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녹색전환연구소 ‘지역 기후대응기금의 현황과 발전 방향’ 이슈브리프 공개
- 지역 기후대응기금 5곳 중 4곳 감소…서울 3년 새 501억→296억, 경기 240억→118억 ‘반 토막’
- 기금 수입 77~97% 타회계 전입금 의존…“예산 줄면 기금도 줄어”
- 서울 기금의 31% LNG 발전소 유지보수에, 부산은 64% 폐기물·재활용 사업에 집중
- 스페인 카탈루냐, 탄소세 수입 50% 기후기금 법으로 보장…2024년 1억 7,000만 유로 규모
-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고배출 업체 부담금→감축 프로젝트 재투자…“오염자가 낸 돈, 오염자 감축에 활용”
- 영국 런던시, 녹색채권·국부펀드 차입으로 3년간 3억 파운드 규모 탈탄소 사업 투자
- “재원 이전·사업 집중·거버넌스 개혁”…지역 기후대응기금 3대 개선방안 제시
- 조원영 경제전환팀 연구원 “지역 기후대응기금, 재정 칸막이 아닌 민간투자 끌어들이는 마중물 돼야”
지방정부가 자발적으로 기후대응기금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지만, 정작 그 규모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부산·전북·전남 등 5개 광역지자체의 기후대응기금이 전체 기금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7~2.1%에 불과하며, 서울시조차 최근 3년 연속 지출액이 감소했다. 재원의 대부분을 타회계 전입금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언제든 쪼그라들 수 있는 기금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이슈브리프 ‘지역 기후대응기금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발간했다. 국내 지역 기후대응기금 현황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 기후대응기금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조례를 통해 기후대응 사업 용도로 설정하여 운용하는 기금을 말한다. 2022년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국가 기후대응기금을 설치했다. 이후 서울·경기·부산·전북· 전남·세종 등 6개 광역지자체와 12개 기초지자체가 자발적으로 기후대응기금 설립 조례를 제정했다. 각 지역의 기후대응기금은 온실가스 감축사업, RE100 지원, 기후테크 기업 육성, 정의로운 전환 지원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서울 24년 501억→26년 296억…광역 5곳 중 4곳 지역 기후대응기금 줄어
문제는 이 기금들이 각 지자체가 세운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탄소중립기본계획)조차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17개 광역지자체의 온실가스 감축예산 이행률은 평균 67.3%에 그쳤고, 지역 기후대응기금은 그 빈자리를 채우기는커녕 함께 쪼그라들고 있었다.
규모가 가장 큰 서울의 경우 최근 3년 연속 지출액이 크게 감소했다. 서울 기후대응기금은 ▲2024년 501억 원 ▲2025년 314억 원 ▲2026년 296억 원 순으로 줄었다. 경기도 역시 기금이 출범한 2024년 240억 원에 비해 절반 이하인 118억 원으로 올해 축소됐다. 부산은 2025년 48억 원에서 2026년 41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기간 전북은 12억 원에서 7억 5,000만 원으로 줄었다. 전남만이 유일하게 1억 원에서 4억 3,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재원조달 구조의 불안정성 때문이었다. 서울·부산은 재생에너지 판매수익, 가스·난방공사 배당금 등 자체 수입원을 갖추고 있지만, 경기·전남·전북은 전체 기금 수입의 77~97%를 일반회계 또는 특별회계 전입금에 의존하고 있다. 예산 사정이 나빠지면 기금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로 경기도는 2026년까지 출연금으로 총 1,200억 원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재정 여건 악화로 현재 누적 조성액은 510억 원에 머물렀다.
지역 기후대응기금 이름 무색…LNG 발전소 보수,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지원
무엇보다 기금이 투입되는 사업들을 들여다보면 기후대응기금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기도는 ‘건물 에너지효율 개선’, ‘RE100 선도사업’, ‘기후테크 육성’과 같은 감축 프로젝트를 다수 발굴하였으나, 나머지 지자체의 경우 기후대응기금의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사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존 환경관리 사업을 그대로 가져다 붙인 경우가 대다수였고, 실제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이지는 평가가 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였다.
먼저 서울시는 전체 지출의 31.3%인 92억 8,000만 원을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소 유지보수 사업에 쏟았다. 이슈브리프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발전방식을 유지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사업의 합목적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부산시는 2026년 총지출 41억 6,000만 원 가운데 63.8%인 26억여 원을 자원순환 분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계획을 살펴본 결과, ▲폐기물 감량 및 도시청결 사업 7억 8,000만 원 ▲자원재활용 활성화 6억 7,000만 원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보조금 2억 원 등 기존 자원·환경관리 사업을 이관한 것에 가까웠다.
전국 광역지자체 온실가스 배출량 2위인 전남은 2026년 기금 지출 전액인 4억 3,000만 원을 단 하나의 사업인 ‘전남형 탄소중립포인트제 플랫폼’ 개발에 썼다. 농축산업 배출 비중이 높은 전북은 올해 기금 지출 7억 5,000만 원을 영농폐자재 수거, 투명페트병 재활용 촉진 등 소규모 지원금 사업에 나눠 지출했다.
지역기후대응기금을 관리할 거버넌스도 형식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금운용심의위원회는 명목상 설치돼 있으나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 관여하지 못한 채 사후 심의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5개 광역지자체의 기금운용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간략한 서면의견을 통해 만장일치로 운용계획안에 찬성하는 방식이 반복된 것이 확인됐다. 이는 획일적인 사업을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
또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광역지자체는 사업별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었다. 매년 작성되는 운용성과분석보고서의 경우 정작 각 사업의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생산 성과, 에너지소비 절감 등 탄소중립과 직결된 성과 분석은 제시되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지역 기후기금은 어떻게 다른가? “재원 다각·감축사업 집중·거버넌스”
이는 해외 주요국의 지역 기후대응기금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연구소는 이슈브리프에서 스페인 카탈루냐주·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영국 런던시 등이 운용하는 선도적 ‘지역 기후기금’ 사례를 분석해 시사점을 제시했다.
먼저 스페인 카탈루냐주의 ‘기후기금(El Fons Climátic)’은 탄소세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세입 연동형 기금이다. 스페인 기후변화법에 따라 내연기관차의 탄소배출에 부과되는 세금의 50%가 이 기금에 적립된다. 이 기금은 탄탄한 재원을 바탕으로 2024년도 기준 약 1억 7,000만 유로(약 2,929억 원) 규모다. 기금은 현재 산하 지자체와 지역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활동과 저탄소기술 연구개발(R&D), 시민사회 기후행동 등에 지원되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청정산업기금(CIF)’은 한국 지방정부가 참고할 만한 모델을 제시한다. 우선 재원 구조가 다르다. CIF는 연간 온실가스 1만 톤 이상을 배출하는 고배출 사업체에 부담금을 물리고, 그 돈을 해당 업체의 감축 프로젝트에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오염자가 낸 돈이 오염자의 감축에 쓰이는 구조로, 재원의 출처와 쓰임이 일치한다. 국내 지역 기후대응기금 대부분이 일반회계 전입금에 기대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업 구성도 선택과 집중이 뚜렷하다. CIF는 광업·석유·천연가스·화학·펄프 등 지역 주력 고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에만 자금을 집중한다. 전남 석유화학 산업단지, 부산 해운·항만처럼 지역 배출 구조에 특화된 감축사업에 기금을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 런던시의 녹색금융펀드(GFF) 역시 좋은 사례다. GFF는 다양한 형태의 금융수단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차입 기반 금융형’ 기금이다. 영국 국부펀드에서 자금을 차입하거나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민간대출이나 지역주민들의 직접투자를 활용함으로써 재원을 마련한다. GFF는 탄소감축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런던시 산하 공공기관에 낮은 이자로 재융자하며,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으로 기금의 부채를 갚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3년간 3억 파운드(약 5,972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세 기금의 거버넌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담당 공무원이 사업을 독점 기획하는 대신, 각 부처 담당자와 외부 전문가가 우선순위 결정부터 사업 선정까지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다. 사업별 온실가스 감축 예상량과 실제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공개해 기금 운용의 투명성 역시 확보하고 있다. 한국 지역 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회가 사후 심의에 그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재원 이전·사업 집중·거버넌스 개혁”…연구소, 3대 개선방안 제시
연구소는 이슈브리프에서 이들 해외 지역 기후기금이 ‘제도적 수단을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해 지역 기후재정의 혁신적 모델을 창출했다”고 평가하며, 한국 지역 기후대응기금의 개선방안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내실 있는 재원 확보를 통한 규모의 확대다. 중앙정부에 편중된 환경·에너지·교통 관련 세입을 지방으로 과감히 이전함으로써 지역 기후대응기금의 핵심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또 지방정부는 녹색채권과 같은 기후금융 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중앙정부는 지역 중심의 기후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둘째,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역 특화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 광역지자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적인 지역 특화 사업에 기후대응기금의 투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부산시는 해운·항만·물류산업의 감축 프로젝트를, 전남은 석화단지의 공정개선과 기술개발을 통한 고비용·고감축 프로젝트, 전북은 도내 배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과 농축산업 분야의 중소규모 사업체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발굴할 수 있다.
마지막 셋째, 개방적이고 효율적인 거버넌스 구조와 성과평가 체계 확립이다. 지역 기후대응기금 사업의 기획 및 선정 과정에서 운용심의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각 사업의 구체적인 감축효과를 정량적으로 예상하고 평가하는 체계적 성과평가 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한다.
이슈브리프 저자인 조원영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연구원은 “지방정부들이 기후대응기금을 발판 삼아 혁신적이고 지역에 특화된 탄소중립 이행수단을 개척하고, 기후대응기금을 녹색·전환금융 및 각종 공공·민간재원과 결합시킴으로써 기존 재정의 한계를 뛰어넘는 감축투자의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기후대응기금이 단순한 재정 칸막이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재원과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고 혁신적인 감축사업을 개척하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슈브리프는 녹색전환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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