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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고요?] 여행자 관점에서 본 독일의 49유로 티켓 사용기

* 이 글은 민중의소리에 23년 7월 31일에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지난 7월 5일부터 약 2주간 독일을 방문했다. 생명평화기행 이라는 이름으로 베를린, 뮌헨, 슈투트가르트, 그리고 프라이부르크 등에 머무르며 독일의 정치재단인 하인리히 뵐,에버트 재단 방문을 비롯하여 녹색당 중앙당, 분트(BUND) 등과 교류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한국에서 관심이 많은 독일의 ‘49유로 티켓’ 사용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구독을 한다구요?

매우 특이하게 49유로 티켓은 종이 정기권이나 카드가 아닌 휴대전화 앱을 활용한 ‘구독’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국가의 여행자들 역시 한국 계좌로 연결하여 구독이 가능하다. 우리 기행팀역시 사전에 RMV 사이트(https://www.rmv.de/c/en/homepage)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결제방식을 등록한 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2주간 사용했다. 단 월별 결제로만 가입 가능하고, 이후 자동 구독 연장이 되는 방식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 하나 이용팁을 소개하자면, 아직 시스템 상의 오류인지 어떤 원인인지는 불명확하지만 한국은 은행사에 따라서 결제에 실패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므로 독일에서 49유로 티켓을 사용할 일이 있다면 꼭 여행 전에 회원가입과 등록을 마치고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7월 말에도 8월 티켓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금은 없다. 단, 중간에 구독 취소를 한다고 해서 환불을 받을 수 없고, 자동연장을 피하기 위해서는 10일쯤 미리 구독을 취소해두는 것이 좋다.

 

개표구(Gate)가 없다니

티켓 구독에 성공했다면 이제 직접 이용하는 일이 남았다. 독일 지하철 역사나 버스, 트램을 타보면 아주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개표구와 버스카드나 요금을 지불하는 승하차 단말기가 없다. 특별히 운전기사가 검표를 하지도 않는다. 짐이 많았던 나에게는 매우 편리한 시스템이었다. 물론 무임승차가 적발되면 승차 요금의 20배에 해당하는 큰 벌금을 물거나 1년 이하의 징역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다만 이런 승차방식으로 인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도 2016년 기준 4700억 규모로 적지 않았지만, 독일은 계속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런 현상으로 인해 독일은 오히려 더 저렴한 방법으로 공공교통을 이용하게끔 교통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처럼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공공교통 요금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기후위기 시대에서 공공교통 활성화 정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을 독일은 선택했다고 보였다.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떤 힘을 가진 곳일지 더욱 궁금해졌다.

49유로 티켓은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을까?

게다가 실제로 공공교통을 활성화하는 정책은 기후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독일에서 발행되고 있는 자료를 보아도 그렇다. 독일운송산업협회(VDV, Die Verkehrs-unermehmen)는 공공교통 정책 관련한 성과와 결과 분석자료를 꾸준히 발행하며 최근 49유로 티켓 이용자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티켓을 구매한 사유로 전국적 유효성(41%), 저렴한 가격(36%)을 꼽았으며, 18%가 자동차 사용을 하지 않기 위해 티켓을 구입했다고 답했다.

 

또한 RAILTECH에 의하면 49유로 티켓 도입 이후 평일에 기차로 장거리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통근 횟수는 27.5% 증가했다고 알려졌다. 2019년 6월과 비교했을 때, 2023년 자동차 통행량이 전년 대비 전반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이용한 장거리 통근 건수는 11.8% 감소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RAILTECH는 독일에서 시행한 ‘새로운 티켓이 실제로 독일 통근자들이 자동차를 집에 두고 출퇴근하도록 장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VDV는 49유로 티켓 도입 전 시행했던 ‘9유로 티켓’ 관련 성과 평가보고서도 공개했는데, 3개월간 78,000명을 조사했다. 가장 큰 성과로 자동차 여행의 10%를 대체했고 대중교통 이용이 25% 증가하면서 온실가스가 180만 톤이 줄었다는 결과역시 함께 발표하고 있다. 이는 아우토반에 속도제한을 두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부연하고 있다. 1km를 이동할 때 탄소배출량이 버스는 27g, 지하철은 1.5g인데 비해 승용차는 210g 이라는 차이가 있다. 즉 49유로 티켓을 시행한다는 것의 의미는 공공교통의 적자를 감축하면서도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며, 기후문제까지 해결하는 독일의 교통정책이라는 것이다. 독일을 잠시 다녀가는 여행객들에게도 이 정책의 특혜를 누리게 하면서까지 말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퇴출과 공공교통 정책

한국이 서울을 시작으로 지하철과 버스요금 인상을 시행할 계획을 가진 것과 매우 상반된다. 서울시는 8월부터 버스요금 300원 인상, 10월부터 지하철 요금 150원 인상을 진행한다. 2020년 룩셈부르크는 아예 무상교통을 시작했고, 오스트리아는 대중교통 이용권을 ‘기후티켓’이라는 이름으로 무제한 이용권(하루 3유로) 정책을 진행중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이미 운송과 이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요금을 지원하거나 최대 무상으로 운영하면서 동시에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공공교통을 더욱 자주 이용하고, 선택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내연기관 차량이 퇴출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룩셈부르크가 특히 그러하다. 2020년 기준으로 인구 1천명당 696대의 차를 소유하고 있는 나라에서 자가용 사용을 감축시킬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부산시에서는 내일(8월 1일)부터 ‘동백패스’를 시행한다고 한다. 부산시에 등록된 시내버스, 마을버스를 비롯해 동해선 도시철도, 경전철, 철도를 월 4만 5000원 이상 이용하면 최대 9만원까지 지역화폐인 ‘동백전’으로 환급한다는 제도다. 다만 독일처럼 교통 요금 티켓 가격 자체를 저렴하게 만들고 이용횟수에 제한이 없는 방식이 아니라 환급제도에다가, 결제가 가능한 은행도 제한이 있다는 점이 큰 차이다. 부디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한순간의 유행에 그치는 교통정책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부산의 실험으로 자리잡기를 간절히 바란다.

공공교통 정책을 강화한 국가들의 온실가스 감축률이나 자가용 이용 절감에 대해선 아직 더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으나, 이제 더이상 시민들 개인에게 절약을 요청하는 방식의 캠페인만으론 끓어가는 지구를 식힐 수 없다. 더 분명하고 확실하게 선택하고 변화할 수 있는 방식을 정치는 제안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주차장이 아닌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사회, 경적소리가 아니라 철길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는 사회를 위해 한국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은 공공성에 기반하여 다시 그려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