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녹색전환연구소 ‘도넛 도시 서울의 가능성 : 현황 분석과 정책 제안’ 보고서 발간
도넛 모델 도입 적용 분석…동아시아 도시 첫 사례
지역-생태 렌즈 13개 지표 중 1개만 ‘충분’…열대야 46일 전국 평균 3배, 도시숲 면적 WHO 기준 절반 수준
지역-사회 렌즈 28개 지표 중 21개 ‘부족’…자살률·비정규직 비율 모두 OECD 평균 상회
그린리모델링 집행률 2%, 태양광 보급 목표 달성률 13% 등 서울시 자체 목표 미달
고이지선 지역전환팀장 “기후정책, 시민 삶 개선 중심 재설계 필요…서울시, 균열 메우는 포용 도시로 전환해야”
국제 기준 및 서울시 자체 목표를 토대로 서울의 생태·사회 지표를 분석한 결과, 41개 지표 중 33개가 기준치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족 판정을 받은 지표는 8개에 그쳤다.
인구·경제 규모 면에서 글로벌 도시의 반열에 오른 서울이지만, 도시 생태 회복력과 시민 삶의 질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 대부분이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 운영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도넛 도시 서울의 가능성 : 현황 분석과 정책 제안’ 보고서를 6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제안한 ‘도넛 모델’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도넛 모델은 모든 시민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사회적 기초’와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생태적 한계’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도시 진단 틀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시작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전 세계 50여 개 도시와 주정부가 이 모델을 도입해 환경과 복지를 함께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구 감소·고령화·불평등 심화 등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는 서울에 이 모델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동아시아 도시 차원에서도 최초 사례다.
기후·복지·주거 모두 ‘경고등’인 서울…지속가능성 ‘적신호’
도넛 모델은 바깥 경계선이 기준선을 넘으면 생태계를 위협하는 ‘과잉’ 상태이며, 안쪽 경계선 아래로 떨어지면 사람들의 기본 삶이 충족되지 못하는 ‘부족’ 상태이다. 이 두 경계 사이의 고리 안에 도시가 위치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연구소는 이번 보고서에서 글로벌 차원의 서울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지역-생태와 ▲지역-사회란 두 관점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국제 네트워크인 도넛경제행동연구소(DEAL) 역시도 각 지역 상황에 맞는 유연한 분석을 공식 권장하고 있다.
지역-생태 렌즈를 기반으로 서울시를 분석한 결과, 13개 지표 가운데 ‘충분’하다고 평가를 받은 것은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전국 1인 평균 1.3㎏보다 낮은 1.1㎏) 단 1개에 불과했다.
주요 지표를 보면, 홍수취약지역 저감률의 경우 선진 도시들이 취약지역의 50% 개선을 목표로 설정한 데 반해 서울 목표치는 20%에 그쳤다. 생물다양성 보호구역 비중은 19.8%로 쿤밍-몬트리올 국제 목표(30%)에도 못 미친다.
에너지 부문에서 태양광 보급량은 2025년 누적 보급량 기준 40MW(메가와트)였다. 이는 서울시가 스스로 설정한 2030년 목표(316MW)의 13%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매년 55MW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서울시의 연간 태양광 신규 설치량이 가장 많았던 2022년에도 5MW를 겨우 넘은 수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속도로는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력자립도 역시 2030년 목표(23%) 대비 10.4%에 그쳤다.
기후대응 현황도 심각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5년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46일로 전국 평균(16.4일)의 약 3배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인구 밀도의 문제가 아니라 콘크리트 건물 밀집, 아스팔트 포장, 녹지 부족 등 도시계획과 정책 선택이 누적된 결과다. 실제로 서울의 1인당 도시숲 면적은 21.09㎡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50㎡/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한다.
지역-사회 렌즈 28개 지표 가운데 충족 판정을 받은 것은 7개에 그쳤다. 나머지 21개는 부족 판정을 받았다. 먼저 서울시민의 32.6%가 식품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었다.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3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1.8%의 약 1.7배였다.
서울시민의 기대수명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았으나,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는 24.1명으로 OECD 평균(10.9명)의 2배를 넘었다. 또 비정규직 비율은 38.4%로 OECD 평균(11%)보다 약 3.4배 높아 고용의 양적 수준과 질적 안정성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점도 확인됐다.
에너지복지 분야에서는 서울시 스스로 세운 목표와 현실 간 괴리가 특히 두드러졌다. 서울시 기후변화행동계획이 목표로 내세운 연 20만 호 그린리모델링에 대해 2025년 실적이 3,968호에 불과해 목표 대비 달성률이 2%에 그쳤다. 강남-비강남 아파트 가격 격차는 2025년 기준 22억 1,000만 원까지 벌어졌다. 서울의 공간지니계수(0.376)는 전국 5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실행 없는 비전, 반복된 미달”…서울 이제 회복력 중심 도시로 전환 필요
연구소는 이번 분석의 핵심 함의로 “서울의 위기는 특정 부문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운영 방식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고 짚었다. 그간 서울시는 탄소중립, 녹색 전환, 사회적 포용 등 다양한 비전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그린리모델링 집행률 2%, 태양광 보급 목표 달성률 13% 등 자체 목표치에 현저히 미달하는 결과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선언은 있었지만 실행계획은 약했고, 목표는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예산·제도·성과관리 체계가 따라가지 못한 결과”로 진단했다. 기대수명(83.2세)이나 고용률(61%) 등 일부 지표가 OECD 평균을 상회하는 것과 달리, 비정규직 비율(38.4%),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24.1명),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37.7%) 등 시민의 일상 삶의 질과 직결되는 지표에서는 국제 기준과의 격차가 뚜렷했다.
보고서는 또 기후대응과 사회적 안전망이 서로 연결된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예컨대 노후주택 에너지 성능 개선은 온실가스 감축인 동시에 취약계층의 냉난방비 부담 경감이며, 대중교통 요금 인하는 교통 탄소 감축인 동시에 가계 지출 경감이라는 것이다.
보고서 주저자인 고이지선 지역전환팀장은 “기후정책이 시민의 일상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전환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서울의 다음 과제는 더 크고 화려한 도시가 아닌 균열을 메우는 도시, 누구도 기본에서 배제되지 않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소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에너지·주거·이동권·자원순환 등 4개 분야에 25개 정책 과제를 함께 제안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서울시 2030 탄소중립 정책 재수립과 공동주택 태양광 확대 ▲주거 분야에서는 노후주택 그린리모델링과 사회주택 공급 연계 모델 ▲이동권 분야에서는 지하철-자전거 환승체계 구축과 기후동행카드 월 4만 원 재설계 ▲자원순환 분야에서는 수리권 보장과 수리·재사용 중심의 순환경제 전략을 담았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서울이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 나아가려면 외형적 성장 지표가 아닌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도시 운영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며 “시민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갖춘 도시로의 전환이 지금 서울에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녹색전환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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