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독일 정부의 ‘지속 가능한 항공’ 을 위한 지원 정책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민간 단체에서 펼치는 항공 관련 움직임은 사뭇 다르다. 이번 호에서는 또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하는 ‘지속 가능한 항공’ 에 대한 목소리를 살펴보도록 한다.
# 스테이 그라운디드 (Stay Grounded) 소개
스테이 그라운디드(STAY GROUNDED)는 2016년에 설립된 170개 이상의 회원 조직으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이다. 여기에는 지역 공항 반대 단체 및 기후 관련 단체, NGO, 노동 조합, 야간 열차 등 항공 수단의 대안을 고민하는 이니셔티브, 오프셋 프로젝트1 또는 바이오 연료 농장에 반대2하는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활동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개인 활동가, 학자, 노동 조합원 및 관심 있는 개인들도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다.
2016년에 비엔나(오스트리아), 런던(영국), 멕시코시티(멕시코), 이스탄불(터키), 시드니(호주), 라 자드(프랑스)공항에서 동시 액션 프로젝트를 조직하면서 시작 되었고, 2018년에 정식으로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스테이 그라운디드는 주로 각국에서의 경험을 교환하고, 지원하며, 항공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테이 그라운디드를 를 네트워크로 발전 시킨 두 설립자는 오스트리아에서 살고 있다. 두 설립자는 비엔나에서 공항이 새로운 세 번째 활주로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농경지가 훼손되고, 사람들이 소음과 건강 문제에 시달리자 이를 행동으로 조직하였다.
특히 지역 공항의 문제가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 항공 산업의 성장과 그 업계에서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터무니 없이 많은 보조금, 그리고 기득권의 이해관계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국제 네트워크로 성장시킬 계획을 가졌다. 특히 저가 항공, 탄소 상쇄 정책, 바이오 연료 등 항공 관련 잘못된 해결책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스테이 그라운디드는 2018년에 필리핀, 멕시코,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벨기에,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스위스에서 27개의 활동가 네트워크로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독일에서는 독일 자연 보호협회(DNR, Deutsche Naturschutzring), 환경단체 분트(BUND)가 주도하여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으며, 스테이 그라운디드의 독일어식 표현인 ‘암 보덴 블라이벤(Am Boden Bleiben)’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환경운동연합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스테이 그라운디드의 주장(1) :항공은 가장 기후에 피해를 많이 주는 운송수단이다.
기후에 피해를 가장 많이 주는 항공 운송 수단이 어떻게 폭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항공은 가장 기후에 피해를 많이 주는 운송 수단이지만, 항공 여행은 다른 어떤 부문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전 세계 CO 2 배출량이 약 25% 증가했는데, 국제 항공의 CO 2 배출량은 같은 기간에 70% 이상 증가했다. EU 내에서 항공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다른 부문의 경제영역 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동안 항공기 수와 승객이 항공으로 여행한 거리(킬로미터)가 향후 20년 동안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1,000개 이상의 인프라 프로젝트와 많은 관련한 갈등이 얽혀 있다. 국제 항공 산업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연간 4.3%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50년까지 항공으로 인한 온실 가스 배출량을 4배에서 8배까지 증가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이런 엄청난 성장이 가능했을까? 먼저, 항공 여행 비용이 1970년보다 현재 60%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저가 항공사, 임금 덤핑, 규제 완화를 통해 비용이 절감되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항공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항공 등유에는 세금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 그리고 많은 정부에서 공항에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유럽 연합에서만 항공 부문에 대한 보조금으로 인한 국가 수입의 손실은 연간 300억에서 400억 유로에 이른다. 또한 항공기 제조업체와 항공사는 주요 보조금의 혜택을 받는다. 결국 비행기를 타지 않는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세금으로 이러한 보조금을 지불하여, 항공이 저렴하게 유지 되는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10% 미만만이 비행기를 타 본 경험이 있다. 비행은 '제국주의' 의 핵심이다. 결국 북반구에 사는 사람의 비행을 위해 남반구에 사는 사람들은 비행기 소음과 미세먼지에 노출되고 희생시켜야만 가능한 소비 형태이다.
따라서 ‘기후 정의’란 북반구를 비롯한 전 세계의 부유한 사람들이 기후 위기를 퇴치하고 그 결과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하고, 더 책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책임 및 보상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포함된다. 그러나 기후 정의는 금전적 또는 법적 절차 이상의 의미가 있다. 즉, 기후 정의를 달성하려면 사회가 '소수의 더 나은 삶'보다 '모두를 위한 좋은 삶'을 우선시해야 한다. 여기에는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모든 사람의 정의가 포함된다. 그것은 또한 성별, 출신, '인종', 계급, 종교 또는 성적 취향에 근거한 모든 형태의 차별에 대한 투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친환경 비행은 환상에 불과하다.
항공업계는 이러한 비판에 항공을 친환경적으로 만들면 된다고 주장한다. 즉 탄소 중립 성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 효율성을 개선하고 녹색 연료와 같은 신기술을 도입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녹색 연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팜유 등으로 만든 바이오 연료는 큰 문제가 있다. 삼림 벌채와 이탄 지대 배수를 크게 증가시켜 막대한 탄소 배출을 유발할 수 있다.3 따라서 바이오 연료 생산으로 인한 토지 약탈, 인권침해, 식량 주권 상실은 큰 문제이다. 또한 이와 관련된 토지 약탈, 인권 침해 및 식량 주권 상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연료에 대한 저항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전기기반연료4로 만든 합성 연료는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지만, 잉여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여 생산해야 하며 지상 운송, 농업 생산 및 난방만 고려하더라도 이미 생산량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서 재생에너지의 무제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은 생물다양성 손실을 야기하는 대규모 수력발전 댐이나 남반구의 토착 영토에 있는 신식민지 초대형 태양열 공원이나 풍력 발전 단지와 같은 엄청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항공 업계에서 내놓은 대안은 탄소 상쇄 정책이다. 기술적인 해결책은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항공사는 탄소 상쇄 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예를 들어, 항공사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대신 다른 회사로부터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여 탄소 배출권을 상쇄한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그린 워싱이다. 즉, 적은 비용으로 환경오염을 계속 일으킬 수 있는 값싼 라이센스를 사는 것과 같다. 그것에 대한 결과는 결국 돈이 많은 국가에게는 계속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적은 국가가 환경 오염의 결과를 떠안게 되는 불평등한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탈성장이다.
항공이 진정한 탄소 중립을 이루기는 어렵다. 따라서, 탈성장이야 말로 사회와 경제의 필요한 사회-생태학적 변화에 필요한 유일한 선택이다. '탈성장'( décroissance )의개념은 1970년대 프랑스 기술 관료주의적 성장의 한계에 대한 문화적 비판에서 나타났다. 국제개발원조가 본격화되고 서구적, 개인주의적, 소비주의적 생활양식이 개발도상국으로 확산 되던 시기에 생겨난 담론으로 오늘날에는 근본적인 사회-생태학적 변화를 위한 프로젝트로 이해되고 있다.
항공부문에서의 탈성장 담론에서는 두 가지가 핵심이다. 하나는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비행을 줄여야 한다는 간단하고 기본적인 내용이다. 또 하나는 비행과 초고속 이동(hyper-mobile)을 포함한 현대 경제 모델을 기반으로 한 바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질문이다. 따라서 항공의 탈성장에 대한 논의에는 항공에서 발생하는 즉각적인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단순한 조치 이상을 포함해야 한다. 즉, 큰 맥락에서 개발 및 경제 모델에 관한 도전이 필요하다.
항공 분야의 성장은 관광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18년 기준 국제 비행의 50%이상이 관광을 목적으로 하였다. 관광은 연간 3-5%의 속도로 성장하는 1조 달러 규모의 산업이다. 따라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이미 이 부문의 탄소 발자국은 2009~2013년 사이에 3.9Gt CO2에서 4.5Gt CO2로 증가했고, 이는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관광 중에서도 교통 분야갸 탄소 발자국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 밖에도 관광업은 생물다양성, 토양 건강, 수질, 소음 측면에서 지역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개발'이라는 개념을 넘어 ‘지속 가능한 개발 형태로서의 관광’ 이라는 환상에 우리는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즉, 관광을 통해 지역 사회가 어떻게 ‘생활’ 할 수 있게 하는가의 문제에 달려 있다.
[각주]
1. 오프셋 프로젝트 (offset project) 또는 탄소 상쇄 (carbon offset)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는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하거나 환경 기금에 투자하는 활동을 말한다. 가능한 탄소를 내뿜지 않는 활동을 하되,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탄소에 대해서는 배출량에 상응하는 감축 활동에 투자하거나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구매하고, 나무를 심는 등의 행위로 탄소를 상쇄시키는 것이다.
2. 바이오연료는 주로 팜오일, 사탕수수, 옥수수 등의 곡물을 원료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곡물 경작을 통해 사람이 인위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논란이 계속 있어 왔다. 즉,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서 일부러 곡물을 재배하고, 이는 토지이용에 직·간접적인 변화의 원인이 된다. 주로 경작지 확대로 인한 삼림훼손,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3. 이탄(peatland) 지대란 이탄이 퇴적된 장소를 말한다. 이탄 지대의 물이 배수되면 대기 중 탄소가 현저하게 증가해 기후 변화가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 따르면, 이탄은 유기물로 구성되어 있어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계 중 일부다. 이탄 지대에서 유기물의 분해보다 생산이 더 많아질 경우 이탄이 축적돼 물의 흐름이 느려지고, 결국 홍수가 발생한다. 적절한 양의 이탄이 포함된 이탄 지대는 홍수를 막고 주변 지역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 지역에서 배수가 발생하면 이탄 분해 및 생산의 균형이 뒤틀릴 수 있다.
4. 전기 기반 연료는 Power to Gas/Liquids(P2G, P2L)를 의미하며, 전기를 수전해해서 생산된 수소 및 메탄과 같은 가스・액화연료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