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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개인으로는 부족하다

저자: Kris De Decker

번역: 조안나 편집위원

 

좀 더 지속가능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은 기후 변화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논쟁거리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지역에서 물건을 사거나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거나 집을 단열재로 처리하거나 재활용에 관심을 가지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시스템이 적절하게 바뀌었을 때 개인의 이러한 행동들은 얼마나 효율성을 가지게 될까요? 개인이 결심을 했더라도 소속된 사회에 따라 가능하거나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에너지 순환과 소비 시스템에 의문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좀 더 유용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 정책

 

기후 변화와 그 밖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에는 탈탄소(재생 가능한 에너지, 전기차, 열펌프 사용 장려), 에너지 효율(가전 제품, 차량, 건물의 에너지 소비 감소), 행동 변화(지속가능한 소비 권장) 이렇게 3가지가 있습니다.

앞의 2가지 전략은 오로지 기술 발전을 통해 기존의 소비가 덜 자원 집약적인 패턴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정책들은 사회 변화에 대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어 에너지 수요나 이산화탄소 배출에 효과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에너지 효율성 개선이 에너지 효율 기술로 생겨나는 새롭고 심화된 자원 집약적인 소비 패턴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이, (총 및 1인당) 에너지 수요 증가가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이 추가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재생가능한 에너지원도 에너지 인프라의 탈탄소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사회 변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발생이 줄어들기를 원한다면 에너지 효율과 탈탄소 정책을 “사회 개혁”과 맞물려 진행해야 합니다. 3가지 기후 변화 정책은 소비자의 선택과 행동이 좀 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가도록 만들어져야 합니다.

 

행동 변화 정책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안된 방법과 정책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당근과 채찍 또는 훈계”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환경” 제품에 대한 보조금, 에너지세와 같은 경제적 유인책, 건축 규약, 차량 배출 기준과 같은 규제, 상세한 에너지 법안, 스마트 계량기, 캠페인과 같은 정보 제공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개인 행동의 결정 요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개인은 제품 가격과 정보를 고려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는 가설과 신념, 태도, 가치의 결과로 행동을 한다는 전제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인 이유(즐거움 또는 돈을 절약하기 때문에) 또는 규범적인 이유(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로 친환경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친환경 행동들은 자기중심적인 이유와 규범적인 이유 사이에서 충돌합니다. 친환경 행동들은 종종 이익이 덜 되며, 덜 즐겁고, 시간을 더 소비하게 된다고 여겨집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환경에 유익한 노력을 해야 하며 친환경 가치와 태도가 개인의 행동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행동 변화 연구자들이 말하는 “가치-행동 간극(value-action gap)” 현상입니다.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친환경 행동의 비용을 줄이거나 환경에 유해한 행동의 비용을 높여서 자기중심적인 목표와 양립할 수 있는 규범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전략은 사람들이 비싸거나 노력이 더 들더라도 친환경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규범적인 목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환경문제 인식 캠페인으로 가능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선택

 

하지만 행동 변화 정책은 지금까지 실망스러운 결과만 낳았습니다. 기후 변화 관련 인식 캠페인은 20년 동안 지속되었지만 에너지 수요와 탄소 배출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제한적인 성공은 행동 변화를 위한 시도가 사회의 좁은 시각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동 변화 정책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행동이 개인의 선택이라는 생각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순환에 대해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지 개인의 취향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에너지 수요, 소비,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개인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중재의 전략(설득, 가격 조정, 조언) 뒤에 숨은 선택의 개념이 바로 이것입니다. 더 나은 정보와 더 적절한 유인책이 주어지면 “나쁜 행동을 하는” 개인은 마음을 바꾸고 친환경 행동을 선택하게 됩니다.

분명히 개인은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고 이 중 어떤 것은 가치와 태도를 토대로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고기를 먹지 않고 어떤 사람은 차를 몰지 않고 어떤 사람은 자급자족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고기를 먹고, 차를 몰며,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개인은 진공 상태에서 살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행동은 사회 규범, 정치 제도, 공공 정책, 인프라, 기술, 시장과 문화적 차이에 따라 강화되거나 제한을 받습니다.

 

개인 선택의 한계

 

개인으로서 우리는 선택의 정도 차이가 있지만 항상 자주성을 제한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좀 더 에너지 효율이 좋은 차를 살 수 있지만 우리가 자체적으로 자전거 인프라를 제공하거나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 통행을 존중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다른 산업 국가들에 비해 자전거를 많이 타지만 그들이 환경 의식이 반드시 더 높아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전거 전용도로, 주차 공간과 같은 훌륭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출근 복장으로 자전거를 타는 등 사회적으로 자전거 이용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고,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 통행에 대처하는 기술과 문화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전거가 일상이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덴마크 운전자는 차에서 내릴 때 뒤에서 자전거가 오는지 볼 수 있도록 오른손을 사용해 자동차 손잡이를 열어야 한다고 배웁니다. 또한 자동차와 자전거 사이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자전거 운전자가 실수를 했더라도 자동차 운전자의 과실로 간주됩니다. 분명히 영국이나 미국의 개인도 인프라, 문화, 법적 규제가 지원되지 않아도 자전거를 타려고 결심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산업 국가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속가능하지 않는 생활에 갇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다면 이러한 기술에 의존한 일상적인 일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지게 됩니다. 연결된 스마트폰이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개인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장치를 구매할 수 있지만 3년 후에 작동하지 않게 되었을 때 수리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 앞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와 네트워크 인프라의 에너지 사용을 늘리며 인터넷 비트 전송률을 증가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개인이 바꿀 수 있는 힘은 없습니다. 개인은 할 수 있는 한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지배적인 경제 체계가 살아남기 위해 성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도움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서로에 대한 비난

 

요약하자면 개인은 가치나 태도를 토대로 친환경적인 선택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도록 영감을 줄 수 있지만 여러 부분에서 개인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중요한 지점을 놓치고 있습니다. 개인의 행동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자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거나 제한하는 중요한 구조나 생각을 간과한 것입니다.

사실, 책임감과 죄책감을 개인에게 두는 것은 가능한 정책을 구축하고 일을 효율성 있게 처리해야 하는 여러 기관 대신 엉뚱한 부분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지속가능한 “행동”에 관한 담론은 정치, 경제인보다 소비자에게 정치, 경제적 결정에 대한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로 인해 친환경 “행동” 정책이 오히려 분열을 초래합니다. 지속불가능한 식품이나 교통 체계를 개발하고 성장시키는 정치인, 기관, 제공업체들 대신 특정한 가치에 반하는 소비 또는 행동을 한 다른 개인(예, 고기를 먹는 사람 또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립니다.

이러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의 행동 변화는 이론이 아니라 정치적인 부분입니다. 개인의 책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신자유주의에 따른 해석이며 정치, 경제, 기술 방식 등 시스템적인 측면에 대한 비평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개인 행동을 넘어

 

대대적인 사회적 변화를 원한다면 개인을 분석하는 풍토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 합니다. 개인의 가치와 태도를 다루기 보다 사회적 차원의 경험과 의미, 지식과 기술, 인프라와 제도 등 사회에 대한 연구로 이론적 접근을 해야 합니다. 이처럼, 행동은 “빙산의 일각”이며 행동의 중재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빙산의 더 큰 부분이 물 아래 감춰져 있는 것처럼 지속가능성은 사회적으로 내재된 행동의 토대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개인과 선택의 문제가 아닌 요리, 씻기, 쇼핑, 운동 같은 일상 속의 사회 체제에 초점을 맞춰야 이뤄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행동 여부는 개인의 선택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맥락에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물질”(자동차, 길, 주차 공간, 주유소, 정유 공장), 능력(운전 기술, 교통 지식), 의미(자유에 대한 개념, 운전은 “일반적인” 행동이다. 자동차가 없다는 것은 실패한 인생이다)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적인 문제를 간과하면 사람들이 운전을 덜하도록 만들기 어려워집니다.

이를 수행하는 개인 대신 사회적 관행을 분석의 중심에 두면 사회 변화를 좀 더 유의미하게 분석하고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선택에는 초점을 두지 않고 사회적 관행 수준에 따라 개인 행동 변화 정책을 증가시키거나 최소화하거나 살짝 변화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동시에 일상을 만드는 다른 요인들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 대의 자동차가 개인의 자유와 동일시되는 관념은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는 캠페인보다 훨씬 더 흔히 접할 수 있는 자동차 광고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입니다. 또한 동일한 도로 공간을 두고 다른 교통 수단과 경쟁하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 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입니다.

관행에 초점을 맞출 때 소위 “가치-행동 간극”은 더 이상 개인의 윤리적 결점이나 개인의 타성에 대한 증거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개인의 태도와 “행동” 사이의 간극은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에 친환경 정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시스템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뉴노멀 시대

 

개인 행동 변화 정책이 기술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 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수행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효율성과 혁신에 초점을 맞춘 다른 전략과 마찬가지의 결점을 가지게 됩니다. 에너지 효율, 탈탄소 정책과 같은 행동 변화 정책은 지속불가능한 사회 관습이나 인프라를 타파하지 못합니다.

사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감축을 이룰 수 있는 더 광범위한 시스템 차원의 변화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활용 쓰레기 문제에서 우선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은 쓰레기 생산의 측면이 아닌데 심지어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수요를 촉진하는 시스템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은 행동 변화 정책은 현재의 상태를 강화하게 됩니다.

개인을 목표로 하는 정책과 달리 시스템 및 제도적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을 수립하는 정책은 기후 변화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혁신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관련한 사회 혁신은 현재의 행동 기준을 약화시키고 문제를 제기하며 일상에 좀 더 지속가능한 관행을 심습니다.

사회 변화는 담배 연기 없는 술집, 안전벨트 착용처럼 “일반적”이라고 간주되는 것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몇 십 년 사이 여러 가지 관행이 꾸준히 그리고 때로는 급격하게 변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스템적인 접근은 일상의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무엇인지를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시스템 문제에 초점을 맞춘 지속가능성 정책은 “좀 더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개인의 행동을 어떻게 바꿀까”에서 “사회가 작동하는 방법을 어떻게 바꿀까”로 전환되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개입이 이루어졌습니다.

“행동”의 사회 기술적 토대를 고심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인프라와 제도를 만들고, 서로 다른 행동을 뒷받침하는 문화적 관습을 바꾸며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장려하는 시도로 함께 병행됩니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개인 “행동”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Kris De Decker.

 

 

이 칼럼은 Low-tech Magazine에 실린 글입니다.

Low-tech Magazine은 최첨단 기술에 의존해 모든 문제를 푸는 대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거에서 찾은 가능성 및 잊혀져 있던 지식과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웹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