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간 못했던 장거리 여행을 떠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기도 했고, 지난 2년 간의 경험상 '코로나가 조금 나아지는 여름에라도' 어딘가 멀리 떠나지 않으면 또 다가올 가을과 겨울에는 여행을 떠나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혹은 그동안 여행을 가지 못한 상황에 대한 '복수' 때문이라고들 표현한다.
독일은 한 달에 9유로만 내면 고속철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 열차와 지하철, 버스까지 이용할 수 있는 '9유로 티켓'으로 많은 사람들이 철도 여행을 하고 있다. 그러니 어떤 기차를 타더라도 어떤 역을 가더라도 인산인해이다. 기차 뿐만이 아니다. 공항도 마비상태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서 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동안 많은 항공사와 공항 운영자들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단축 근로 수당1)을 주지 않아, 직원들이 자진 사임하거나 이직을 한 결과이다. 매일 독일 공항의 직원 부족 문제로 항공편이 결항되고 공항 내 수속 · 수하물 처리 및 보안 검색대 마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9유로 티켓'은 8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벤트이다. 하지만, 9유로 티켓의 도입으로 대중교통 및 기차 이용 연간 정기권을 365유로(약 40만원)에 제공하자는 '365 티켓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일 무더위와 산불로 기후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요즘,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항공기나 자동차보다 훨씬 기후 친화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에서 제공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365 티켓이 도입되더라도 장거리 여행, 대륙 간 이동에 항공기 이용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항공기는 그 어떤 교통 운송 수단보다도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레타 툰베리의 영향으로 널리 알려진 스웨덴어 flygskam (flisht shame)으로 독일어에 Flugscham도 (비행수치심)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이다. 그만큼 독일 사람들도 항공기로 여행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 유럽 항공 안전청(EASA)에 따르면 항공기에서 배출되는 일반 Co2보다 약 2~4배까지 더 나쁜 영향을 초래한다. 왜냐하면 항공기 엔진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Co2 이외에도 NOx, SO2 and H2O 등 다른 기체를 방출하고, 이것이 높은 고도에서 방출되면 대기의 물리적 · 화학적 특성에 악영향을 미쳐 온실가스를 증가시키고 비정상적인 구름을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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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독일 정부가 항공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지속 가능한 항공'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독일의 항공 우주 산업
항공우주분야는 독일의 기술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 로봇 공학, 측정, 제어, 재료 및 규제 기술 등 모든 첨단 기술이 결합되어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송 분야 중 가장 먼저 지속가능성과 구체적인 기후 보호 목표를 정의한 분야이기도하다. 유럽 항공연구 혁신 자문위원회(ACARE) 2020년에 유럽의 항공기술 및 항공 수송비전을 수립하면서 항공 기술 분야의 사회적 요구를 달성하기 위한 아젠다를 수립하였다. 이를 통해 항공기술 및 항공수송에 대한 EU의 공동연구(EU의 연구 프레임워크 프로그램), 청정하늘 공동기술 이니셔티브 (Clean Sky Joint Technology Initiative), 유럽 항공수송관리 연구 프로그램(SESAR Joint Undertaking), 회원국별 프로그램, 연구기관, 민간기업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다.

아직 전체 산업에서 독일의 항공우주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항공우주산업은 총 매출의 평균 10%를 연구 개발 자금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 등 타 산업 부문 영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독일 항공우주 산업 전체는 2019년에 410억 유로의 총 매출을 달성하였다. 이 때 항공우주 약 114,000명으로 증가하여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항공사가 운항을 대폭 축소했다. 2020년 5월에는 약 29,000대의 항공기 중 16,500대가 영구적으로 운항을 멈췄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항공산업이 곧 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현 시기를 기후 위기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전환의 시기라고 생각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지원을 시작하였다.
독일정부의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항공 연구개발 프로젝트 지원 내용
독일 연방 경제기후보호부(BMWK)는 1995년부터 항공연구프로그램(Luftfahrtforschungsprogramms, 줄여서 LuFo라 한다.)을 통해 독일 항공산업을 지원해 왔다. 초기에는 대학 및 연구 기관의 연구 활동 중 대규모 시험시설과 시험 항공기가 필요한 산업을 지원해왔지만,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항공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집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지원은 ▲독일의 가치창출 확보 및 확대를 위한 항공산업 전반의 산업기반 확대를 위한 사업 ▲가장 낮은 생태 발자국을 위한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시스템 개발 사업 ▲인더스트리 4.0/ AI / 빅데이터의 선도 시장으로서 항공 산업을 구축하는 사업 ▲ 유럽 및 국제 파트너(국제화)와의 연구 및 기술 제휴에서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항공 산업의 글로벌 성장 잠재력 개발을 증가할 수 있는 사업 ▲항공기를 위한 혁신적인 시뮬레이션 및 설계 방법의 추가 개발 및 검증에 관한 사업 ▲기초 연구에서 산업, 응용 중심 연구, 실증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전체 혁신 사슬을 다루는 사업 ▲항공 산업 전체의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MINT 분야(수학, 컴퓨터, 과학, 자연 과학 및 기술)의 자격을 갖춘 젊은 전문가 양성 관련 사업 ▲환경 친화적, 소음 감소,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항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관련한 사업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이 중에서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시스템 개발과 환경 친화적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사업이 지속 가능성과 직접 연관이 있는 부문이다.
2019년에는 6차 항공연구프로그램(LuFo VI)이 시작되었고, 6차 LuFo의 1차 사업(LuFo V1-1,2020~2021)에서 약 4억 유로를 지원하였다.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플라잉(Hybrid Electric Flying)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단거리 이동 항공기를 전기 항공기로 만드는 기술 프로젝트를 지원하였다.
올 3월에 독일 연방 경제기후보호부는 6차 항공연구프로그램 3차 사업인 LuFo VI-3의 개요 발표를 통해 항공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각종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프로젝트 지원을 공개하면서, 지속 가능성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이다. 바로 '항공으로 인한 기후 영향의 획기적 감소'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LuFo VI-3은 파리 기후 협정 및 EU 그린딜에서 제시한 요구사항 충족을 위해 무배출 및 기후 중립형 항공 기술을 보급하고 원자재와 소재 소비를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둔다. 미래 항공 운송량 증가를 고려해, 무인기를 도입하고 유인기와의 통합시스템을 통해 고효율 무배출 운송 · 생산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지원할 계획이다.
LuFo VI-3 사업은 ▲대안형 · 기후 중립형 비행체 추진 시스템 ▲경량화, 고효율 유체역학 구현을 통한 효율성 향상으로 1차 에너지 요구량 및 자원 소모 감소 ▲원자재 순환성 강화를 통한 항공기 생산 소요 시간 및 비용 절감 등 크게 3가지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35년까지의 중기 목표로 항공기 중량 40%, 에너지 소비량 50%, 제조 비용 및 시간 50%, 소음 50% 감소와 같은 정량 지표를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항공기용 배터리, 하이브리드 · 전기 항공기, 수소 및 연료전지 기반 항공기 개발 및 시연에 초점을 맞춘 기후 중립형 항공기, 인더스트리 4.0, AI를 구현한 디지털화, 전동형 수직 이착륙기, 도심형 항공기(UAM), 무인 항공기 UAV, UAS 등의 혁신 기술 도입 및 실증을 통한 미래 모빌리티 분야, 경쟁력 있는 항공 분야 중소기업 육성 및 공급망 다각화를 핵심적으로 지원한다.
독일 정부가 지속 가능한 항공을 위해 고민한 정책에 대해 민간의 환경 운동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다음 호에서는 또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하는 '지속 가능한 항공'에 대한 목소리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단축근로수당 : 코로나 사태로 기업이 직원의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경우, 국가에서 기업을 지원해 직원은 단축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다. 단축근무수당은 고용주가 신청해야하며 수당은 일반적으로 누락된 순 급여의 60%(자녀가 있는 경우 67%) 가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