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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에어컨 논쟁은 냉방의 문제만이 아니다.

저자: Stan Cox
번역: 조안나

자코뱅1 은 최근에 범국가적이고 세계적으로 에어컨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칼럼을 실었다. 칼럼을 낸 저자 리이 필립스(Leigh Phillips)는 열파 기간 동안 사람들과 공동체가 경제적으로, 생태적으로 스트레스를 겪는 문제를 들며 오늘의 실내를 시원하게 하고 내일의 실외를 뜨겁게 만드는 기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핵발전을 확장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이러한 모순된 주장의 논거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취약성은 기술로 고쳐질 수 없다


칼럼에서 필립스는 열파 기간 동안 사망한 사람들이 주로 혼자 살거나 만성 질병 또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거나 빈곤, 노인, 아동 계층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열파 피해자들은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주변에 녹지가 없는 도심 열섬 주변의 취약한 주거 지역에 살고 있었다.

열파가 점점 더 빈번하고 강력해진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 경제 민주주의, 기본소득 보장, 적절한 주거, 높은 수준의 아동 및 노인 돌봄, 도시 녹지화, 사회적 결속력 강화 등이 더 시급하게 필요할 것이다.

좀 더 들어가 필립스는 “에어컨을 사용할 권리”가 열파 기간 동안 생명과 건강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것으로 바깥이 덥지 않을 때도 매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빈곤, 배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에어컨을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550명 이상이 사망했던 1995년의 시카고 폭염 사태를 생각해 보라. 더 길고 강력한 열파가 1931년과 1936년에도 덮쳤지만 에어컨이 없던 이 두 시기의 열파보다 인구10만 명당 사망자 비율은 1995년이 더 높았다.

연구자들은 대공황에 의해 촉발된 경제적 어려움에도 다음의 요인들이 1930년대 시카고 주민들을 보호했다고 결론지었다. 1990년대보다 이웃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활발했고 고립되어 생활하는 사람의 수가 적었다. 범죄에 대한 공포가 훨씬 적어 자유롭게 창문을 열거나 잘 때 현관이나 옥상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열이 집약되고 밤에는 열을 방출시키는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주거 환경이 적었다.


서로 다른 해결책이 필요한 두 가지 문제


열 노출에 위협받는 사람에게 미치는 에어컨의 장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현재 소외 계층의 생활 환경이 극적으로 개선되기 전까지 공중 보건 조치로 에어컨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구와 서식 동물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차치하더라도 미국과 그 외 부유한 국가의 과도한 에어컨 사용은 문제가 있다. 과잉 냉방은 생명 또는 건강 구조 장치가 되지 못한다. 중상위층부터 상류층의 가정과 사업체에 에너지 낭비,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이러한 낭비가 바로 에어컨이 비난을 받는 이유이다.

필립스는 이전의 에어컨 옹호자들과 마찬가지로 에어컨에 대한 모든 “공격”을 “개인 금욕주의의 강박”에 의한 것이라는 조금은 비열한 비유법을 사용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반대의견의 근거는 이산화탄소와 냉매 배출에 대한 것이다.

미국에서만 건물과 차량 냉방으로 인해 매년 5억 미터톤2 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필립스는 전세계 에어컨 사용량이 2050년이면 지금의 세 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것은 축소된 수치이다. 연구에 따르면 10배로 상승할 것이고 이와 함께 현재 전 세계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전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 냉방으로 소비될 것이다. 이러한 예상에도 수십억 명에 이르는 열 취약 계층은 여전히 에어컨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녹색 에너지로는 거대한 에어컨 증가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현재의 화석연료 에너지 소비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국가적 또는 세계적으로 대체하는 시나리오에도 치명적인 결함이 생긴다. 추가되는 에어컨에 필요한 시간당 수조 킬로와트를 감당하고 전체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대체하려는 꿈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재생 가능 에너지는 점점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미래의 에어컨을 위해 핵발전 전기를 운용해야 함을 필립스는 함축적으로 (그리고 당연하게) 수긍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 가능 에너지로만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어 핵발전의 길로 간다면 그 길은 파멸의 길이다.

핵으로 가는 길을 막아야 하는 여러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자 해왔던 최근 수십 년 동안의 노력에도 빠른 속도로 배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에너지 경제에 필요한 핵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엄청난 양의 화석 에너지를 우리가 먼저 소비해 적자가 날 것이다. 세계적으로 100% 핵발전을 한다는 시나리오를 가정한 한 연구에서는 2050년이 되면 화석 연료의 대체로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하는 게 아니라 핵발전소 건설, 공급, 운영으로 오히려 배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 큰 문제는…


섭씨 2도로 대기 온난화를 제한하기 위해 강력하고 즉각적인 온실가스 배출 상한선이 필요하다. 이는 대체에 충분한 재생 가능 에너지가 마련되기 전에 석탄 및 가스 연료 발전소가 폐쇄되고 차량 연료 공급이 감소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때에도 세계 인구 수십억 명은 여전히 에너지 공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부유한 계층들은 급격한 에너지 소비 감소를 겪게 될 것이다. 필립스가 지적한 것과 같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부와 자원이 대규모로 이동할 것이며 이로 인해 공간 냉방을 위한 과도한 에너지 사용 등 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에너지 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필수적인 요소는 유지하고 선택적인 부분은 제한해야 할 것이다. 에어컨을 포함한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 에너지 수요를 줄여야 한다.

대형 건물의 중앙 냉방 종료. 미국에서 매해 5월부터 8월 이후까지 수많은 3,000 평방피트(84평) 이상의 단독주택들이 하루의 몇 시간, 때로는 하루 종일 냉방을 한 채로 비워져 있다.

사무직의 과잉 냉방 중단. 미국 내 건물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마치 컴퓨터 칩처럼 냉방이 잘 될 때 일을 더 빨리 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상사의 냉방을 피하려고 스웨터를 가져오거나 심지어 난방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미국의 개인 차량/트럭 중심의 경제 종료.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보는 냉매제를 사용하는) 차량 에어컨 구동, 출퇴근 정체, 열섬 효과를 줄이기 위한 도심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관리에100억 갤런3 이상의 연료가 사용된다. 여기서 수요를 줄여 다양한 사회적, 환경적 목표를 이룰 수 있으며 절약된 에어컨은 대중 교통을 위해 쓰일 수 있다.

에너지 사용을 유지하려면 항상 냉방 기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구는 필립스가 원하는 것처럼 공격적인 배치를 감당할 수 없다. 그는 “에어컨을 사용할 권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인간의 신진대사에 적합한 열 조건(섭씨 18도 - 섭씨 24도의 실내 온도, 세계보건기구)에 무료 또는 저렴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감탄할 만큼 구체적이지만 완전히 잘못되었다.

“우리 모두에게 편안하고 생산적이며 안정적인 다소 좁은 범위의 온도가 있다”라고 주장하며 보편적이고 제한적인 화씨 64-75도(섭씨 17.1-23.8도)의 온도 범위를 제시했지만 필립스는 사람들이 더워진 온도에 어떻게 적응했는지에 대한 수십 년의 연구는 무시하고 있다.

사람들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실내 온도 범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여러 연구가 있다. 오히려 최근 몇 일, 몇 주 동안 체험한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겨울에는 좀 더 낮은 온도에서 여름에는 좀 더 높은 온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예를 들어 외부 온도가 90도(섭씨 30도)대라면 실내 온도가 88도(섭씨 31도)까지 올라가도 문제가 없지만 72도(섭씨 22도)에서는 춥다고 느낀다.

냉방 온도 범위를 너무 엄격하게 제한하면 에너지를 낭비하고 내열성을 해친다. 건강 문제로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더운 날씨에서는 열에 대한 적응력이 향상되고 반대로, 에어컨이 작동되는 공간에서 살면 여름에 외부에 있거나 자연적으로 환기가 되는 건물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연구가 있다. 또한 에어컨이 폭염 동안에는 생명을 구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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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에 대한 논쟁은 기후 변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과거와 현재의 실패가 만든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에 냉방의 문제만이 아니다. 2017년 여름 자코뱅에서 발표한 생태근대주의자들의 주장들처럼 필립스의 에어컨 관련 칼럼은 지구 생태 위기를 기술적인 해결책과 좌파 어젠다를 결합시켜 해결하려고 한다.

이러한 논쟁은 부유한 국가의 과생산과 과소비를 막지도 못하고 모두에게 충분하게 에너지 분배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기후 문제에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자본주의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강력한 제한의 필요성을 무시하고 있다. 지금 바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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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에서 발간되고 있는 좌파 계열 잡지
2. 미터톤(metric ton): 1,000㎏을 1톤으로 하는 수량단위
3. 1갤런(gal)=3.78리터(L)


출처: 
이 칼럼은 Green Social Thought에 2018년 9월 7일에 실린 글입니다
Green Social Thought 는 평등, 사회 정의, 평화를 토대로 새로운 경제와 사회 질서를 수립해 사람들에게 권한을 부여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는 온라인 매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