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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생각하는 녹색전환] 에코페미니즘과 돌봄 경제

서론

 

본 칼럼은 에코페미니즘 철학을 소개하며 여성과 자연에 대한 차별과 착취에는 가부장제라는 공통의 지배 역학이 있음을 주장한다. 또한 교차성의 개념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경제가 여성과 자연을 이중으로 억압하는 구조를 자세히 살펴본다. 생태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경제 시스템이 여성에게 부여된 가사/돌봄 노동을 필연적으로 평가절하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의의를 둔다.

에코페미니즘 - 여성과 자연에 대한 지배의 이해

에코페미니즘의 등장 배경은 사회주의에서 에코-마르크스주의까지 아우르는 좌익 사상과 리버럴, 사회주의, 문화 페미니즘 담론들이 서로 대화가 잘 안 되었다는 오랜 비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동안 각 진보적 사상은 젠더와 생태적 지속가능성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했다. 생태론자들은 젠더 담론을 비교적 등한시했으며, 이미 리버럴에서부터 급진주의로 분열된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지속가능성에 관한 논의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성장중심주의의 경제와 성차별의 연관성 또한 거의 발제하지 않았다. (비록 루크 마르텔 등 일부 생태론자들은 자연과 여성에 대한 자본주의의 지배 논리의 설명하기 위해 에코페미니즘의 인식론을 차용한 바 있으나, 이를 페미니즘과 적극적으로 연결 짓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앤드류 돕슨을 비롯한 많은 동시대 생태 사상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산업자본주의 경제는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수익성 있는 재화와 서비스로 전환될 수 있는 아주 일부의 천연자원과 인적 자본에만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은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경제 시스템은 무한한 경제 성장을 늘 우선시하는 반면 돌봄, 상호의존성, 검소한 생활 방식과 같은 가치들을 비교적 덜 중요하게 여기는 이분법적 경제학에 기초한다. 그러나 생태론자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바로 그와 똑같은 경제체제가 근본적으로 근대 엘리트 남성들이 초석을 다지고 발전시킨 남성 중심적인 경제라는 점이다 (멜러, 2006). 또한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사노동이나 돌봄 노동 같이 과소평가된 활동을 이미 전담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태론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예를 들어, 리버럴 페미니스트들과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여성해방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남성 중심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획득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주장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살레, 2017).

 

에코 페미니즘의 주요 이상은 다음과 같다. 에코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에 대한 억압과 자연에 대한 착취 사이에는 공통적인 지배 역학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연을 대하는 윤리와 인간 상호 간의 윤리를 인위적으로 구별한다는 비판을 받는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위시한 주류 환경 윤리와는 달리, 에코 페미니즘는 다양한 억압의 교차성을 강조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억압,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 그리고 비서방세계에 대한 서구의 착취가 연관되어 있으며, 서로 단절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비온, 2001). 동물 윤리에 대한 싱어의 공리주의적 접근은 인간의 도덕적 기준을 비인간으로 대상을 확장할 것을 주장한다. 인간의 가치 인식에 비인간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는 것은 여느 환경 윤리의 공통적인 부분이지만, 에코 페미니스트는 더 나아가 자유주의의 원자론적 사고방식을 문제 삼고, 애초에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그에 따른 인간의 윤리와 가치를 재조명한다. 싱어의 공리주의적 접근뿐만 아니라, 모든 의식 있는 존재에게 내재가치를 부여할 것을 주장하는 톰 리건의 권리에 기반한 이론은 여성과 자연에 대한 지배의 논리로 둔갑하는 이성/감정의 이원론적 사고와 그 위계를 오히려 견고히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성/감정의 이원론은 문화/자연(또는 야만)의 이분법으로 확장되며, 이는 이성과 논리의 우월성이라는 가부장적 신화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인간 대 인간의 윤리와 인간-자연의 윤리를 구별 짓는 차원으로 환원된다. 아닌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싱어 자신도 훗날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여성과 자연을 언제든지 착취 가능한 ‘열등한 존재'로 간주해 온 사회 구조에 대한 생태-유물론적 분석은 현대 경제 시스템의 가부장적 뿌리를 드러낸다(퍼킨스 외, 2005). 에코페미니즘에서 제시하는 자연에 대한 역사적 해석은 여성과 자연을 뭉뚱그려 '여성화/자연화'한 그 기원을 중세 유럽에서 찾고 있다. 수잔 그리핀은 저서 <여성과 자연>에서 역사적으로 자연은 양육과 돌봄의 책임을 부여받은 여성적인 땅으로 여겨져 왔고, 한편으로는 자연재해를 자주 일으키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하며 혼란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고 주장한다(가드, 2011). 아닌 게 아니라 자연을 묘사할 때 사용되는 방식은 당시 여성에 대한 은유와 현저하게 닮아있다. 17세기 유럽이 과학혁명과 근대성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근대 국가는 자연을 '인간 문명의 진보라는 대의를 위해 착취, 이용 가능한 무동적이고, 생명 없는 기계'로 간주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엘리트 자본가 남성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설파되었다 (티크너, 1993). 또한 캐롤라인 머천이 <자연의 죽음>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계몽주의적 은유는 여성을 감정적이고 불안정하며 따라서 열등한 존재로 정의하는 반면에, 남성을 합리성과 이성적인 사고력으로 상징화 하는 데 크게 기능하였으며, 자연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적인/열등한' 특성 때문에 '길들여지고 관리되어야 할 자원'으로 생각되었다.


에코페미니즘 정치 경제 (Ecofeminist Political Economy)

 

에코페미니즘 담론은 최근 생태 경제학과 페미니즘 경제학 분야로 그 논의를 확장하고 있다. '에코페미니즘 정치 경제(EPE)'는 여성과 자연 세계 모두 가부장적 지배에 의해 ‘외부화’ (자본가가 사용하는 자원이나 인력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음. 즉, GDP 산출에서 배제되는 것을 이름)되고 착취된다는 의미에서 상호 연관성이 있다는 에코페미니즘 이론을 기초로 하며 이를 '성차별적인 경제 시스템'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여성과 자연의 위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멜러는 현존하는 자본주의를 여성에게 '체화되고 내재된' 노동에 의존하며 남성의 경험만을 선택적으로 반영하는 '남성-경험 경제 (ME economy)'라고 명명한다. 여성이 주로 담당하는 돌봄 노동은 인간의 신체와 생물학적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필요와 직결되기 때문에 체화된다. 또한 가사 노동은 그 일련의 작업이 가정이나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재된다 (멜러, 2006). 그러나 ME 경제는 여성 노동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보수 가사 노동이 GDP 성장 지표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평가절하한다. 이에 남성은 돌봄 노동을 생산적이고 값비싼 노동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어머니가 베푸는 '사랑의 노동' 또는 여성 개인의 이타주의적 실천으로 왜곡한다. 따라서, 그 노동의 수혜자들은 그것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시장 질서에 편입된 가사/돌봄 노동은 대게 저임금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빈곤층이거나 비서구/비백인 출신이며, 이에 조아나 옥살라 (2018)는 이 '글로벌 돌봄 체인'이 글로벌 사우스의 여성들을 또 다른 형태로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옥살라는 양육의 책임을 제3자에게 아웃소싱하는 데 있어 윤리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아이를 양육하고 돌봄으로써 얻는 사회적 이득이 특정 사람들에게만 불균형적으로 분배될 것임을 시사한다. 일단 아이들이 성장하면, 그들은 고용주와 연금 수령자들에게 숙련된 노동력과 세금을 제공하게 된다. 이 미래의 고용주와 연금 수령자들은 성장한 노동자들의 과거 양육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반면에, 에코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정작 그들의 양육을 맡았던 유급 돌봄 노동자들은 마땅한 사회적인 보상을 받지 못한다 (덴글러 & 스트렁크, 2017). 즉, 직업으로서의 가사/돌봄 노동은 저평가되며 따라서 그 종사자들의 보수도 일반적으로 매우 낮게 책정된다.

 

자연에 관해서, 자본주의 경제는 자연을 '외부화'하는 방식에서도 암묵적으로 자연을 마치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무한한 자원으로 간주한다 (옥살라, 2018). 채굴 사업은 광산업이 자연을 전용함으로써 자본 축적에 '무임승차'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예다. 자연을 외부화하던 자본주의 경제는 이제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더불어 자연의 사용을 '내면화'한다. 내면화란, 예를 들어, 녹색 시장이 탄소 배출권과 바이오 에너지 기술과 같이 자연의 일부를 ‘금융 가치'로 교환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사고에서 특히 관찰되는 분자 수준에서 자연을 보는 방법이다. 데이비드 넬리 (2011)에 따르면, rDNA의 발견과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유전학자들은 종과 식물을 분자 단위로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생물물리학의 ‘자유화 바람'은 농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이것은 자본 축적의 경계를 넓힐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농약과 제초제에 더 강한 종자를 생산할 수 있게 되자 이에 투자할 수 있는 재정적인 수단을 갖춘 기업형 농업이 등장했다. 씨앗은 종의 DNA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생식 체계가 내재된 형태인데,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계가 이 자연의 질서를 조작하고 자연의 번식을 사유화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이에 WTO를 비롯한 국제 금융 기관들이 새로 개발된 씨앗에 대한 기업의 특허를 허용하고 법적 지위를 부여하면서 자연을 분자 단위로 바라보는 접근은 점차 체계화되었다.

 

그러나 ME 경제는 생태적 한계를 무시한 채 무한한 성장을 지향하기 때문에, 또 그 일련의 과정이 대게 착취적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파괴적인 시스템이다. 성장 지향적인 경제체제는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생태자원을 계속 고갈시키고 종국에는 생태 다양성을 저해하며,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를 초래한다. 이러한 생태적 피해에 대한 대책은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때만 제한적으로 논의된다.

 

지속가능성을 실현함에 있어서 기술 발전에 대한 무분별한 낙관이 성장 페티시즘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생태학자들의 주장과 같은 이유로 에코페미니스트들은 기술만능주의에 매우 회의적이다. 성차별에서는 기술 발전이 늘 해방적인 것은 아니다. 가전제품과 같은 현대 발명품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여성들은 더 많은 가사 부담을 떠맡게 되었다. 가계 소비가 대부분 여성에 의해 지출되기 때문에, 서구사회와 서구화된 일부 아시아의 중산층 여성들은 소비주의의 확산으로 인해 더 많은 집안일을 부담하게 되었다 (돕샤, 1993). 소비지상주의가 가계 소비 증가로 아직 이어지지 않은 아프리카 대륙 등에서는 제조업이나 공업 등과 같은 산업형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떠나는 남성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여성 농민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일을 부담한다. 또한 아시아의 낙후된 지역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이 다국적 기업의 공장에서 장시간 일하기도 한다. 마르크스는 생산 설비의 자동화가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살레, 2017). 그러나 불행히도 과학기술 진보의 장기적인 부작용이 간과되고 기술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인간의 능력 또한 과대평가되는 사이에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에코페미니스트들은 ME 경제가 사람들의 '필요 충족'을 목표로 경제 (이름하여 '프로비저닝 경제')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 파괴적인 경제 시스템의 급진적인 해체를 주장하는 생태론자들에게,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같은 표어로 함축되는 분권형 시스템이 종종 대안으로 제시되곤 한다. 지역 교환 거래 시스템 (LETS)이나 타임 뱅크와 같은 미래 대안이 논의되는데, 그러나 정작 이들이 간과하는 문제는 현재의 ME 경제에서 남성 지배와 성차별을 우선 해체하지 않고서는 가정이나 지역 사회 내의 가사/돌봄 노동의 역할이 또다시 여성에게 귀속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기 이전의 봉건 사회에서도 여성의 가계 내 노동이 가족, 공동체 중심의 가부장제를 유지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ME 경제의 파괴적인 특성과 관련하여, 여성은 다소 복잡한 위치에 놓여있다. 그들은 노동자일 뿐만 아니라 환경파괴에 동참하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또한, 부유한 중산층 이상의 여성들이 경제적 수단이 결여된 다른 노동자 계층의 여성들을 착취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는 에코페미니즘뿐만 아니라 보편적으로 페미니즘의 오류로 지적되는 '성 본질주의' (인종과 계층 등 다른 인과 요인을 배제한 채 생물학적 성별에만 따라 모든 여성 또는 남성을 동일 집단으로 분류하는 시각)를 극복해야 함을 시사하며, 마찬가지로 이는 초기 에코페미니즘 이론을 수정하는 데에 중요하고 결정적인 포인트로 고려되었다. 에코페미니즘 담론은 본질주의를 극복하면서 그 이론을 확립하였고, 이는 '교차성'이라는 중요한 개념 덕분에 가능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계급적인 측면에서 에코페미니즘은 계급투쟁의 복잡성과 억압의 교차성을 다루는 데에 있어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멜러 (2006)가 주장하듯이, 우리는 인류가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는 역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인 생태계의 일부분이다. 에코페미니즘 정치 경제는 인간 사회 내의 사회적 불평등과 생태적 지속 불가능성의 지배 역학에서 성별, 계층 및 인종차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


돌봄 경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투쟁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여,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이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을 전적으로 거부하고 노동시장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운동은 돌봄 노동이 저부가가치 노동이라는 가부장적 가치평가를 재확산할 뿐만 아니라 남성 지배적인 경제에 동참하고 지속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 많은 여성들을 착취적인 자본주의적 피고용 상태로 밀어 넣는 것은 더 심각한 생태적 위기를 초래할 뿐이며, 그럼으로써 변화가 아닌 현상 유지를 좇는 셈이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여성의 참여가 증가함에 따라 성차별이 해소 또는 완화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 전통적인 성 역할과 고정관념이 계속 유지됨에 따라 오늘날 전문직 직업을 가진 고학력 여성들도 전형적인 '유급과 무급 노동의 이중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덴글러 & 스트렁크, 2017).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편 유급화 된 돌봄 노동은 충분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즉, 이는 다소 착취적인 면이 다분한 노동이다.

 

따라서 에코페미니스트들은 돌봄 노동을 가치 있고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노동으로 재평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때문에 오늘날 자본주의적 가치 평가의 기준을 크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그러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멜러, 2006). 예를 들어, 로드 (1999)와 같은 일부 학자들은 주부들에게 무보수 가사 노동에 대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에 강하게 반대한다. 오히려 '주부 임금'이 '저임금 직업으로서의 여성 노동을 견고하게 하며' 따라서 가사 노동이 즉 여성의 노동임을 훨씬 더 구조화 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오늘날 일반적으로 보편적 기본 소득 (Universal Basic Income)으로 더 잘 알려진 성 중립 시민 소득 (non-gendered citizen's income)을 지급하는 방안에 더 찬성하고 있다. 돈은 개인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에 있어 중점적인 이슈이지만, 한편으로는 능력과 자유의 수단이기도 하다. 멜러는 화폐제도 내에서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잠재적 정책 수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돈]은 이원화된 경제 체제를 만드는 주요 메커니즘이다. 새로운 화폐 문제를 민주적 통제 아래로 편입시키는 것이 평등주의적이고 생태학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를 건설하는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는 않겠지만 … [그러한 개혁이] 현재 시장 체제의 지속 불가능성에 도전하는 첫걸음이 될 수가 있다. 또한 이분법적인 경제의 허구적 경계에 도전하고, 지구의 생명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인간의 잠재력을 향상할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시작할 것이다.' (멜러, 2006).

한편 재닌 라딘과 수 힘멜바이트와 같은 다른 페미니스트 학자들은 돌봄 노동의 다양한 측면들을 '상품화 정도를 측정하는 연속체의 일부'로 본다. 가령 시장 밖에서의 돌봄 노동에 대한 분석은 사람들이 오로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만 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에 가정과 직장, 재생산과 생산을 분리하는 이원론에 도전하고, 돌봄 노동을 가정과 직장 등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는 생산적이고 노동 집약적인 (즉, 고비용의) 작업으로 재인식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공교육, 공중 보건 당국, 보육 기관 내의 다양한 정책 변화와 규제를 통한 돌봄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재평가 또한 시급하며, 유급 돌봄 직종 내에서의 성 역할에 따른 노동 분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 또한 사회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직장이나 가정에서 돌봄 활동이라는 공동의 이익에 참여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커, 2007). 따라서 이 논의는 필연적으로 남성을 돌봄 노동의 영역으로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무급과 유급 돌봄 노동 모두를 고부가가치 노동으로 재인식하고 재평가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돌봄에 대한 남성의 책임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

 

지금까지 에코페미니즘 철학을 통해 가부장제를 바탕으로 한 현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여성과 자연을 억압하고 착취하는지 알아보았다. 여성과 자연은 서로 ‘자연화', ‘여성화' 되는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지배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무한한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체제는 GDP 산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무보수 가사/돌봄 노동을 필연적으로 저평가한다. 자연에 대한 착취 또한 생태 자원의 무한성-무비용의 오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가사/돌봄 노동은 인류 생존에 필수적이고 생명 지향적이며 이러한 노동이 가치 절하되는 것은 불행이다. 따라서 돌봄 노동의 가치를 재고하고 이를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반영하는 것이 시급하다. 뿐만 아니라, 이에 무임 승차했던 모든 사회 구성원, 특히 남성의 돌봄 노동에 대한 책임 또한 사회적으로 활발히 논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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