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불평등 심화, 코로나19 이후 도시정책 전환이라는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다. 성장 위주 정책만으로 시민 삶을 충분히 뒷받침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이 보고서는 영국 경제학자인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 모델을 서울에 처음 적용해 사회적 기초와 생태적 한계 양 측면에서 현황을 진단하고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이번 분석은 글로벌-생태·글로벌-사회 렌즈에 대한 국내 데이터 부족으로 지역-생태, 지역-사회 두 렌즈를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먼저 서울을 대상으로 지역-생태 렌즈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 항목에서 목표 대비 부족이 확인됐다. 하수처리수 재이용률은 선진 도시 평균(40%) 대비 15%에 그쳤고, 국제수질지수(WQI)는 기준치(80)를 하회하는 70으로 나타났다. 홍수취약지역 저감 목표는 선진 도시 기준(50%) 대비 20%로 크게 낮으며, 1인당 도시숲 면적(21.09㎡/인)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50㎡/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생물다양성 보호구역 비중은 19.8%로 쿤밍-몬트리올 목표(30%)에 미달한다. 에너지 부문에서 태양광 보급량은 2030년 목표(316MW) 대비 현재 40MW에 그쳐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2021년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형 발전차액지원제도와 기후기금 저리융자가 폐지되며 정책 기반 자체가 후퇴했다. 에너지 전환은 더딘 상황에서 2025년 열대야 일수는 서울 46일로 전국 평균(16.4일)의 약 3배에 달해 도심 열섬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 렌즈에서는 충족과 부족이 혼재하나, 부족 지표가 다수를 차지한다. 서울 시민의 32.6%가 식품 불안정 상태이며,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3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1.8%)의 약 1.7배다. 공공임대 비율 자체는 OECD 평균과 유사하나 임차인의 실질 부담은 훨씬 크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는 24.1명으로 OECD 평균(10.9명)의 두 배를 넘으며, 비정규직 비율은 38.4%로 OECD 평균(11%)보다 약 3.4배 높다. 에너지복지 차원에서는 서울시 기후변화행동계획상 그린리모델링 목표(연 20만 호) 대비 2025년 실적이 3,968호에 불과해 목표와의 괴리가 98%에 이른다. 반면, 기대수명(83.2세)과 고용률(61%)은 OECD 평균을 상회한다. 강남-비강남 아파트 가격 격차는 2025년 기준 22억 1,000만 원까지 확대됐으며, 서울의 공간지니계수(0.376)는 주요 5개 대도시 중 가장 높았다.
이번 진단이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함의는, 서울의 위기가 특정 부문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운영 방식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다. 기후대응이 미진한 이유가 기술이나 예산의 절대적 부족 탓이 아닌 것처럼, 주거·소득·정신건강 문제도 개별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성장 지표 중심의 도시 운영 논리가 낳은 결과다. 도넛 모델로 들여다보면 평균값과 총량 지표로는 포착되지 않던 이 구조적 취약성이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난다.
도넛 도시로서 서울의 다음 과제는 더 크고 화려한 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총량을 높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취약한 영역의 균열을 메우고, 접근성·형평성·안정성·회복력을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도시정책 전반을 재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