나왔다. 하지만 전망이 없어서 피난 온 이들은 해당 국가에서도 그리 선호되는 인력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필요한 수준의 학력과 직업군에 속하지 않는 이들이 난민이 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모국과 피난을 온 국가 사이 그 어떤 나라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전망 없이 지내는 젊은 남성 피난민이 독일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들은 앞서 언급한 난민 집단의 높은 범죄 가능성에 대한 주된 원인이다. 전망이 없다는 것은 범죄의 가능성을 높이는 큰 위험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난민 중에는 모국에서도 범죄자였던 경우도 있고, 애초에 유럽 대륙에서 원정 범죄를 위해 모국에서 조직적으로 모집되어 온 이들도 있다. 이는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조직적인 소매치기나 강도 사건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쾰른 성추행 사건도 같은 경우였다.

 

 

"피난민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자가 너무 많은 것이다."

 

 

메르켈의 상징적인 손동작과 상징적인 언사 “우리는 할 수 있다”를 그려놓은 그래피티

 


최근 일주일 사이에 3번이나 발생한 독일에서의 테러는 독일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두 사건은 난민[2]이 일으킨 테러였고, 하나는 극우 성향의 외국인 혐오를 기반에 둔 무차별 총기난사였다.

 

하지만 연달아 일어난 테러에 사람들의 시선은 잠재적 범죄자와 테러리스트인 난민을 문제로 바라봤다. 그들을 쫓아내야 하고, 난민 정책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독일에서의 테러뿐만 아니라, 그동안 유럽 땅에서 일어난 테러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간 유럽 땅에서 지냈던 혹은 태어난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소외된 채 곪아버린 상처가 터진 상황이었음에도 말이다.

 

독일 총리 메르켈은 7월 28일 기자회견에서 작년 난민을 향해 국경을 활짝 열며 했던 말인 우리는 할 수 있다(Wir schaffen das)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나는 오늘, 그때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우리의 역사적인 과제(난민 수용 과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Wir schaffen das) 확신한다. 이것은 글로벌 시대의 역사적인 검증 과제이고, 우리는 이 과제를 해낼 수 있다(Wir schaffen das)."

 

쾰른 성추행 이후 그리고 이번 테러를 정점으로 난민에 대한 강제 추방 조건을 완화하기로 하였다. 또한, 쾰른 사태 이후 문제가 가시화된 북아프리카 출신 난민에 대해서는 앞으로 북아프리카 지역에 난민 수용센터를 설치하여 입국 전 적절한 심사를 진행하고 동시에 밀입국을 막기로 하였다. 난민 관련 단체는 공정한 심사가 진행될 수 있는지 대해 우려를 표했다.

 

기자회견 이후 테러가 일어난 바이에른 주의 기독사회당(CSU)을 중심으로 완고한 메르켈의 난민 정책 고수에 대해 비판이 이어졌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말은 그동안 축적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다른 비판은 난민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공격적인 대안이 없다는 점과 뮌헨의 극우 성향의 테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향했다. 수많은 비판 속에서 분명한 것은 독일 정부의 잘못은 많은 전쟁 난민을 받아들였다는 것에 있지 않았다.

 

 

"피난민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자가 너무 많은 것이다."

 

 

난민 역시 범죄자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집단으로서 난민은 도리어 독일인보다 범죄율이 낮았고, 전쟁을 피해 온 이들의 범죄율을 더욱 낮았다. 그럼에도 모국에서도, 그리고 독일 사회로부터도 통합에서 밀려난 난민들이 범죄자가 되도록 방치된 상황은 비난 받아야 하는 난민 정책의 실패다.

 

쾰른 사태에 대한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 이후 난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그 어떤 정보와 말도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와 반면 극우파 성향의 정당과 단체는 외국인 혐오와 난민에 대한 혐오를 손쉽게 배출하고 있다.

 

최근 베를린 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스티커가 있다. 이 스티커의 문구가 현재 난민을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과 난민을 둘러싼 현재 상황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 "피난민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자가 너무 많은 것이다.( Es gibt nicht zu viele Flüchtlinge, sondern zu viele Rassisten)" 수많은 테러 사건을 경험하며, 현재 독일 그리고 유럽 사회에서 난민 수용 그리고 이들의 추방 문제보다 더 큰 문제로 드러나고 있는 것은 사회 안에서 늘어나고 있는 노골적 인종차별과 인종차별 범죄의 문제다.

 

 

 

[1] 일반적으로 난민이라고 불리는 집단에는 법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제약이 있는 사람들이 묶여있다. 그 안에는 전쟁 등으로 고향을 떠나온 피난민, 특정 국가에 도착해 임시적로 인도적 차원의 보호를 받는 피난민, 난민 서류를 신청하고 최소한의 권리와 복지를 누릴 수 있는 난민신청자 그리고 심사에서 탈락해 떠나야하는 사람과 탈락 이후에도 여러 방식(지병, 자녀가 합법적인 체류 가능할 때) 체류가 용인되는 사람(Geduldete) 그리고, 심사를 통과한 정식 난민 등이 존재한다.

 

[2] 가장 최근 일어난 안스바흐(Ansbach)의 한 음악축제의 폭탄 테러범은 2년전 독일을 찾아 난민 신청을 했지만, 작년에 난민 지위 발급이 거부된 후, 1년간 체류가 용인된 채 곧 추방을 앞둔 시리아 사람(Geduldete)이었다. 테러를 일으키기 불과 몇일 전 추방 명령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된 체류 기간 동안에는 이동의 제약은 물론이거니와, 일을 할 때도 여러 제약조건이 따른다. 게다가 매년 체류 허가를 갱신해야하고, 언제 거절되어 추방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삶을 살게 된다.

 

바이에른 뷔어쯔부르크의 기차의 테러범은 난민 신청자(Asylbewerber)였 다. 그는 부모를 두고 혼자 독일로 피난을 왔다. 그는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들은 이후 급작스럽게 극단주의에 빠져 IS전사를 자처하며 테러를 저질렀다. 바이에른으로 온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 피난민 중 절반이 아프가니스탄 출신이고, 현재 약 14000명의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 피난민이 있다. 이들은 보통 10개의 기관을 8~10개월 가량 거치며 각종 도움을 받으며 생활해야 하지만, 수용력에 비해 미성년자 피난민이 많아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로 인해 주변의 유혹에 이끌려 쉽게 탈선하게 되며,1년 전부터 이미 독일 주요 도시들의 문제로 자리 잡았다. 함부르크에서는 공공연히 미성년자 피난민들을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사태는 방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