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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가치를 다시 생각하다

코로나19와 관련한 국가 간의 회담이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면서, 이전에 늘 해왔던 방식으로 비용과 경제적 상충관계, 손실과 거래 등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인간의 생명도 경제적 측면에서 다루어집니다.

브리스톨 대학교의 위험관리학과 교수인 필립 토마스(Philip Thomas)는 최근 연구에서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GDP가 6.4% 떨어질 경우 바이러스보다 불경기가 더 치명적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보면서 우리는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몇 십 년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보았을 때 노인과 취약계층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경제적 상충관계를 조절하는 것이 정말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려고 결심할 때마다 호도된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무기 거래를 금지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감축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생명을 구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각국 정부는 불경기라는 위협을 악용해 지구의 자원으로 가난한 사람은 더 빈곤하게 되고 부자는 더 부유해지는 지금의 경제 시스템의 유지를 주장해 왔습니다.


경제학 vs 이재학

경제학자 허먼 데일리(Herman Daly)와 신학자 존 캅 주니어(John Cobb, Jr)는 자신들의 책 ‘For the Common Good(국내 미번역)’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사용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장기간에 걸쳐 집안을 관리’한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oikonomia)에서 유래한 경제학(economics)과 ‘짧은 시간에 통화 교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산과 부를 교묘하게 조작하는 정치경제학’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크레마(khrema)에서 유래한 이재학(chrematistics)의 차이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오이코노미아는 세 가지 면에서 이재학과 다릅니다. 첫째, 단기간이 아닌 장기적인 시야로 봅니다. 둘째, 거래하는 당사자들만이 아닌 전체 공동체를 위한 비용과 이득을 고려합니다. 셋째, 추상적인 통화교환 가치와 무한한 축적이 아닌 구체적인 사용가치와 제한적인 증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오이코노미아의 경우에는 충분하다는 정도가 있지만, 이재학의 경우는 항상 많을수록 좋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경제학 정의로 볼 때 지금의 경제적 부는 공동체 구성원을 보살피기 위해 사회가 맡아야 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공동체의 안녕을 가져오지 못합니다. GDP 지표가 떨어져 생계가 위협받는 것은 경제학과 이재학의 개념이 하나로 뒤섞였기 때문입니다.

이 둘을 분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봉쇄조치는 불경기라는 위협과 함께 GDP 성장을 떨어뜨리고(이재학) 이동 제한 등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안길 수 있지만, 우리의 능력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기존의 교환 가치(돈)에 접근하기는 어려워지겠지만 사람들의 능력, 재능, 의지를 잃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위기로 인해 생긴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다양한 것을 나누는 관용과 창의성을 목격했습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경제 관념에 함께 반대하며 연대감과 친절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실제적인 부를 창조하는 사람들을 확인했습니다. 그들은 돌봄 경제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인, 매장 점원, 배달부, 진열대 담당자, 청소부들, 영국 공공의료서비스 NHS를 돕기 위해 나선 75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온라인에서는 무료 교육, 공연, 운동 강좌, 경제 상담, 박물관 관람, 정신 건강 지원 등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닫힌 문 뒤로 아이들과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돌보고 다양한 플랫폼으로 멀리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하며 집안에서 온전한 생활이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 세계화의 약한 부분이 드러났고 ‘평범한 사람'들과 공동체가 사회경제적 문제를 막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이 자신의 책 ‘노No로는 충분하지 않다’에서 ‘끊임없는 자원 고갈의 사회에서 다른 사람을 돌보고 기존의 것을 전환하는 사회로 넘어가고 싶다면 관계가 가장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호혜와 돌봄의 동일한 원칙을 가지고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는 주장을 직접 증명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이기기 위해 국제적인 공조와 상상력, 극복하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회 전반에 전례 없는 압박이 계속해서 가해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이전의 경제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40년 동안 학계와 전문가들이 개발하고 창조해낸 경제체계 하의 사회, 경제적 사례들을 살펴보고, 진정한 부와 가치를 만들어내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는 새로운 구조의 제도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대담한 해결책을 선택할 시간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끝에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이 이제 공공연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범 제도가 진행되고 있으며, 가장 오래 지속되어 온 실험인 알래스카 기금 배당(The Alaska Dividend Fund)의 기본소득 사례를 살펴보면 노동시장의 참여에는 큰 변화가 없고, ‘알래스카의 취약계층인 외곽의 원주민 등을 포함한 빈곤율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베르나르 리에테르(Bernard Lietaer)와 같은 대안화폐 전문가들은 통화교환 체계를 다양화하면 국제 시장의 충격에 좀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우리가 사회적, 생태적 재생에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1980년대 남아메리카의 경제학자가 발표한 인간의 욕구 체계(Human Scale Development)를 통해 우리는 현재 우리가 생산하는 것이 우리의 진정한 욕구인지, 조작된 필요를 만족시키는 가짜 욕구인지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도넛 경제학(Doughnut Economics)1과 정상 상태 경제(steady-state economy)2와 같은 체계도 우리가 지구의 한계선 내에서 경제 활동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경제 제도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국제 식료품 나눔도 이제 현지 음식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지역에 기반한 음식 문화를 구축하면 비만을 억제하고 젊은이들의 실업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래의 식량안전보장과 토양도 재생시킬 수 있습니다. 토지와 부동산 소유권은 감시를 받아야 하며 식량 주권, 자생지 재건, 모두를 위한 합리적이고 안전한 주택을 확보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새롭게 짜내야 합니다. 노동자협동조합 설립, 지역 사업 지원으로 지역의 부와 경제적 안녕을 다지며, 서로 화합할 수 있는 생활 및 노동 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지자체는 사람들이 원하는 삶과 공동체의 형태를 논의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예산제도와 시민 의회, 공동체 규정 등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야 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안전하지 못한 작업에 투입되거나 빈곤에 빠질 수 있는 과도한 대출 제도를 폐기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곧바로 인터넷이 공공재가 될 수 있도록 논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P2P 파운데이션(P2P Foundation)과 지역자립연구소(Institute for Local Self-Reliance )는 함께 부를 나눌 수 있는 체계에 대한 안내서를 제작했으며 모든 사람들이 주요 서비스에 접근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시작된 사회적 실험은 코로나19와 기후 변화의 위협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조직을 전환하게 만드는 황금 같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과 지구를 숫자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닌 재정적 기구, 통화교환 체계와 같은 숫자를 사람들과 지구에 맞춰야 할 때입니다.

GDP는 우리가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측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위기는 전 세계 기업들이 자원이라고만 생각했던 자연환경과 경제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을 제공한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도전의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대처 전 수상의 말은 틀렸습니다. 대안은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것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는 가능하고 희망적인 미래로 방향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 칼럼은 2020년 4월 6일 P2P 파운데이션에 실린 글입니다. 
P2P 파운데이션(The Foundation for P2P Alternatives)은 2005년부터 P2P 및 시민을 통한 사회, 의식 변화 가능성을 연구하고 옹호하는 역할을 해온 단체입니다.

 

                                          
1.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가 2011년 발표한 경제 모델로, 인간과 환경을 함께 지켜내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도넛 모양으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 PMG 지식엔진연구소
2. 생태계가 인간의 경제 활동에 따른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적정 지점에 도달하면 성장보다는 발전을 추구해 경제 활동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이론(번역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