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올가 체펠리안스카이아(Olga Chepelianskaia)
번역: 조안나 편집위원
자연재해와 경제 위기, 질병은 도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로, 현재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그 상황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식량, 숙박, 생계, 대중교통, 금융 등 도시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 가능하고 회복 탄력성이 있으며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의제가 되었습니다. UNICITI1에서는 도시에 필요한 회복 탄력성 3요소로 공용공간, 도시농업, 삶의 질을 선정했으며 여기서 그 모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새로워지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도심 공용공간
현재, 세계 인구의 20%가 봉쇄 조치 아래에 있습니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다양한 공용공간들이 지금은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우리의 사회적 상호 작용은 디지털 공간으로 넘어갔지만, 이것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체활동 부족, 걸을 수 없는 상태, 휴양공간 접근의 어려움이 전 세계 사망률의 3.3%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봉쇄 조치가 더 길게 지속되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동차로 붐비던 거리는 이제 비어 있으며 최소한의 통근을 위해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 동안 기본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시들은 더 건강한 교통체계를 기획하고 있으며 자전거도로 연결, 교통비 유예, 자동차도로 폐쇄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코로나19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텅 빈 거리를 공용공간으로 환원해 사회적 거리 두기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뉴욕시: 뉴욕시의 경우 지역 당 일정한 면적을 할당하여 보행자 전용 도로로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복잡한 인도에서 벗어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집 밖을 거닐 수 있습니다. 일부 거리는 혼잡한 시간인 오전 10시에서 오후 7 사이에 보행자도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소형 아파트에 한해 놀이터와 공원이 개방되었는데 사람들이 2m 거리를 유지하는 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고타: 콜롬비아의 수도인 보고타는 자전거 통행에 유리한 공용공간과 거리가 충분히 갖춰져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도시는 1976년부터 일요일과 공휴일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도시에 차 없는 거리를 선정하는 씨끌로비아(Ciclovia)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총 585km에 이르는 자전거도로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발병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지고 자동차 운행이 줄어든 후 보고타는 씨끌로비아 프로그램을 주중 내내로 확대했습니다. 이 도로는 현재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도시를 이동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기본적인 활동과 휴양공간의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들은 도시에서 지금의 전염병 시국을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되는 건강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공용공간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 도시 식량 안전
코로나 19 팬데믹은 도시의 식량 안전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소비자들의 사재기, 식량 이동의 어려움, 식량 산업의 노동자 부족으로 식량 생산이 줄고, 부족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이는 가장 먼저 도시에 영향을 미칩니다. 많은 나라와 도시들이 의존하고 있는 식량 수입 또한 늦춰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밀가루 수출국인 카자흐스탄은 일시적으로 수출이 금지되었으며, 세계 3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 또한 수출 유예 상태입니다. 그 결과 도시의 식량 압박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도 콜카타의 생선과 고기 가격이 10~20% 상승했으며, 인도 라자스탄은 고기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고기 가격이 kg당 3달러로 급등했는데, 1인당 수입이 월 140달러인 인도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도시의 회복 탄력성은 도시농업을 통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쿠바의 아바나와 독일의 베를린이 그 예입니다.
쿠바 아바나
쿠바의 도시농장은 소련이 무너진 1990년대 초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까지는 식량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가 지역 생산으로 노선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도시농장은 이러한 변화로 인해 생긴 긍정적인 결과 중 하나였습니다. 현재 쿠바 면적의 25%인 도시농장에서 전국 식량의 65% 이상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30만 개의 쿠바 도시농장에서 1 평방 미터 당 20kg의 과일, 채소, 3900만 kg의 고기, 2억1600만 개의 달걀 등 전국 농산물의 50%를 생산했습니다. 현재는 유엔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의 2번째 단계인 '기아 종식(Zero Hunger)'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아바나에서 농지는 도시 면적의 46%인 3만5,900헥타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FAO). 2012년 아바나의 식량 생산은 채소 6,300만 kg, 과일 2,000만 kg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식량 중 잉여분은 커뮤니티를 위해 사용됩니다. 지역 농산물의 10% 이상을 국가에서 매수하여 학교, 병원, 대학교 등에 제공합니다. 또한 각 가정은 8만9,000곳의 뒷마당과 800 평방 미터 미만의 5,100필지에서 과일과 채소를 길러 자급합니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옥상이나 발코니에서 재배하기도 합니다.
독일 베를린
독일은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2030년까지 농업의 20%를 유기농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중 베를린은 이러한 운동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360만 명의 주민들 중 다수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농산물을 먹고 싶어 합니다. 8만 가구 이상이 채소밭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공원과 빈 땅에 유기농 과일과 채소를 경작하고 있습니다.
각 가정의 이러한 행동들이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옛 템펠호프 공항 부지에 자리한 알멘데-콘토어(Allmende Kontor)입니다. 2011년 공동 도시농업 프로젝트로 개발되어 쉬고 있는 땅을 재사용하였고 현재는 5,000 평방 미터의 땅에 900개의 농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프린체스이넨가르텐 모리츠플라츠(Prinzessinnengärten Moritzplatz) 또한 비슷한 예입니다. 50년 이상 폐허로 있던 6,000 평방 미터의 부지가 지역 주민과 활동가들에 의해 유기농 농장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생물 다양성이 증가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열섬 현상이 줄어 해당 지역의 기후가 바뀌었으며 신선한 지역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커뮤니티를 더욱 활성화 시키기 위해 부지 내 카페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농산물들을 팔고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하여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도시농업은 식량 생산과 소비의 거리를 단축시키고 식량 공급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후 변화를 완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지속 가능 시스템 센터(Centre for Sustainable Systems)에 따르면 식량 이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5%에 이른다고 합니다.
3. 도심 속 삶의 질: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불평등
빠른 도시화는 도심 속 삶의 질을 변질시켰습니다. 유엔 해비타트(UN-Habitat)2는 전 세계 인구의 1/4이 임시거주지나 빈민가에 살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비율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남부 국가들에서는 훨씬 높게 나타납니다. 이곳 도시들은 인구의 70% 이상이 빈민가에 살고 있습니다. 임시거주지는 일반적으로 식수, 폐기물 처리, 하수, 배수, 대중교통 등 기본적인 서비스가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인도 델리 빈민가의 86%는 식수가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빈민가는 작은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고 근처에 공용공간도 없습니다. 국제성장센터(International Growth Centre)는 인도 가정의 1/3이 방 하나 또는 지붕이 없는 집에서 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도의 가장 큰 임시거주지로, 2 평방 킬로미터 당 70만 명이 살고 있는 다라비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10명이 한 방에 살고 80명의 사람이 하나의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며 식수를 공유하는 곳에서 어떻게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어떤 보건 시스템도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빈민가 거주자의 문제가 전체 도시, 그 이상의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그렇게 생각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어떻게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할까요? 도시 공학자 히만슈 파리크(Himanshu Parikh)가 설립한 슬럼 네트워킹(Slum Networking)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빈민촌을 자원과 배수가 부족한 골칫거리가 아닌 도시를 지속 가능하게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보았습니다.
슬럼 지역에 중력 기반의 하수와 빗물 배수 시스템, 정원 제작, 도로 개선 등 저비용의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45만 명이 살고 있던 인도 인도르의 빈민촌은 6년에 걸쳐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현재 인도르에는 90km의 새로운 하수 파이프가 설치되었습니다. 이 하수 처리망은 강둑을 따라 자리하고 있는데 빈민촌에서 필요한 용량보다 더 큰 파이프를 사용해 전체 도시의 하수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주요 하수도의 용량을 높였습니다. 또한 하수를 도시의 강과 호수로부터 우회 시켜 도시의 수질을 해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물길을 따라 자리한 인근의 전통 건물과 보행자도로의 가치가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빈민촌 거주자를 위한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자 결국 도시 전체에 그 혜택이 돌아갔습니다. 강기슭을 마주한 5km의 빈민촌이 꽃이 피고 나무 그늘이 있는 도시의 공용공간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빈민촌에 이르던 360km의 도로 중 약 80km가 도심과 연결되어 간선 도로의 교통체증이 줄어들었습니다. 빈민가의 인프라 개발 혜택은 결국 도시의 모든 거주자에게 돌아간 것입니다.
[1] 아시아 도시들이 고유의 장점을 토대로 지속 가능하고, 회복 탄력성 있으며 생기 넘치도록 돕기 위해 결성된 단체 http://www.uniciti.org (역자 주)
[2] 유엔인간정주계획: 주택과 관련 사회시설 분야에 대한 기술 원조 및 국제 협력을 위해 설립된 기구(역자 주, 두산백과 참조)
이 칼럼은 Resilience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