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Kris De Decker(“Low-tech Magazine” 발행인)
번역 : 조안나(편집위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일컫는 용어 중 새롭게 떠오르는 마법 같은 단어인 순환경제는 파괴나 훼손 없는 경제 성장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자원 사용 중 작은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열역학 법칙은 고려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순환경제 소개
순환경제는 여러 정부, 기관, 기업, 환경 단체의 저탄소 배출 계획 주요 구성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순환경제에서 자원은 지속적으로 재사용되기 때문에 더 이상 채광을 하거나 폐기물이 생산되지 않습니다. 제품은 기획 단계에서 쉽게 분해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대안 소비자 문화” 개발에도 초점을 맞춥니다. 순환경제에서 제품은 더 이상 소유하는 것이 아닌 빌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지금처럼 조명기구를 구입하는 대신 조명기구에서 나오는 빛을 구입하고 기업은 그 조명기구의 소유자로서 전기요금을 지불합니다. 그러므로 제품이 서비스가 되어 제품의 수명과 재활용성을 개선하는 사업이 장려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순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가치 있는 자원을 폐기물로 만드는 기존의 산업 사회를 일컫는 “선형 경제”의 대안으로 순환경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산업 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에 동의하면서도 순환경제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있습니다.
여러 과학적인 연구에서 순환경제를 “이상화된 시각”, “서로 다른 영역에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들의 조합”, “허위의 과학 개념을 토대로 한 모호한 아이디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판하는 입장의 세 가지 주요 논점에 대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재활용을 막는 복잡함
순환경제의 신뢰성을 위협하는 첫 번째 문제는 제품의 재활용 과정이 100%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순환경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중세에도 오래된 옷으로 면섬유 종이를 만들고 음식물 쓰레기를 닭이나 돼지의 사료로 사용하고 오래된 건물의 자재로 새로운 건물을 지었습니다. 사용된 자원만 다를 뿐입니다.
산업화 이전에는 거의 모든 것이 나무, 갈대, 삼과 같이 분해할 수 있거나 철, 벽돌 등 재활용 또는 재사용이 쉬운 재료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제품들은 다양한 (그리고 새로운) 재료로 구성되어 분해할 수 없고 쉽게 재활용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재활용이 가능하며 제품 수명이 더 긴 모듈 형식의 스마트폰 Fairphone 2에 대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합성 자재, 마이크로칩, 배터리의 사용으로 순환구조가 차단되었다고 합니다. Fairphone 2에 사용된 자재 중 오직 30%만이 재사용될 수 있으며 LED 조명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제품이 더 복잡할수록 재활용에 필요한 단계와 절차가 많습니다. 단계가 거듭될수록 자원과 에너지가 손실됩니다. 또한 전자제품의 경우, 생산 절차가 원자재만 사용한 제품보다 훨씬 더 자원집약적이어서 최종 제품을 재활용해도 사용된 자원의 일부만 복원할 수 있습니다. 일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되더라도 품질이 떨어지는 자재(“다운사이클링”)가 됩니다.
효율성이 낮은 재활용 절차는 재활용 과정에서의 자원 손실로 지구 자원을 과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순환경제의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재활용 절차는 개선되겠지만 재활용은 항상 최대의 자원 회수와 최소의 자원 사용 사이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이는 다음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에너지원 재활용?
두 번째 문제는 세계적으로 사용된 총 자원의 20%가 화석 연료라는 점입니다. 이 중 90%가 에너지원으로 연소되어 재사용 또는 재활용이 불가능합니다. 기껏해야 발전에서 나온 과도한 열로 다른 열원을 대체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에너지를 전이 또는 변형시키면 그 품질은 감소됩니다(열역학 제이법칙). 예를 들어 다른 열원에서 발생한 과도한 열로 자동차 한 대를 달리게 한다거나 전기 발전까지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화석 연료를 채광해야 합니다. 게다가, 재료를 재활용하려면 재활용 절차와 재활용 및 재활용될 자재의 운반에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순환경제 지지자들은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바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재생가능 에너지 공장과 이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자원이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재생가능 에너지를 생산 및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은 재활용하기 어려운 자재로 만듭니다.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리튬 이온 배터리가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 또는 소각되는 이유입니다.
입력보다 큰 출력
세 번째 문제는 가장 심각한 부분으로 에너지와 자재에 대한 세계 자원 사용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원 사용은 1900년 7기가톤*에서 2005년 62기가톤, 2010년 78기가톤으로 지난 세기에 비해 1400% 커졌습니다. 매년 평균 약 3%로, 인구 성장률의 2배가 넘습니다.
100% 효율적으로 모든 원자재가 재활용된다고 하더라도 성장으로는 순환경제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사용된 자재 중 재활용될 수 있는 자재는 항상 성장에 필요한 자원보다 더 작을 것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계속해서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요와 공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차이가 큽니다. 순환경제 지지자들이 자원의 전체적인 순환 시스템에서 매우 작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운영 되는 방식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자원 누적
모든 자원의 상당 부분, 즉, 약 1/3이 재활용되지 않거나 소각, 폐기됩니다. 이는 건축물, 인프라, 소비재에 사용됩니다. 2005년 세계적으로 62기가톤의 자원이 사용되었습니다. 에너지원(화석 연료 및 바이오매스)과 채광으로 나온 폐기물을 빼면 나머지 30기가톤이 재화를 만드는 데 사용된 것입니다. 이 중 4기가톤은 1년 이내의 수명을 가진 제품(일회용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1년 이상의 수명을 가진 건축물, 인프라, 소비재에 사용된 것은 26기가톤입니다. 2005년 9기가톤의 잉여자원이 폐기되었는데, 이는 유형자본의 “재고”가 17기가톤까지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교하자면 2005년 재활용할 수 있었던 총 페기물은 13기가톤(일회용 제품 4기가톤과 9기가톤의 잉여자원)이었으나 1/3(4기가톤)만 효율적으로 재활용된 것입니다.
나머지 9기가톤은 매립, 소각, 폐기되었는데 순환경제는 바로 이 9기가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모두 재활용하고 재활용 절차가 100% 효율적이라고 하더라도 원자재에서 63기가톤, 재화에서 30기가톤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원자재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한 원칙적으로 자재를 재활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제품 수명 주기의 차단은 환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금속은 약 70%라는 비교적 높은 재활용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매년 새로운 금속에 대한 수요 중 36%만이 재활용 금속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재활용된 자재보다 더 많은 원자재가 사용되고 있어 채광에 의존한 경제가 확장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순환경제의 진정한 얼굴
물론 자원을 좀 더 책임감 있게 사용하자는 주장은 훌륭합니다. 하지만 재활용과 재사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원의 71%가 재활용 또는 재사용될 수 없기 때문에(44%는 에너지원, 27%는 기존 재고에 추가됨) 총 사용량을 줄임으로써만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순환경제를 위해서는 화석 연료를 덜 사용하고(재생가능 에너지의 더 많이 사용하자는 의미가 아님) 재화에서의 원자재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 마이크로칩, 건물 등을 덜 가지는 것입니다. 이러면 자원은 덜 필요할 것이고 재사용 및 재활용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늘릴 수 있습니다.
순환경제 지지자들은 이러한 추가적인 조건은 고려하지 않은 듯합니다. 순환경제를 지속가능성, 경제 성장과 양립시키려 합니다.. 즉, 더 많은 자동차, 마이크로칩, 건물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 예로, 유럽 연합은 순환경제를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조성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순환경제의 제한적인 목표인 자원의 일부에 대한 완전한 재활용조차 그 지지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부가적인 조건이 필요합니다. 모든 제품이 합성 자재, 반도체, 리튬 이온 배터리, 복합 재료가 아닌 나무, 단순한 금속으로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주)
* 10억톤
“Low-tech Magazine”은 기술 발전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과거 또는 묻혀버린 지식과 기술의 잠재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며 발간하는 온라인 잡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