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탄소 줄이고 삶의 질 올리는 기후도시란? 7문7답 총정리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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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점점 더 덥고, 장마는 점점 사나워집니다. 그런데 정작 이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목표도 있고, 법도 있고, 계획도 있는데, 왜 체감되는 변화는 이렇게 더딜까요?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는 그 원인을 우리의 도시가 문제를 쪼개어 접근한다는 데서 찾았습니다. 에너지, 교통, 건물, 재난 대응 등 각각 다른 부서가 따로 관리하지만, 시민의 삶은 이렇게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흩어진 정책을 다시 잇고, 기후대응과 시민의 삶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 연구소가 기후도시를 제안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기후도시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2026년 7월 발간한 보고서 '2030년 기후도시를 향한 도전'을 바탕으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 7가지에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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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도시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핵심 전환 영역. 재생에너지, 주거, 이동, 재난안전, 지역경제 각각에서 '탄소감축 목표치를 채웠는가'를 넘어 '삶이 실제로 나아졌는가'를 묻는다. ⓒ녹색전환연구소

1️⃣ 기후도시란 무엇인가요?

연구소는 기후도시를 '온실가스와 기후위험을 줄이는 일을,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일과 하나로 묶어 추진하는 도시'라고 설명합니다. 기후대응이 곧 에너지·주거·이동·안전·일자리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정책 역시 연결 속에서 설계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냉방비가 무서워서 에어컨을 못 켠다면, 이건 에너지 문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집이 애초에 단열이 안 되는 낡은 집이라면 주거 문제이기도 합니다. 버스가 잘 안 다녀서 폭염 속에 오래 걸어야 한다면, 이건 교통 문제이면서 건강 문제입니다. 한 사람이 겪는 어려움 하나에도 사실 여러 부서의 문제가 겹쳐 있는 셈입니다.

현재 도시들은 이 문제들을 각자 따로 풉니다. 에너지 부서는 태양광 발전소 개수만 늘리고, 교통 부서는 전기버스 대수만 늘립니다. 정작 그 정책들이 한 사람의 삶을 실제로 편하게 만들었는지는 지표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기후도시는 이렇게 흩어진 정책을 다시 하나로 묶자는 제안입니다.

2️⃣ 기후위기와 도시, 어떤 관련이 있나요?

지난 20년 동안 국제사회의 기후대응 논의에서 도시의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도시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된 공간이면서,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 관련 탄소배출량의 70%가 도시에서 나옵니다. 여기서 건설과 교통 분야 탄소배출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밀집된 주거와 교통 역시 열섬현상을 키워 폭염 피해를 강화하고, 강과 해안에 자리한 도시가 많다는 점에서 홍수나 해수면 상승에도 취약한 편입니다.

동시에 사람과 기능이 모여 있다는 도시의 특성 자체는 강점도 됩니다. 대중교통 노선 하나, 지역냉난방 체계 하나만 바꿔도 수만 명이 혜택을 봅니다. 결정도 빠릅니다. 국가 단위 협상은 더디지만, 도시는 단체장과 지역의원의 의지와 조례만으로도 실험하고 바꿀 수 있습니다. 도시를 기후대응의 중심에 놓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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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26개 기초지자체의 탄소중립기본계획을 감축목표와 감축수단 두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우수 등급(A)은 손에 꼽히고 대부분 지역이 C·D등급에 머물렀다. ⓒ녹색전환연구소

3️⃣ 이미 탄소중립 정책을 하고 있는데, 왜 새삼 기후도시가 필요한가요?

한국은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부터 광역·기초지자체까지 촘촘하게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세웠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이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를 정한 원칙이라면, 탄소중립기본계획은 '그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구체화한 이행 설계도입니다. 법은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40% 감축이라는 방향만 제시할 뿐, 실제로 어느 부문에서 얼마나 줄일지는 국가·광역·기초 각 단위가 계획을 통해 스스로 채워 넣어야 합니다.

문제는 제도는 갖췄지만, 그 계획이 시민의 일상과 잘 만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2월 녹색전환연구소가 226개 기초지자체의 계획을 전수 분석한 결과, 우수 등급인 A등급은 약 5%, 낙제점인 D등급은 거의 40%에 달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나 전기자동차 보급 대수처럼 숫자 목표는 있지만, 그 정책이 실제로 냉난방비를 낮췄는지, 출퇴근을 편하게 만들었는지는 계획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목표는 달성해도 시민은 달라진 걸 느끼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기후도시는 이 계획들을 없애고 새로 시작하자는 게 아닙니다. 따로 세우고 따로 평가하던 방식에 '시민의 삶을 실제로 나아지게 했는가'라는 관점을 더하자는 제안입니다.

4️⃣ 하필 '지금' 기후도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2026년 7월 임기를 시작한 민선 9기 지방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이 임기 안에 책임져야 합니다. 게다가 임기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기후 마지노선인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보고서에서 1.5℃ 초과 가능성을 최초로 공식 인정한 상황입니다. 4년 뒤인 2030년까지, 어떤 도시 정책을 펴느냐가 남은 시간의 성패를 가르는 셈입니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도시로 향하고 있습니다. IPCC는 도시를 단독 주제로 다루는 첫 특별보고서 '기후변화와 도시'를 2027년 3월 발간할 예정입니다. 7차 평가주기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나오는 특별보고서입니다.

주요 탄소배출원이자 기후위기에 더 취약한 공간, 그러면서도 가장 빠르게 해법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도시에 국제사회 역시 주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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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도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원칙. 목표부터 민주주의까지, 도시가 방향을 잃지 않게 잡아주는 기준이다. ⓒ녹색전환연구소

5️⃣ 기후도시로 바뀌면 어떻게 달라지나요?

한마디로, 정책을 세우고 평가하는 질문이 바뀝니다. 지금까지는 "목표치를 채웠는가"만 확인했다면, 기후도시에서는 "이 정책이 누구의 삶을 실제로 어떻게 바꿨는가"까지 함께 확인합니다.

예컨대 동네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운다고 해봅시다. 지금까지는 주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목표'가 계획의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기후도시의 질문은 숫자 너머까지 봅니다. 그 발전소가 낸 수익은 어디로 갔는가. 사업자의 몫으로만 갔는가, 아니면 주민에게도 돌아갔는가. 그 혜택은 마을 전체에 고르게 가는가, 아니면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더 많이 가는가. 태양광 하나를 두고도 이렇게 몇 겹을 더 들여다보는 것, 그게 기후도시의 렌즈입니다.

이 렌즈는 5가지 원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①과학적으로 확인된 목표를 세울 것 ②부담과 혜택을 공평하게 나눌 것(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③꼭 필요한 만큼만 쓸 것(충분성) ④일부만 손보지 않고 구조 전체를 바꿀 것(시스템 전환), ⑤시민이 직접 참여해 결정할 것(녹색 민주주의) 등입니다.

6️⃣ 기후도시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좋은 목표와 관점만 있다고 도시가 저절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전환이 얼마나 빠르게, 어떤 순서로 이루어질지,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담과 혜택을 누가 나눠 가질지를 시민이 함께 정하고 운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행에는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①판단은 시민이 직접 합니다. 정책의 부담과 혜택을 누구에게 얼마씩 나눌지를 공무원이나 전문가끼리 정하지 않고, 그 지역 주민이 모여 논의합니다. ②그 판단은 제도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에너지·교통 담당자가 각자 목표만 채우지 않고, 한자리에 모여 정보를 나누고 계획을 짜야 합니다. ③마지막으로 판단은 예산으로 실행됩니다. 계획을 세울 때부터 쓸 돈을 함께 마련하고, 그 돈이 실제로 삶을 바꿨는지 확인합니다.

7️⃣ 기후도시, 너무 먼 이야기 아닌가요? 실제 사례가 있나요?

해외에서는 이미 C40(도시기후리더십그룹)이라는 국제 협의체를 통해 주요 도시들이 자발적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서울시가 2006년 가입해 활동 중입니다. 그중에서도 선도적으로 성과를 내는 도시들을 소개합니다.

코펜하겐: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2023년 탄소배출량이 2009년 대비 80% 감축됐습니다. 지역난방 탈탄소화, 재생에너지 도입, 자전거 활성화 정책 덕분입니다.

오슬로: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는 세계 최초로 '기후예산제'를 도입했습니다. 쉽게 말해, 탄소감축 목표를 일반 예산과 함께 편성해 부서마다 숫자로 책임지게 만든 겁니다. 그 결과, 오슬로의 탄소배출량은 2023년 기준 2009년 대비 30% 감축됐습니다.

파리: 프랑스 파리 또한 지난 10년간 배출량이 25% 줄었습니다. 안 이달고 전임 파리 시장의 '15분 도시' 정책을 필두로 한 자전거 도로와 대중교통 확충, 건물 에너지 개조가 주된 동력이 됐습니다.


김지연 기후시민팀 연구원
편집자주

탄소를 줄이면서 삶의 질도 함께 높이는 도시. 멀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미 해외 여러 도시에서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지금까지의 기후정책만으로는 이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새롭게 출범한 지금이, 기후도시로의 전환을 위한 새판을 짤 수 있는 시기입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이 변화를 먼 미래의 구호가 아니라, 우리 동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로 계속 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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