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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시선으로 본 독일] 크리스마스 트리는 플라스틱이 아니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소위 ‚싱글 외국인’으로서 유럽의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는 것은 정말 곤욕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혼자만이 느끼는 외로움이나 고독감보다도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따스함이 먼저 찾아온다. 이르면 11월 중순부터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광장과 주요 쇼핑가에는 오후 4시만 되면 찾아오는 어둠을 환한 크리스마스 전등 장식으로 뒤덮기 바쁘다. 각종 데코용품과 먹을 것, 글뤼바인이 넘쳐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설치되고 그 중앙에는 떡하니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된다. 그렇다. 아무리 크리스마스 마켓이 사람들로 북적거려도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다면 아무래도 느낌이 안 산다. 매년 독일의 시(city)에서는 누가 더 크고 아름다운 트리를 선보이는지 경쟁을 할 정도다. 2019년 크리스마스의 승자는 도르트문트시였다. 도르트문트 전통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올해의 승자는 높이 약 45m가 되는 트리인데, 트리를 완성하기 위해 쓰인 전나무만 1,700여 개에 달한다.

 

 


Figure1 독일 최대의 크리스마스 트리
(출처:링크)

 

 

독일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트리는 각별하다. 가장 유력하고 널리 알려진 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가 바로 독일 – 정확히 말하면 ‚독일 문화권’ - 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독일 각지에서는 옛날부터 생명력의 상징인 상록수의 가지를 잘라다가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집안 곳곳에 장식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도교와 게르만 고래의 신년/수확제 행사가 합쳐져서 탄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17세기 중엽에 독일 궁정의 습관으로 도입되면서 서서히 각 유럽 궁정으로 전파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 안을 상록수 가지로 장식하는 것은 궁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개별 가정으로도 퍼져나갔다. 여기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바로 종교 개혁자인 마틴 루터다.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 한밤중에 숲속을 산책하다가 달빛이 눈 쌓인 전나무 위에 비쳐서 주변을 환하게 비추는 것을 보고 아래와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인간은 저 전나무와도 같다. 한 명의 개인은 그저 어둠 속의 초라한 나무와도 같지만,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주변에 아름다운 빛을 비출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그는 이 종교적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전나무 가지를 잘라다가 집으로 가져왔고, 솜으로 나무 위에 쌓여있던 눈을 표현하고 리본과 촛불 등으로 전나무를 장식하면서 그가 보았던 아름다움 깨달음을 집 안에서 구현해냈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마치 ‚원효대사 해골물’을 떠올리게 하는 전설이지만 이것이 현재까지 가장 유력하게 알려진 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다.

 

그렇게 중요해서일까? 독일 사람들은 온갖 정성을 들여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¼ 이상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을 파는 가게이고 집집마다 매년 장만한 트리 데코가 수북이 쌓여있을 정도로 크리스마스 트리는 독일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그 자체다. 그러나 내가 목격했던 정성의 최고봉은 매년 생목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준비하는 독일 사람들의 철저한 준비 정신이다. 그렇다. 시즌이 다가오면 동네 곳곳의 공터에는 공사장 목재가 겹겹이 쌓여있는 것을 방불케 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시장 (Tannenbaum Markt)이 열린다. 2019년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팔린 생목 크리스마스 트리의 개수가 약 3천 만개라고 추산1되고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크리스마스 트리는 단순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만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짧은 기간 동안의 크리스마스 특수 경제를 형성하는 중요한 상품이기도 한 것이다.


트리 시장에 가면 무릎까지 오는 작은 나무에서부터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나무부터 크기도 다양한 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 동네 사람들은 트리 시장에 와서 각자가 구상했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떠올리며 하나씩 나무를 골라간다. 크기와 나뭇가지가 뻗은 모양도 중요하지만 생목이기 때문에 얼마나 집에서 트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역시 중요하다.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올해의 트리를 고르는 것, 그리고 정성스럽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장식품들로 트리를 장식하는 것은 독일 사람들에게 일종의 전통이자 의식이다.


 


Figure2 트리 시장의 모습
(출처: 링크 )

 

 

실제로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연휴가 돌아가게 된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이면 가족들은 식탁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한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식탁 옆에 배경처럼 존재하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다. 그리고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아침 눈을 뜨자마자 크리스마스 트리로 달려간다. 바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져다 놓는 곳이기 때문이다. 독일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따스함과 행복감을 전달받는다.


그러나 전통에 따라 예쁘게 빛나던 크리스마스 트리는 이듬해 1월 6일 공헌제에 철수가 된다. 전등과 장식품은 다시 상자로 돌아가서 종종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향하게 된다. 그렇다면 생목 크리스마스 트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그렇다, 대다수 트리는 쓰레기로 버려진다. 독일의 지자체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수거해가는 기간을 정해놓고 무료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이 살고있는 구역의 수거 기간(Weichnachtsbaumabfuhr)에 맞추어 트리를 내놓으면 수거가 되는 방식이다. 만약 수거기간을 놓친 경우는 유기농 쓰레기로 분류하여 버리는 것 역시 가능하다. 그리고 이렇게 수거된 나무들의 경우는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연료나 비료로 재사용된다. 어마어마한 양의 트리가 생산, 소비, 철수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름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생목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전통이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차라리 한번 구입해서 친환경적으로 오랫동안 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트리를 사용하자는 움직임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무엇이 우리의 지구에 이로운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내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택하게 될 때 나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Figure3 크리스마스 트리 수거현장

(출처: https://www.geb-goettingen.de/ )

 

 

 

 

 

                                             

1)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