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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균형'만으로는 역부족

“빈곤과의 투쟁” 로지 어바노비치(Rosie Urbanovich), 일하는 여성을 위한 권리에 우선순위를 둬야

 

조안나 편집위원
2019/03/07 Rosie Urbanovich

 

세계여성의 날은 20세기 전환의 시기에 수천 명의 여성이 열악한 노동조건과 긴 업무시간, 낮은 임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연대했던 급진적인 행동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의 여성들, 특히 남반구 국가의 여성들은 노동 착취와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세계여성의 날 주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균형’입니다. 균형은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산업의 문제입니다. 이사회의 대표이사와 직장 내 양성평등에 대한 요청은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권력의 이동입니다. 이사회를 지배하고 여성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권력 구조에 변화가 없는 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균형으로 직장 등에서의 임금 불균형, 여성차별, 폭력을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아시아 전역 의류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공급사슬의 가장 밑바닥에 있습니다. 그들은 하루 16시간 이상의 노동, 주7일 근무, 적은 임금으로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험천만한 공장의 업무 조건 속에서 여성들은 일하는 동안 다치거나 심지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기도 합니다. 올해 5월 우리는 1,100명 이상이 사망했던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Rana Plaza) 공장 붕괴 6주기 기념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붕괴 사건 후 세계 소매업과 브랜드 회사가 서명한 방글라데시 협정(Bangladesh Accord)은 이제 종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올해 초 H&M과 ASDA 의류를 생산하는 수천 명의 방글라데시 여성 노동자들이 생활임금과 안전한 노동환경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폭력적인 탄압을 당했습니다. 경찰은 그들을 향해 최루가스와 고무탄, 물 대포를 사용하고 수천 명을 체포했으며 50명 이상의 여성이 다쳤고 1명이 사망했습니다.


우리는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권신장을 홍보하는 영국 기업들의 모습과 함께 남반구 여성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시스템과 이러한 탄압을 목격했습니다. 브랜드는 자신들의 옷을 만드는 노동자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영국과 세계 곳곳의 패션업계는 여성들이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단합할 권리를 부정하면서 마케팅, 의류 세일, 프로모션에서 여권신장과 여성 해방의 메시지를 이용합니다.

 

여성에 대한 착취는 제조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석연료 추출과 세계 탄소배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채광 등의 채취산업 또한 남미의 지역 공동체에서 자원과 부를 착취하며 생태계와 토지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다국적 기업들의 괴롭힘, 위협, 인권유린 행태에서 자신들의 집과 공동체, 가족들을 지키면서 가장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채광은 환경인권 활동가들이 두 번째로 꼽는 문제적 산업입니다. 며칠 전 자신의 마을을 위협하는 수력발전 댐 프로젝트를 막는 풀 뿌리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온두라스 여성 활동가 베르타 카세레스(Berta Caceres)의 추모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3년 전 자신의 집에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이후 재판에서 여러 위장 사건들이 혼선을 일으켰지만 7건의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기업이 그녀의 살인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녀를 살해함으로써 그녀와 그녀의 투쟁이 침묵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그녀에 대한 저격은 여성 인권 활동가들의 활동을 옹호하는 세계적인 움직임을 촉발했습니다.

 

여성들은 직장과 집 등 일상 속 다양한 공간에서 폭력, 착취, 상품화 등에 맞닥뜨립니다. 직장 내 대표자가 되기 위해 싸우는 것 이상의 어려움이 있으며 권력 관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여성 인권의 진일보를 기념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반발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에 전 세계 30명 이상의 여성 지도자들이 최근에 여성 인권 약화에 대해 강력히 맞설 것을 요청했습니다. 극우 과격주의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 차별, 폭력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유럽에서 성폭력 범죄가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이슬람 혐오주의 공격은 전례 없이 2017년 한 해에만 26% 증가했으며 그 대상은 주로 무슬림 여성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역경에도 전세계 여성들은 사회정의를 수립하고 탄압에 항거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제조업 분야에서의 큰 승리를 노동자들 스스로가 싸워 쟁취했습니다. 스리랑카의 노동자 조직인 FTZ &GSEU는 제조업체인 ATG Ceylon의 위협, 차별, 부당해고 등의 열악한 대우를 개선하기 위해 파업을 하는 수백 명의 여성 노동자를 지지하는 연대 행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의 아마디바 공동체(Amadiba Crisis Committee)는 여성인권 활동가 노늘레 음부투마(Nonhle Mbuthuma)의 지치지 않는 노력으로 기념비적인 법적 승리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파괴적인 채광 사업을 진행하려는 호주 회사에 맞서 무려 15년을 저항하며 거부할 권리를 쟁취해냈습니다.

 

우리는 콜롬비아 최대 석탄생산업체인 세레혼(Cerrejón)으로부터 토지를 지키고 있는 와유 여성단체(Wayuu Women’s Force) 등 남미의 여러 단체들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들은 거대 기업에 의해 자신들의 공동체가 겪고 있는 인권문제와 환경 유린 상황을 알리기 위해 런던을 방문했습니다. 이는 그들의 삶을 위한 투쟁이며 그들은 결코 다국적 기업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칼럼은 레드페퍼(Red Pepper)에 실린 글입니다. 레드페퍼는 페미니스트, 환경, 자유주의 정치문제를 다루는 계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