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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리포트] 탈-석유, 탈핵, 탄소 제로의 전환도시, 웅게르샤임

한 고등학교의 수영장 지붕에 120m²의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웅게르샤임의 전체 유기농 급식을 100% 신재생 에너지로 요리한다. 이로서 연간 2650유로의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다.

 

이어서 시의원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도죠’. 유도, 가라데 및 근육운동을 할 수 있는 스포츠센터이다. 이 건물의 한쪽 끝으로 가더니 테라스로 나가는 문을 열어 보여준다. 태양광패널로 뒤덮힌 옆 건물 수영장의 지붕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1984년에 지어진 수영장에 그린피스의 도움을 받아 1999년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했다. 총 면적 120m²의 패널에서 얻어진 태양에너지는 바로 옆 건물 급식 주방의 조명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500인분의 100% 유기농 급식을 요리하는데 쓰인다. 고등학교 수영장이지만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학교 학생을 위해서 쓰이고, 오후 5시 이후는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건물 입구에 전기생산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5.4메가와츠를 생산하는 알자스 최대의 태양열 발전소 '헬리오 파크'

 

친환경 도시 웅게르샤임을 얘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이 마을의 명물은 바로 매년 5.4 메가와츠의 전기를 생산하는 ‘헬리오 파크’다. 2011년에 허가를 받아 준공된 헬리오 파크는 알자스 지방에서 가장 큰 태양열 발전소로 웅게르샤임과 펠드키르쉬에 사는 주민 3천명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참고로 웅게르샤임 주민은 2천3백명이다.) 가성칼륨 채취 후 남은 찌꺼기를 버리던 황무지였던 땅을 태양열단지로 만들었다고 하니 과거의 웅게르샤임과 현재의 웅게르샤임이 대지를 통해서 그 변화를 보여주는 듯 하다. 태양열패널 아래 건물에는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사무실들이 입주해있다.

 

참고로, 유럽에서 가장 큰 태양열 발전소는 프랑스 남서부에 있다. 보르도가 있는 쥐롱드 지방의 이 태양열 발전소는 230헥타르에 걸쳐 300메가와츠의 전기를 생산하며 보르도 같은 면적의 도시민, 즉 13만명에게 전기를 공급한다. 이는 900메가와츠의 원자력발전소의 3분의 1 혹은 풍력발전 100~150개에 맞먹는다. 알자스에는 사실 낡고 낙후되어 언제 터질 지 모르게 조마조마한 핵발전소가 있다. 훼센하임에 위치한 이 핵발전소를 폐쇄하자고 시민을 상대로 탈핵 캠페인을 벌이는 주체가 웅게르샤임 시의원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신선하다.

 

도죠 건물 뒤편으로 가면 너른 풀밭에 말 두 마리가 여유롭게 풀을 뜯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름하여 코쟉과 리슐리유. 이 말들은 웅게르샤임 시를 위해 위한다. 초등학생들을 등하교할 때 쓰는 마차를 끌기도 하고, 시에서 가꾸는 정원의 물을 대기도 하고, 급식 재료로 쓰일 유기농산물 재배를 위해 시청에서 한 협회에 무료로 빌려주는 8헥타르의 땅을 갈기도 한다. 석유를 대체하는 동력원이고, 마차를 타고 등교하니 아이들이 좋아하고, 말똥은 다시 뛰어난 거름으로 탈바꿈할 수 있으니 1석 3조다.

웅게르샤임 시를 위해서 일하는 두 마리의 말, 코작와 리슐리유

 

이런 마을에 지역화폐가 없을 리가 만무하다. 웅게르샤임의 지역 화폐명은 ‘라디’, 우리말로 ‘무’라는 뜻이다. 불어에 ‘무가 하나도 없다’는 표현이 있는데 ‘가난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무’는 부정적인 표현과 결합해서 ‘돈’을 의미한다. 라디가 마을을 벗어나지 않도록, 즉 계속 마을 안에서 지역화폐가 돌게하기 위해서 ‘라디’를 거래하는 상인들은 가끔 이벤트를 만든다. 예컨대 수잔과 레미 쟁테르 빵집에서는 매주 목요일에 라디로 빵 2개를 사면, 3번째 빵을 무료로 준다. 이태리 식당 ‘일 베네치아’ 식당에서 전식-본식-후식의 풀코스를 시키고 라디로 지불하면 10% 할인해준다.

 

웅게르샤임의 지역 화폐 '라디'. 1, 5, 10, 20 라디

 

환경주의자들이 이 마을에 하나씩 둘씩 모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에코 하모 샹프레’라고 불리는 환경공동체가 지어지고 있었다. 이곳에 가면 전환도시 웅게르샤임의 진수를 볼 수가 있다. 친환경 건축에 조예가 깊은 건축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아홉 가구 중에 현재 여섯 가구가 입주해있다. 한 켠에서는 아직도 마감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일을 하고 있던 로렁이 나와 건물 지하에서 다락층까지 구석구석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에코하모 샹프레에 들어가는 단열재 셀룰로즈

 

이곳의 시공자재와 공법은 당연하게도 지역성과 친환경에 입각한다. 지역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나무로 골격을 잡고, 흙과 벽돌로 벽을 세우며, 지푸라기와 재활용 종이(셀룰로즈) 등으로 40cm 두께의 단열을 만든다. 겉벽은 화학처리하지 않은 나무로 마감하고, 마감은 방수전문업체가 맡아서 하며, 창은 3중창으로 열손실과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한다. 환기는 이중 CMV (Controlled Mechanical Ventilation)로 이루어지는데, 들어오는 찬 공기와 나가는 더운 공기 사이에 열교환을 유도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을 뺏고 실내로 들어가려는 찬 공기를 사전에 덥힌다.

 

에코하모 샹프레 지붕 두께가 자그마치 42cm나 된다

에코하모 샹프레 내벽은 지역산 흙으로 빚은 벽돌과 나무로 되어있다. 한번 데워진 내벽은 오랫동안 열을 유지한다.

 

알자스지방의 여름과 겨울의 태양고도는 각각 21도와 66도인데, 이 측정치를 기준으로 처마의 깊이를 정했다. 여름 한나절에는 햇빛이 거실 문의 발치를 때리고, 겨울 한나절에는 반대로 햇빛이 집안 깊숙이 들어오게 된다. 주변자연을 관찰하고 이를 건축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런 친환경인 건축법은 사실 한국의 전통건축공법의 기본이었다.

 

뿐만 아니다. 각 집마다 빗물을 모으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지하 중앙 저수탱크에모이고, 이 물은 텃밭에 물을 주는데 쓰인다. 텃밭은 석유를 주원료로 하는 화학비료나 농약없이 퍼머컬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일궈지고 있었다. 지하에 가면 거주민 공용의 세탁기가 있어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이기도 했다. 친환경적인 삶이 경제적이기도 해야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쟝-끌로드 멍슈 시장의 말이 떠올랐다.

개인공간의 존중없이는 공동의 공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로렁이 에코하모 샹프레를 나와 파사드를 보여준다. 아홉 가구 모두가 제각각 서로 다른 입면과 색깔로 칠해져 있되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빡빡한 방문 일정을 마치고 시의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서니 식당 주인과 시장님이 친구처럼 연신 농담을 주고 받으며 우리를 배꼽잡게 웃기셨다. 환경을 위해서 채식주의자가 되셨다는 시장님은 채식 메뉴를 시키셨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서는 나에게 프랑스에서 11월에 개봉될 필름 ‘대단한 마을 ? 뭘 기다리는가 (Sacre Village ? Qu’est-ce qu’on attend)?’의 상영회를 우리 동네에서 열라면서 개봉도 안 된 영화의 DVD를 쥐어주셨다. 이 영화는 탈-석유로의 전환을 위해 앞장서는 전환도시 웅게르샤임에 마리-모닉 로방이 일 년동안 방문해서 촬영한 45분짜리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마리-모닉 로방은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을 감독한 프랑스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아, 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