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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시선으로 본 독일] Du, es ist Corona-Zeit!

 친척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다. 늘 그러하듯 새해 덕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대부분의 내용이었는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유럽에 동양인(중국인) 혐오가 극성이라고 하던데 나희는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직까지는 인종차별, 특히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차별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나는 잘 지내고 있노라고 걱정 말라고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지난 1월 31일 금요일, 중국인 여성이 베를린 Moabit 지역에서 다른 두 명의 여성에게 인종차별적 발언과 욕설을 듣고 심한 구타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혹은 이를 명분 삼은 인종차별이 독일에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엇이기에
보건 정책학 학위가 있지만 ‘의학’ 혹은 ‘역학’에 초점을 두지는 않았기에 감염병 사태가 시국을 뒤흔들 때면 나도 당황스러워진다. 도대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전 세계가 들썩이는 것일까? 무지가 불필요한 공포를 낳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일단 잠깐 구글링을 해보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를 일으키는 흔한 바이러스 중의 한 그룹으로 겨울철 감기를 일으키는 원인의 10~3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종’이라는 이름은 왜 붙은 것이고 2000년대 이후 한국을 주기적으로 휩쓸었던 다른 감염병 (사스, 메르스) 등과 어떻게 다르다는 것일까? 지금까지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는 총 6종(HCoV-229E, HCoV-NL63, HCoV-OC43, HCoV- HKU1, SARS-CoV, MERS-CoV)으로 4종의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이는 코로나바이러스 외에 2003년 한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와 메르스(2012년 발병, 2015년 한국에서 유행)도 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추가 발견된 것이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로서 총 7종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인된 셈이다1.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나 메르스와 같이 고병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인 것이다. 
그렇다면 소위 ‘메르스 사태’가 또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비슷하게 보이는 바이러스들을 비교할 때는 ‘감염율’ 및 ‘치사율’이라는 것이 중요해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중국 당국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완벽한 비교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WHO의 경우, 일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1명이 병을 옮길 수 있는 사람 수를 1.4~2.5명 정도로 추정했다. 이는 메르스 0.4~0.9명보다는 높지만 2003년에 대유행했던 사스 2~5명보다는 낮은 것이다. 즉, 현재로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메르스보다는 높지만, 사스보다는 낮다. 또한 (잠정적인 중국의 자료를 근거로) 치사율을 비교해본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치사율은 약 2% 정도로서 사스(치사율 10%)와 메르스(치사율 35%)에 비해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2. 다만 일상생활 접촉만으로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해서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가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이 바이러스는 도대체 얼마나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일까? ECDC 웹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하루가 다르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확진자의 절대 다수가 중국에 사는 사람들이고 확진자 이동을 파악해서 격리하는 국가 간 검역시스템이 잘 작동한 탓인지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속도는 아주 느리다. 독일의 경우 유럽 내 국가 중 확진자 수가 가장 많지만(2020년 2월 9일 현재 14명) 아무래도 중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현재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것만큼의 심각성을 온전히 공감하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확진자의 동선 파악과 방역, 예방 등을 중심으로 보건체계가 완전 가동되고 있고 마스크 수요가 급등하여 가격이 폭등하는 등 모두가 위생 문제에 예민해져 있다고 한다. 게다가 국내 및 중국 시장 침체로 인한 경제적 타격 역시 크게 예상되기 때문에 다들 숨죽이고 부디 바이러스 사태가 빨리 안정화되기를 기도 중이라고 한다. 
 


Figure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분포_ECDC 자료 (https://www.ecdc.europa.eu/)

 

 


물론 독일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뉴스거리가 되고 손 씻기의 중요성 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쓴다거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래도 여기에선 강 건너 불구경하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다만 사건의 진원지(?)로 주목되고 있는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날로 안 좋아지고 있음은 감지할 수 있었다.

 

 

난 적어도 이번엔 중국인 입국 금지가 정당하다고 생각해.
그렇다. 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연관 짓지 않더라도 원래부터 중국인을 대하는 독일인들의 마음에는 무엇인가 - 강하게 뿌리 박힌 부정적인 편견과 선입견 – 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나는 지워낼 수가 없었다. 단순히 낯선 ‘외국인’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처음에 나는 독일인들이 가지는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내가 머물렀던 정치학 버블 때문이 아닐까 했다. 중국이 사실상 독재라는 정치적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종종 정부가 앞장서서 인권유린을 행하고 있다는 점만을 봐서도 정치학을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 사이에서 중국이라는 국가를 곱게 볼 사람은 없었다. 비록 ‘정치적 올바름’의 기준 때문에 직접적으로 그 시선들을 입 밖으로 표현해내는 사람은 없었지만 나는 항상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정치학 버블을 벗어나 회사 생활을 하는 요즘, (일반적인) 독일인들 사이에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선입견을 여전히 느낄 수가 있었다.


한 번은 같이 사는 플랫메이트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중국인의 입국 금지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는 은근슬쩍 모두가 인종차별이라는 측면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이야기해주기를 기대했다. 특히 나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친구들이 모두 국적은 ‘독일인’일지라도 부모 세대부터 다양한 이민 배경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네 명 모두가 이렇게 심각한 시국에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인에 대한 독일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표방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레파토리는 비슷했고 분명히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들에서 근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명백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친구 1: “나희야, 넌 어떻게 생각해? 중국인들이 독일로 오는 것? 요즘에 입국 금지 이야기하고 있잖아”

 

친구 2: “방학일 때 본인 고국인 중국에 갔다가 이제 개학이라서 다시 독일로 돌아오는 중국 유학생들이 엄청 많아.”

 

나희: “공항에서 검역을 제대로 하면 되는 것 아냐?”

 

친구 2: “저번에 어떤 중국인은 자기가 검역을 무사하게 통과했다는 걸 SNS에 업로드하고 그랬대. 검역을 제대로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아. 몇몇 사람들은 지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나 봐. 이게 무슨 장난도 아니고 말이야.”

 

친구 1: “난 솔직히 중국(정부)을 못 믿겠어. 지금 우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잖아. 나는 지금 상황이 영화 같아. 도대체 전염병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 어떤 관리들이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해야 한다고 생각해. 누구는 이런 조치가 인종차별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잘못해서 유럽도 중국처럼 막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

 

친구 3: “나도 솔직히 말하면.. 이번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하는 것 반대하지는 않아. 중국인들 지저분한 것으로 유명하잖아.”


같은 현상이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 예를 들어 영국에서 일어났다면 다들 어떻게 행동했을까?

 

 

나는 차별에서 자유로운가?
나는 누구나 어느 정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차별적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 역시 의식적으로 매 순간 나를 검열하지만, 무의식 속에서는 다양한 기준에서 사람들을 나누고 내 머릿속에 만들어진 박스에 넣어서 개개인을 제멋대로 판단한다. 중국인에 대한 선입견 역시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서 나 스스로 인종차별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나는 중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를 분명히 반대한다. 그러나 무의식중에 다른 독일 사람들이 나를 중국인으로 착각하지 말아 주기를 기대하고 누군가가 내 국적을 물어보면 나는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나는 지독하게 자리한 내 안의 인종차별을 마주한 순간 너무 당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