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시민들에게 뜨거운 소식 중 하나는 '9유로 티켓'이다. 독일 정부가 6월 1일부터 한 달에 9유로(약 1만2천원)만 내면 버스, 지하철, 열차 등 독일 내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요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9유로 티켓은 6월부터 석달 간 판매가 된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줄여 주고, 대중교통 이용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이 같은 정책을 도입했다.
사진출처=독일 국회(bundestag.de)
이를 위해 독일 정부는 25억 유로(약 3조 4천억원)를 투입했고, 이용권 도입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철도·운수업체 등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역에 따라서 대중교통 정기권의 가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베를린의 경우 가장 저렴한 전철의 월간 정액권 원래 가격이 63유로, 한화로 약 8만5천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월 정액권을 9유로에 살 수 있다는 소식은 일반 시민들에게는 '횡재' 같은 일이다.
특히 이 정책이 시행되는 6월 1일부터 8월 31일이 여름 휴가 기간과 겹쳐 있어서, 9유로 정액권으로 독일 내 기차 여행을 하겠다고 계획한 시민들도 많다. 이 티켓은 독일 내 초고속열차인 ICE나 장거리 열차 등을 제외하고, 지역 열차까지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SNS에 '9유로 티켓'으로 독일 일주를 하는 루트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독일 공영방송 중 하나인 알베베(rbb24)에서는 9유로 티켓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스위스 바젤까지 여행하는 팁을 소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서, 초고속열차로 독일 베를린에서 스위스 바젤까지 7시간이 걸리지만, 9유로 티켓으로 지역열차만을 이용해서 여행하면 15시간 17분이 걸리는데, 여름 휴가로 도전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예전에 우라나라의 완행열차 비둘기호가 평균시속 30Km로 부산에서 서울에 가는 느낌일 것이다. 같은 시간으로 시드니에서 댈러스까지 (13,801km, 15:35시간) 또는 두바이에서 오클랜드까지 (14,193km, 16:05시간) 비행기로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9유로 티켓만큼 친환경적인 여행을 없을 것이다.

사진=9유로 티켓으로 베를린에서 스위스의 바젤까지 가는 방법. 파란색이 지역열차를 이용해 가는 루트이다. (출처: rbb24.de)
9유로 티켓은 대중교통 수요를 늘릴 수 있을까.
9유로 티켓이 도입된 이유는 먼저 코로나, 전쟁 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에 가계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또 코로나로 인해 기존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까지 전염병 감염을 꺼려해 자가용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이들이 다시 대중교통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했다.
독일 연방통계청(Statistische Bundesamt)에 따르면 2020년에는 통근자의 68%가 자가용으로 출퇴근했다. 지하철, 버스 트램,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람은 14%, 자전거 10%, 도보 이동이 6%에 불과하다. 자가용 이용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9유로 티켓 도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면, 얼마나 많은 CO2가 절약될 수 있을까. 독일 정부의 이러한 의도가 잘 작동할 것인가. 이 정책이 자기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독일 연방환경청(Umweltbundesamt)에 따르면 기존 자가용 이용객이 대중교통으로 전환하게 되면, 2,13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로 장거리 여행은 전체 대중교통 수단의 57%를 차지하지만, 자동차를 통해서 배출되는 온실 가스는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자가용 이용을 줄이는 것이 지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9유로 티켓이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단순히 낙관론만을 펼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실제 평균적으로 통근자들이 이동하는 거리는 17Km이고, 독일의 대부분의 사람들(5,500만 명)은 대중교통이 좋지 않은 시골이나 도시 외곽에 산다. 따라서 가격이 싸졌다고 모두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라는 가정은 너무도 순진하다. 기본 대중교통 인프라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는 요원한 문제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미 철도, 버스 등의 이용객 수가 이미 수용 한계를 넘어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또 무제한 이용 기간이 끝나면 티켓 값이 기존 예상보다 더 치솟아 대중교통의 매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9유로 티켓'은 적어도 독일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 수 있게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독일 도시 연구소(Difu, Destschen Institutfür Urbanistik)의 위르겐 기스(Jürgen Gies) 박사는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을 위해 모빌리티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콜 버스(필요에 의해 주문하는 형태의 부서), 도시 내에서만이 아니라 외곽에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셰어링 등이 그 예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IESE연구소(Institut für Experimentelles Software Engineering, 실험 소프트웨어 공학 연구소)에서는 시골 지역에도 구현 가능한 전기 버스와 셔틀 버스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고정된 버스 노선이 아니라 수요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자동적으로 루트를 계산해서 유연하게 운해하는 외곽 지역을 위한 대중교통 수단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연구를 한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변화하려는 의지'라며, 국가 정책뿐만 아니라 지방 자치 단체, 운동 회사들의 협력이 이 구현을 위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독일의 환경단체인 도이체 움벨트힐페(Deutsche Umwelthilfe)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운동 부문의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며, 1년에 365유로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독일 기후 티켓(Klimaticket) 발행 운동을 펼치고 있다. 기존 정책에서 자동차를 구입하게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었다는 점을 비판한다. 기존 보조금에 투입되던 예산, 특히 디젤 연료에 제공되는 보조금 100억 유로, 사업자용 차량에 제공되는 혜택 50억 유로의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이 정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9유로 티켓은 3개월 간 단순히 반짝 인기를 위한 정책이 될까, 아니면 많은 독일 시민들에게 환경을 위한 교통 수단을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될까. 앞으로 독일 정부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얼마나 기민하게 움직일 것인가. 3개월 인기 정책의 결과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