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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법적 근거만으로는 부족…기후시민회의, 설계 실패 시 또 하나의 들러리” …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회의 설계 과제 분석 결과 발표
2026-04-16

- 녹색전환연구소 16일 이슈브리프 ‘기후시민회의,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발간 

- 시민 100인 숙의 결과, 형식적 참여 반복에 대한 강한 경계… “제안-응답-이행-점검”의 완결 구조 및 실질적 권한 요구

- 공식 응답 의무화, 정책 주기와의 연계, 지역 확장 로드맵, 포용적 설계 등 4대 제언 제시

- 김주온 기후시민팀 연구원 “기후시민회의, 단순한 공론장 마련 넘어 정책 추진체계로 작동해야”


정부가 추진 중인 ‘기후시민회의’가 법적 근거를 얻었지만, 과거 시민참여 제도가 반복해 온 ‘제안은 하되 응답은 없는’ 구조를 넘어서려면 구체적인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이러한 분석이 담긴 이슈브리프 ‘기후시민회의,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를 16일 발간했다. 기후시민회의는 시민이 기후정책을 학습·토론해 정부에 의견을 제안하는 숙의형 참여기구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됐으며, 지난 3월 12일 국회에서 기후시민회의 설치 근거를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통과되며 신설 법적 근거를 얻었다.

이슈브리프는 기후시민회의의 법제화 자체는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짚는다. 기후시민회의 설치 근거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는 했으나, ▲시민 권고에 대한 정부 응답 의무 ▲실제 정책 반영 구조 ▲운영 독립성 등 핵심 설계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민 100인 숙의 결과 “형식적 참여 말고, 실제 정책 반영 구조 필요” 

이슈브리프는 지난 2월 2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기후시민의회’ 100인 숙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 100여명이 접근성·대표성·역할과 권한·성평등·숙의 조건·의제 설정 등 6개 주제로 분과토론을 진행하고 투표로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이 행사는 정부 기후시민회의 출범에 앞서 시민이 먼저 설계 원칙을 제안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모든 분과에서 공통으로 확인된 것은 기후시민회의가 또 하나의 형식적 공간 참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강한 경계심이었다. 참여자들은 “기껏 참여했더니 결과가 없더라”, “기껏 시민회의를 진행해놓고 결과에 대한 해석은 전문가들에게만 맡기는 것 아닌가”, “결과가 권고 형태로 끝나 강제성이 없었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과거 탄소중립 시민참여 기구들이 정권 교체와 함께 흐지부지됐던 경험, 제안은 했지만 정부가 반영했는지 끝내 알 수 없었던 경험 역시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시민들은 기후시민회의의 존재 자체보다, 시민 제안이 응답 없이 사라지지 않고 실제 정책 반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시민 제안에 대한 정부의 공식 응답 의무화  ▲논의 결과 반영 제도화 ▲독립적 운영 권한 보장  ▲시민 모니터링 체계 수립 등 제안-응답-이행-점검의 완결된 순환 구조에 대한 요구 역시 크게 나타났다.


해외·국내 사례가 보여준 한계… “자문기구에 머물면 실효성 약해져”

이슈브리프는 해외 기후시민의회 사례 역시 검토했다. 해외 사례를 검토한 결과 법적 근거 신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아일랜드 기후시민의회는 정부가 전기자동차 보급처럼 실행이 쉬운 권고는 수용했지만 농업 부문 배출 과세 등 재분배적 성격이 강한 권고는 사실상 무시했다. 프랑스 기후시민의회의 경우 149개 권고안 중 상당수가 희석되거나 폐기됐다. 

반면,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벨기에 브뤼셀 기후시민의회의 경우 정부가 권고안에 대해 3개월 내 초기 응답, 12개월 내 이행 로드맵을 제출하도록 법으로 명시해 실효성 확보의 기준점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유럽 연구기관인 기후시민의회 지식네트워크(KNOCA)는 일회성이든 상설이든 권고 도출 시점이 정책 주기와 맞지 않으면 실효성을 잃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슈브리프는 국내 사례 역시 분석했다.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는 한때 연 1조 원 규모로 운영됐지만, 시정 교체 이후 수년 만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는 13년간 운영됐지만, 참가자들이 가장 낮게 평가한 항목이 ‘실효성’이었다. 제안한 정책이 채택됐는지, 왜 안 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외 사례 모두 응답과 환류 구조가 없을 경우 시민참여 의지가 소진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슈브리프는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더라도 시민참여가 정책 과정에 구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제안이 자문 수준에 머물거나 정치 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시민회의가 단순한 공론장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책 추진체계 안에 구조적으로 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시민회의 성패, 지금 설계의 질에 달려 있어”

한편, 기후시민회의는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산하에 설치된다.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된 200명(숙의참여단 180명·기획참여단 20명)으로 구성된다.  청년 선발에는 가중치가 부여되며, 감축·적응 두 분과로 나뉘어 운영되며, 오는 5월 참여자 모집을 시작해 12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여기서 연구소는 이슈브리프를 통해 네 가지 제도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첫째, 기후시민회의 활동 주기를 정부의 예산 및 정책 수립 주기와 연계해야 한다. 시민 권고가 실제 정책결정 시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좋은 제안도 참고자료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시민 권고에 대한 정부의 공식 응답 의무를 시행령에서 구체화해야 한다. 응답 기한, 미반영 시 사유 공개, 응답 주체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광역·기초 단위의 지역 기후 숙의기구 설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중앙 단위 기후시민회의만으로는 지역 기후대응의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넷째, 기후시민회의의 설계 과정 자체를 민주적이고 포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참여자 선발뿐 아니라 모집 언어, 이동 지원, 돌봄 서비스, 문자통역, 젠더 관점 내재화 등 운영 전반이 포용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이슈브리프 저자인 김주온 기후시민팀 연구원은 “기후시민회의는 한국 기후 거버넌스에서 전국 단위로 무작위 추첨 기반의 숙의형 시민참여를 상설화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하지만 시민들의 권고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하나의 형식적 참여 공간에 머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시민회의가 형식적 참여 공간에 머물지, 아니면 기후정책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추진체계의 일부가 될지는 지금 이뤄지는 설계의 질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이슈브리프는 녹색전환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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