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관점에서 전환금융 제도화…“방향은 긍정적이나, 세부 전략은 문제적”
기후부 아닌 산업부 로드맵 기반한 ‘전환전략’, 기후목표 기여 어려울 것
택소노미 전환 부문, 전환금융에 통합 안 돼…가스 투자에 앞으로도 ‘녹색’ 라벨 붙을 것
탄소고착 방지 기준 제시하지 않아…화석연료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도
정부는 지난 2월 25일 제4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통해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금융을 통해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고, 파리협정 1.5℃ 기후목표와 2050 탄소중립 목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의 정합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발표된 설계안으로 전환금융이 기존 녹색금융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실제 감축과 전환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실질적인 감축 정도와 산업의 저탄소 구조 전환과 녹색의 경계를 확실히 하지 않은 채 ‘유연성’을 우선적으로 구조화했기 때문이다.
‘전환’의 이름으로 기존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회피한 미봉적 개선을 반복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기후부 아닌 산업부 로드맵 기반한 전환전략, 기후목표에 기여할 수 있나
먼저 전환전략의 설계를 위한 업종별 로드맵을 구축하는 권한을 산업통상부가 가져간다는 점이 우려된다. 발표된 안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이하 K-택소노미) 연계 전환금융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담당하고, 산업별 탄소감축 로드맵과 전환전략 기반 전환금융은 산업부가 주도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산업부는 전통적으로 산업경쟁력과 업계 이해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 온 부처다. 실제로 2035년 NDC 설정 과정에서도 산업계 요구가 강하게 반영되면서 감축목표가 완화된 전례가 있다. 업종별 감축 로드맵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수립과 판단 권한을 산업부가 총괄하게 될 경우, 산업 현실을 이유로 감축 강도가 약하게 설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엄격한 K-택소노미 기반보다 산업부가 설계한 로드맵에 의존하는 전환전략으로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업종별 감축 경로가 느슨하게 설정될 경우 기업의 전환전략 역시 느슨하게 마련될 수밖에 없다. 로드맵이 없는 업종의 경우 자체적 로드맵을 적용하도록 하는 안이 담겼다. 이는 기업과 금융의 입장에서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기후목표 달성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가 로드맵 작성에 참여할 수는 있으나, 기후부 또는 녹색전환(GX)의 컨트롤타워가 전환전략의 기초가 되는 업종별 로드맵을 최종적으로 판단할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산업 부문의 녹색전환은 전통적인 산업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기후목표를 달성하고 새로운 경제 질서를 형성하는 과업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녹색’ 라벨이 붙을 수 있는 LNG 투자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K-택소노미 기반의 전환금융을 신설했다. 동시에 기존 K-택소노미 내의 전환 부문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즉, K-택소노미 내 전환 부문은 계속 존치된다.
기존 K-택소노미는 전환 부문을 통해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투자나 그레이수소 투자 역시 녹색금융으로 인정했다. 그 결과 녹색투자를 잠식하고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야기해 온 역사가 있다. 이를 전환금융 신설과 함께 통합시키는 조치가 필요했으나 이행되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7년간(2018~2024년) 발전 부문 녹색채권 절반 이상이(57.4%) LNG 등 화석연료 투자였다. 전환금융이 신설됐음에도, 대규모 화석연료 투자에 여전히 ‘녹색’ 라벨이 붙을 수 있는 것이다.
‘탄소고착’ 방지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무엇보다 ‘탄소고착(Carbon Lock-in)’ 방지 책임을 금융회사와 자금사용자에게 집중시키는 설계는 적절하지 않다.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탄소고착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실제 판단과 조치는 금융회사와 자금사용자의 협의 및 자율적 확인에 맡겼다. 외부 검증과 사후관리 절차는 존재하나 어떤 투자가 고착에 해당하는지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전환전략을 이행하지 않을 시 불이익도 금융회사에 위임된다. 이로 인해 탄소고착 방지 조항은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고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에 전환전략의 검증 책임을 부여하면서, 제3자 검증을 선택 사항으로 둔 구조다. 외부 검증 의무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신뢰성보다는 유연성과 산업의 이해에 방점이 찍힌다.
결국 데이터의 객관성과 시장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공적 기준과 표준 정보 인프라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위원회가 전환금융 가이드라인과 함께 발표한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 내 기후금융 웹포털 및 금융배출량 플랫폼이 이러한 공백을 실질적으로 보완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전환금융이 녹색금융 밀어내는 부작용 우려
정부는 발표안에서 녹색금융을 ‘친환경 녹색활동에 대한 지원’으로 설명했다. 전환금융은 ‘고탄소 제조업의 설비 효율화와 연료전환 등 탄소감축 활동에 대한 지원’으로 설명한다. 녹색금융은 재생에너지나 전기자동차 투자가 대표적이다. 전환금융은 제철소의 탈탄소 전환이나 정유공장의 효율 개선으로 사례를 구분한다.
그러나 고탄소 기업의 탈탄소 활동 역시 녹색금융의 영역이다. 철강회사의 전환 설비투자에 녹색채권을 발행한 사례는 많다. 이 영역 전체가 전환금융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환경적·사회적 요건을 준수하여 탄소감축을 한 고탄소 산업 영역의 녹색금융 기반 활동의 축소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즉, 녹색금융 요건을 충족하는 탈탄소 설비투자가 가능하더라도 기업들은 좀 더 ‘느슨한’ 전환금융을 선택하게 된다. 정부의 이러한 기본 인식은 전환금융을 녹색금융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기능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녹색금융을 전환금융으로 대체하는 흐름을 형성할 위험이 있다.
“방향은 긍정적…그러나 제도적 보완 시급”
녹색전환을 국가 전략의 한 축으로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형 전환금융을 발빠르게 도입하려고 하는 정부의 방향은 긍정적이다. 전체적으로 유연성을 강조하지만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없지 않다. 금융회사 자산 중 전환금융 비율 산출,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 요건 특례, 환경 사회적 영향 고려 조항 등은 전향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정부의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이 GX를 뒷받침해 녹색금융으로의 이전을 촉진할 것인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앞서 살펴본 ▲산업부의 업종별 로드맵에 기반한 전환전략 ▲전환금융으로 통합되지 않은 K-택소노미 내 전환 부문 ▲탄소고착을 막기 위한 충분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 ▲녹색금융을 친환경 산업이나 재생에너지 투자로 한정하는 정부의 인식 등은 우려를 자아낸다.
기존의 고탄소 업종의 이해를 보전하는 역할에 머무르며 화석연료 투자를 오히려 확대할 수도 있다. 이번에 나온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은 추가적 의견수렴과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