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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고요?] 윤석열 정부 ‘기후클럽’ 왜 가입했나?

* 이 글은 민중의소리에 23년 5월 31일에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후클럽’에 가입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G7 수준의 기후 대응에 동참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탈탄소 국제규범을 만드는데, 능동적으로 기여한다”는 의지로, “기존의 2050 넷제로 보다 더 야심 찬 목표와 이행 계획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감축 수단을 대거 CCUS와 국제감축으로 전환하고, 산업부문 감축률을 낮추고, 감축량의 상당량을 다음 정부로 넘긴 정부의 발표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기후클럽이 기후 행동 촉진, 청정경제 활성화, 국제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전했다. 최 수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제2부문인 청정경제 활성화가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저탄소 신산업 육성, 친환경 제품의 시장 형성과 국제 표준 마련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밝혔다. 이에 정부가 기후클럽 참여를 계기로 산업계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기후클럽 가입은 G7이 G8, G10으로 확대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한국의 기후클럽 가입은 어떤 의미일까?
기후클럽의 핵심은 국제적인 ‘탄소 가격’ 설정

기후클럽은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노드하우스에 의해 제안된 개념이다. 핵심은 국제기후정책에서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것이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그간 국제 기후협약이 실패한 것은 감축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국제 무역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클럽에 가입한 국가는 보편적인 탄소 가격을 설정하고, 클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국제 탄소 가격은 각 국가가 탄소세, 탄소배출권거래제 또는 정책조합 등을 통해 국제 목표가격에 맞추는 것이다. 또 기후클럽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에 균일비율 관세를 부과해 불이익을 준다.

 

패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기후클럽의 징벌적 관세가 비회원국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고, 그만큼 비회원국이 기후클럽에 가입할 동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모든 클럽 회원국이 톤당 75달러의 탄소세를 채택하고, 클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의 모든 수입품에 징벌적 관세 30%를 부과할 때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얼마나 줄어들게 될까? PIIE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모든 국가가 동참하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4.8%가 줄어든다. 미국이 클럽에서 빠지면 이산화탄소는 20%가, 중국이 기후클럽에 빠지면 이산화탄소는 12.9%가 줄어든다. 중국의 가입 여부가 미국보다 훨씬 중요하다. 징벌적 관세가 적용되면 중국, 미국 양국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탄소국경세만 작동하면 국경세를 부과하지 않는 곳으로 수출을 다변화하기 때문에 세계 배출총량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기후클럽의 징벌적 관세는 총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 프랑스가 한국이 기후클럽에 가입하면 탄소국경세(CBAM) 면제해준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는데, 이것은 국제 탄소 가격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독일이 왜 기후클럽을 주도하나!

기후클럽을 주도하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한국 방문 이후 ‘기후클럽’ 가입을 환영한다는 트윗을 날렸다. 독일이 기후클럽을 주도하는 이유는 ‘무임승차’를 없애는 것이 독일 산업의 경쟁력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현재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46%에 달하고 2030년 8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연도는 2045년이다. 독일만 온실가스 감축에 속도를 내면 산업부문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발 앞선 기후정책으로 인해 독일 산업계가 더 많은 부담을 한다거나 가격경쟁력에서 뒤쳐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국제사회 공동의 규칙이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독일은 그린 수소 비중을 높일 계획을 수립하고, 그린 수소 확보 수단으로 기후클럽 설립을 통한 다국가 간 협력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녹색수소를 수입하여 사용할 계획으로 아프리카 국가들과 기후클럽 가입 논의도 진척시키고 있다. 독일의 녹색수소 확보 전략은 선진국의 이익을 위해 개도국의 자원을 추출해간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부가 기후클럽의 핵심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기후클럽에 가입한 것은 국제사회가 단일 탄소 가격에 합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거나 논의가 지난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G7 국가들이 통일된 글로벌 탄소 가격에 합의하는 것 자체가 험난하다. EU나 영국은 자체 탄소가격이 있으나, 캐나다와 미국은 부분적, 일본 또한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등 국가별로 진행 정도와 단계가 상이하다. 그리고 글로벌 탄소가격이 유럽연합의 배출권거래제 수준으로 설정될지도 미지수이다. 그러다 보니 노드하우스 교수가 제시한 기후클럽의 핵심 메커니즘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독일이 지난해부터 기후클럽을 본격 추진했지만, 이번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도 기후클럽 가입 요건과 역할,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 그래서 최상묵 경제수석이 ‘청정경제 활성화’가 우선 의제라는 전망도 현실적인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내 기후 에너지 이슈 폭발 직전

문제는 ‘기후클럽’ 참여 여부와 별도로 현 정부의 기후 에너지 정책이 너무나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원전 작심 발언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제지는 신규 원전 확대를 위한 여론조성에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다. 연일 탈원전 비용과 CF100(Carbon Free 100%)이 신문 지면을 장악하는 이유다. 기업이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RE100이 아니라 청정에너지로 24시간 사용한다는 CF100은 원전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전 세계 공급망 단위에서 탄소 감축이 중요해지면서 기업은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보가 한시가 급한데, 원전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정부가 CF100을 강매하는 분위기다.

2030년 감축 목표에서 전환 분야가 줄여야 할 양은 1억 4,590만 톤이다. 2018년도 대비 46%,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 20기, 2036년까지 28기를 폐쇄하고 LNG로 전환할 계획이다. 경상남도에서는 삼천포 화력, 하동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는다. 현재 삼천포와 하동 석탄발전소에 일하는 노동자는 모두 1,472명인데, 2026년에 폐쇄되는 삼천포 3, 4호기에 대한 노동자 일자리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역 대책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A는 모든 화력발전소를 멈추게 되어 있어 LNG 발전도 좌초 인프라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분야의 탈탄소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탈석탄에 따른 전환대책은 부실하고, 해상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는 목표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전력망 문제는 난망하다. 연료비 상승분을 제대 반영하지 못해 한국전력의 누적적자는 45조에 달하고 있다. 한전의 부채가 누적되고 경영상태가 악화할수록 전력망을 포함한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전환 인프라 구축이 어려워진다. 무디스는 지난 25일 한국전력공사의 독자신용등급을 ‘Baa2’에서 투자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단계인 ‘Baa3’로 강등했다.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 없이 한전 부채가 더 늘어나면, 윤석열 정부는 전기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않았다고 전임 정권을 비판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국 전기요금 인상과 재생에너지 심폐소생 시급

정부는 기후클럽 가입으로 청정산업 활성화를 추진한다지만, 실제 탄소중립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EU의 그린 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소법과 같은 정부 주도의 녹색산업 정책을 규모 있게 실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한 지금처럼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을 지속한다면, 온실가스 감축도 청정산업 활성화도 불가능해진다. 국제적으로 산업부문의 공급망 탈탄소화 정책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RE100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 국내 자동차 부품공급 업체가 BMW로부터 2~3년 내 양산 제품에 대해 RE100 요청을 받았는 이를 충족하지 못하자 계약이 취소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액이 사상 처음으로 석유 생산을 위한 투자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태양광 발전 예상 투자 규모는 3,800억 달러(503조 원)로, 사상 처음으로 석유 생산 투자비 3,700억 달러(490조 원)를 추월할 전망이다. 세계는 거스를 수 없는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에 접어든 것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인류의 기후 대응은 느리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강도가 커질수록 국제적인 강제 규정을 담은 기후 대응의 필요성은 높아진다. G7 내에서도 탄소 가격제와 관세부과가 급물살을 타고 진전된 가능성도 있다. 2019년에 EU가 탄소국경세를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실행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올해 4월 유럽의회가 법을 통과시켰다. 기후클럽을 통한 단일 탄소 가격제도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합의에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는가이고, 우리가 기후클럽 논의에 참여하면서 어떻게 준비하는가이다.

한국이 G8이나 G10 진입을 염두에 두고 기후클럽에 참가를 결정했다 하더라도, 기후클럽 참여가 기후위기 대응을 견인하는데 역할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한편으로 정부가 스스로 호기롭게 ‘기후클럽’에 가입한 만큼, 준비를 안 해 절절매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G7 수준의 기후 대응에 나서야 한다. 당장 올해부터 국내 이행평가 보고서를 발간해야 하고, 2024년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격년 투명성 보고서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공언했듯이, 이제 기후위기 대응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