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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담당자 바뀌면 멈추는 기후·복지정책은 이제 그만” … 코펜하겐·글래스고 등 유럽 도시들이 한국에 건넨 해법은?
2026-10-21

- 녹색전환연구소·도넛집 ‘글로벌 도넛데이 2026’  국제 온라인 세미나 지난 20일 성료 
- 덴마크·스코틀랜드·스웨덴 도시 정책 담당자·연구자, 도넛모델 행정 적용 경험 공유 
- 코펜하겐은 데이터 진단, 글래스고는 정책 연결, 토멜릴라는 사업 적용 
- 코펜하겐시 관계자 “가장 큰 과제는 도넛 초상화를 실제 정치적 행동으로 옮기는 것” 
- 글래스고시 정책 연구원 “인사 이동 대비한 릴레이 경주처럼… 성공의 열쇠는 관계와 신뢰” 
- 토멜릴라시 관계자 “의지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야” 
- ‘탄소는 줄이고 복지는 채우는’ 한국 기후도시 프로젝트, 국제 네트워크에 첫선 
-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도넛모델은 전문가가 아닌 공동체가 함께 쓰는 도구”


환경을 지키면서 시민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누리는 도시를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 이런 도시를 목표로 하는 ‘도넛모델’을 먼저 행정에 적용해 온 유럽 도시 정책 담당자들이 그 경험과 한계를 한국 시민들과 나눴다. 이들은 계획을 실제 행정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부딪힌 어려움을 솔직하게 전하면서도, 시민과의 관계와 작은 실천이 쌓이면 도시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 20일 저녁 국제 온라인 세미나 ‘글로벌 도넛데이 2026: 기후도시 프로젝트’를 열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해외 네트워크 도넛경제학행동연구소(DEAL)가 주관하는 국제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단체 도넛집과 함께 진행됐다. 행사 당일 13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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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판 윙글링 코펜하겐 시청 재정행정국 기후팀장이 도넛모델로 분석한 2025년 코펜하겐의 현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진단하고, 연결하고, 적용하고… 유럽 세 도시의 도넛모델 적용 결과는?

도넛모델은 사회적 기초(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와 생태적 한계(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선) 사이의 안전한 공간 안에서 경제와 도시를 운영하자는 구상이다.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처음 제안했으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가 도시 행정에 도입하고 있다.

이날 온라인 세미나에는 덴마크 코펜하겐,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스웨덴 토멜릴라 등 유럽 세 도시에서 도넛모델을 도시 정책에 적용해 온 정책 담당자와 연구자가 패널로 참여해 각 도시의 경험을 발표했다.


연사들이 소개한 세 도시는 도넛모델을 행정에 들여온 경로가 서로 달랐다.


먼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데이터 기반 진단으로 출발했다. 스테판 윙글링 코펜하겐 시청 재정행정국 기후팀장은 시가 2023년부터 도넛모델에 기반한 연례 보고서를 만들어 왔고, 2025년 첫 완전한 ‘도넛 초상화’를 발간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정신건강, 실업, 주거, 기후, 생태계 등 목표에서 크게 벗어난 영역을 ‘조치 필요 영역’으로 표시한다.


이후 시의회는 각 행정부서에 해당 영역을 검토하도록 요청하고, 상임위원회는 이를 논의해 조치 여부를 결정한다. 시의원들도 보고서가 짚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건을 직접 제안할 수 있다. 다만 조치는 의무가 아니라 각 위원회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진다.


윙글링 팀장은 “다만, 가장 큰 과제는 도넛 초상화를 실제 정치적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코펜하겐은 아직 도넛모델을 의사결정 도구가 아닌 현황 진단으로만 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정밀한 데이터 초상화를 만들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도구를 만들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며 “의사결정 도구가 목표라면 단순하게 시작하고 결정 과정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는 정책 연결에 집중했다. 조 윈터보텀 글래스고대 보건·웰빙학부 선임연구원은 시의회와 대학이 18개월간 워크숍을 거쳐 ‘번영하는 글래스고’의 정의를 만들고 2023년 시의회 승인을 받은 과정을 소개했다. 또 시 차원에서 별도 계획을 새로 만들기보다 순환경제 로드맵, 도시개발 계획, 경제 전략, 기후대응 계획 등 기존 행정 계획에 도넛의 관점을 스며들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윈터보텀 선임연구원은 “(공무원들의) 인사 이동에 대비해 바통을 넘기는 릴레이 경주처럼 기록과 인수인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결국 성공의 열쇠는 관계를 가꾸고 신뢰를 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1만 4,000여명의 작은 도시 스웨덴 토멜릴라의 스테판 페르손 지속가능거버넌스 팀장은 학교 건축 등 구체적인 사업에 도넛모델 원칙을 적용한 경험을 소개했다. 사업 초기부터 추구할 가치를 정하고 시민 참여로 합의를 이끌어낸 과정과 함께 재원 마련의 어려움도 솔직하게 전했다.


페르손 팀장은 “위기가 너무 많아 우울해지기 쉽지만, 우울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의지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점을 놓듯 도시 곳곳에 쌓이면 더 큰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작은 실천의 점들이 이어져 선과 면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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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온라인 세미나에서 도넛모델로 분석한 서울의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탄소는 줄이고 복지는 채우고’… 도넛모델, 한국 도시 행정으로 옮기기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도넛모델을 도시 정부의 정책과 이행 구조로 옮기려는 기후도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기후도시는 온실가스 감축과 시민 삶 개선을 하나의 도시 정책으로 동시에 다루는 프로젝트다. ‘탄소는 줄이고 복지는 채운다’는 핵심 원칙 아래 전기요금과 난방비 걱정을 덜고 차 없이도 편하게 이동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오 부소장은 연구소가 올해 초 분석한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기본계획 대부분이 낮은 평가를 받은 점을 언급했다. 기초지자체 2030년 감축목표 평균이 25.3%로 국가 목표(40%)에 크게 못 미치고, 감축을 마지막 해로 미루는 등 실행 경로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광역·기초단체장 243명 중 210명(약 86%)이 기후공약을 내거는 등 변화의 계기도 생겼다. 예컨대 강원 원주시는 신임 시장이 기후도시를 5대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기후시민의회와 기후도시 추진단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 역시 시의회 차원에서 기후도시를 논의하고 있다.


오 부소장은 “한국은 시민사회와 연구 역량은 강하지만, 공공 행정이 도넛모델을 이해하고 실제로 이행해 본 경험은 아직 부족하다”며 “행정 체계 안에서 도넛모델을 적용해 본 유럽 세 도시의 경험이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작아 보이는 변화가 큰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지역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사례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도넛모델은 전문가가 아닌 공동체의 도구”…실행 방안 두고 머리 맞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도넛모델을 실제 지역과 행정에서 어떻게 작동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지역이 움직이려면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오 부소장은 “기후도시는 시장 한 사람이나 시청의 한 부서가 만들 수 없다”며 “도넛모델 역시 전문가의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쓰는 도구”라고 답했다. 그는 시민이 자기 동네의 도넛을 직접 그려보는 데서 출발하자고 제안했다. 기후행동이 희생이 아니라 내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경험을 쌓고, 시민 참여를 기후시민의회 같은 제도로 이어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도넛모델이 도시의 큰 방향은 제시하지만 세부 정책까지 채우기는 어렵지 않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윙글링 팀장은 코펜하겐이 도넛 보고서에서 개별 사업을 사례로 들어, 하나의 사업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치인들에게 함께 보여주려는 시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전거도로를 새로 놓으면 시민 건강과 대기질은 나아지지만, 건설 과정에서 자원 사용은 늘어난다는 식이다.


성장과 소비 중심의 도시가 여전히 대다수인 상황에서 도넛모델을 어떻게 확산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윈터보텀 선임연구원은 “이미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경험을 나누는 것도 좋은 출발이지만, 그 바깥으로 나아가려면 권력이 어디에 있고 변화로 누가 이익을 얻거나 잃는지 살펴야 한다”며 “사람과 지구 모두에 이로운 정책의 혜택을 체감한 시민의 힘이 정치적 의지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탄소는 줄이고 복지는 채운다는 콘셉트를 들은 분들은 굉장히 좋아하지만, 기후도시나 도넛모델은 여전히 낯선 개념”이라며 “더 많은 시민과 지역이 함께 이야기하고 만들어 가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녹색전환연구소는 오는 11월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DEAL 도시·지역 네트워크 회의에 참여해 해외 도시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갈 계획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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